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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와 해가 뜨지 않는 '극야' 체험

[극적인 사람들] 남극 기지의 백야와 극야, 그리고 기지 생활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글: 최태진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 책임연구원)
 

남극 기지에서의 백야와 극야

  
6월 초 기지를 배경으로 / 최태진(대장), 신진호(의료대원), 최지년(중장비대원)
백야는 밤이 어둡지 않다. 특히, 남북극 고위도에서는 백야 중 자정에 해를 볼 수 있다. 위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남극세종과학기지(남위 62도)에는 백야가 있지만 한밤중에 해를 볼 수 없다. 반면에 남극장보고과학기지(남위 74도)는 한밤중에도 해를 볼 수 있는 날이 약 90일 정도 된다.

극야는 해가 뜨지 않고 밤만 계속되는 시기인데 세종과학기지에서는 365일 해가 뜨고 지지만, 장보고과학기지는 100일 이상 해가 뜨지 않는다. 해가 뜨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한밤처럼 흑야만 있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태양은 지평선 아래에서지만 계속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맑은 날 정오 무렵은 가로등이 없더라도 주변 식별이 가능한 박명이다. 심지어 태양 고도가 가장 낮은 남극 동지(6월 21일)에도 그렇다.
 

기지 생활의 어려움

 
극야 직후 일출 (8월 15일) 
극야 직전 마지막 일몰 (4월 30일) 
백야와 극야 어느 쪽이 힘들까? 백야는 육체가, 극야는 정신적으로 힘들다. 모든 남극 기지가 그렇듯 장보고과학기지에서의 백야 기간은 대원들에게는 몹시 바쁘다. 백야는 남극의 여름이기 때문에 기온이 낮지 않아 기지 유지 보수, 인근 기지와의 교류, 식자재 정리, 화물 반출과 반입 등 많은 일이 쌓여 있다. 그리고 휴일과 야간(?)에도 근무를 할 상황이 온다. 하계 대원의 기지 체류 기간은 정해진 반면 날씨 조건이 여의치 않아 연구활동이 불가능한 날이 수시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단점은 여유 있게 개인 시간을 활용하기 어렵고, 기지의 수용가능한 인원 수가 함께 체류하여 2~3인이 방 하나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 정신이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시간이 잘 간다. 때론 연구 지원을 위해 헬기로 기지를 벗어나 망중한을 즐길 수도 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지만 완벽 차단이 가능하여, 기지 밖은 해가 쨍쨍해도 방을 흑야로 만들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남극 동지, 장보고기지 동지 축전 
월동대만 남아 있는 극야는 겨울이라 매우 춥다. 그래서 야외 활동이 매우 제한되어 한정된 공간인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기지 밖과의 소통은 인터넷과 전화뿐이고, 장보고과학기지는 가까운 곳에 극야를 같이 보낼 수 있는 외국기지가 없어 완전 고립 상태라 심리적으로도 위축이 된다(코로나19 이전에는 10km 떨어진 이태리 하계 기지와 잦은 교류가 있었다). 여기다 1주일에 한 번 이상 찾아오는 당직(백야에도 당직은 있다)은 정상적인 수면 리듬을 깨뜨려 식사 시간도 불규칙하게 만들기도 한다. 휴일에 가끔 새벽에 일어나 고기를 구워 먹거나 아침 미팅 때 지난밤 수면 부족으로 피곤해하는 얼굴들을 대할 때면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극야 생활의 어려움은 월동 경험과는 상관이 없으며 딱히 해결 방안이 있지도 않다. 힘들면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잘 견뎌낼 수밖에 없다. 나는 대장 입장에서 남극 동지를 비롯한 이벤트를 해서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거나 힘든 대원과 면담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다들 잘 극복해 냈다. 극야가 백야보다 좋은 것은 1인 1실의 사용과 상대적으로 적은 업무량이다. 저녁 시간과 휴일은 온전히 개인의 차지이다. 2020년 월동 기간 중에는 6명의 대원이 밴드를 구성해 맹렬히 연습하기도 했다.

영하 25-30도라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한 시간 이내에 기지 주변을 산책해도 괜찮다. 내가 주로 간 곳은 취수구와 정서진이다.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취수구는 얼지 않도록 바닷물의 일부를 돌려보내 한겨울에도 취수구 주변은 바다가 얼지 않는다. 이곳에 가끔 숨을 쉬기 위해 해표가 오기도 하는데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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