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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첨성대 앞 땅주인이 '복천실건'…방치된 5만 필지

전국에 일본식 이름 소유주의 땅<br />공시지가만 3천억 이상


<앵커>

땅 주인이 누군지 정리해놓은 우리나라의 옛 등기부등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출정영칠'이나 '목산태치' 같은 낯선 이름들도 땅 주인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바로, 창씨개명을 강요당했던 일제강점기에 일본식으로 지은 이름들입니다. 저희 데이터저널리즘 마부작침팀이 전국을 조사한 결과 5만 2천 필지, 돈으로는 한 3천억 원에 해당하는 땅의 주인이 아직도 이런 일본식 이름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동안 조사를 통해서 일본인 명의의 땅 상당수가 국가로 귀속됐지만,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국보인 첨성대 바로 앞에 있는 땅도 그렇습니다.

배여운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경주시 인왕동 819번지 일대.

국보 31호 첨성대를 둘러싸고 있는 땅입니다.

그런데 이 중 5개 필지의 소유자는 한자 4개로 된 이름 복천실건, 창씨개명한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소유주가 창씨개명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땅을 직접 찾아와봤습니다.

그 땅 옆에는 국보인 첨성대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 땅이 첨성대를 둘러싸고 있다 보니 관람객은 이 땅을 밟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경주시는 해당 땅 소유가 일본식 이름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고, 취재진으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시민들도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입니다.

[이병권/충남 천안시 : 처음 알게 됐는데 알고 보니까 조금 억울한 것도 있고 다시 꼭 우리나라가 되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본식 이름이 아직도 땅 소유자로 남아 있는 것일까요.

해방 이후 일본인 명의의 땅은 '적산'으로 분류해 국가로 귀속하는 절차를 거쳤습니다.

이후 2006년부터 4년 동안 일본인 명의 땅을 추가로 조사해 확인되면 국가로 귀속했지만, 이 땅들은 파악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럼 이런 땅들이 전국에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마부작침팀이 전국 3천946만여 필지 토지대장 전체를 분석해보니 일본식 이름 소유주의 땅이 5만 2천여 필지로 확인됐습니다.

토지대장에 등록된 기간은 전체 땅의 83.4%가 1940~1945년 사이였습니다.

조선총독부가 창씨개명을 강요했던 시기와 겹치는 점으로 볼 때 필지 상당수는 창씨개명한 조선인 소유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이들 땅의 공시지가를 합하면 3천억 원이 넘습니다.

대부분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수십 년 동안 점유해 사용하는 땅이지만, 제대로 된 조사와 관리도 안 돼 있습니다.

[홍경선/전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전문위원 : 그것에 대한 조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방대하게 남아 있는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토지 필지가 아직도 있는 거죠.]

문제는 소유주가 진짜 일본인이라면 국가 소유를 유지할 수 있지만, 만약 창씨개명한 조선인 후손이 나타나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이렇게 방치한 땅은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정부가 일본인 이름의 땅을 우선 체계적으로 관리해 일제 잔재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하성원, CG : 제갈찬·조수인, 데이터분석 : 양보연)
 

*일본인 명의 토지 전수 데이터는 스브스프리미엄 데이터 창고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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