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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많이 내면 나눠"…삼성-SK 당혹하게 한 미국 발표

51조 원 흔들며 "기준은 안보, 수익은 공유"

<앵커>

우리의 반도체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자기 나라에서 반도체 산업을 더 키우겠다며 세부 방안을 공개했습니다. 반도체 생산 시설을 만들면 보조금을 주는 대신, 초과 이익은 미국과 나누고 중국에는 10년간 투자를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워싱턴 남승모 특파원의 보도 먼저 보시고, 우리에게 미칠 영향까지 계속해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미국 정부가 미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 심사 기준을 공개하고 의향서 접수에 착수했습니다.

390억 달러, 우리 돈 51조 원 규모입니다.

6개 심사 기준을 제시했는데,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꼽았습니다.

[지나 러몬도/미국 상무장관 (지난달 23일) : 이것은 근본적으로 국가 안보에 관한 사항입니다.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통해 국가 안보 목표를 달성해나갈 것입니다.]

국방부 같은 안보 기관에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정부가 반도체 시설에 접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등의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국가 안보 시설에 준해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보조금 지급 세부 조건도 공개했습니다.

1억 5천만 달러, 우리 돈 2천억 원 이상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수익을 낼 경우 초과 이익 일부를 미국 정부와 나누도록 했습니다.

[지나 러몬도/미국 상무장관 (지난달 23일) : 반도체 과학법은 민간 투자를 자극하고 늘리기 위한 것으로 이를 대체하는 게 아닙니다. 단 한 푼의 세금도 낭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 상무부는 다만 초과 이익 환수액이 직접 지원 금액의 75%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규제 조항으로,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이 앞으로 10년간 중국, 러시아 같은 우려 국가에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기술 개발을 위한 제휴도 제한되는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미 정부는 오는 31일부터 보조금 지원을 원하는 기업들로부터 신청서를 받을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박은하, 영상편집 :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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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부 김관진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국내 반도체 업계 반응은?

[김관진 기자 : 각종 사전 조건을 잔뜩 내건 미국 정부 발표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 역시 미국의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환수하겠다는 초과 이익의 기준이 무엇인지 세부 조항이 조금 더 나와 봐야겠지만, 외국 기업들을 배제하고 미국 기업에 보조금을 몰아주려는 것 아니냐,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Q. 기업들의 대응 방향은?

[김관진 기자 : 그래서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보조금을 받아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습니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 여러 명의 의견을 들어봤는데요, 이미 국내 기업들이 큰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한 만큼 보조금 없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다만 이런 기조가 계속되면 이후 미국 내 추가 투자에 신중해질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내 투자 제한 조치인데 특히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 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D램 반도체의 40%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벗어나서 새로운 반도체 공급망 개편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단기간에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걱정입니다.]

Q. 관련 부처 대책은 있는지?

[김관진 기자 : 산업부와 외교부는 우리 기업 경영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 상무부에 적극 입장을 개진했고, 향후 세부 규정 마련 과정에도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쉽지 않은 이슈인 만큼 미국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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