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김기현 '울산 땅'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들

울산 언양읍 구수리 마을

[취재파일] 김기현 '울산 땅'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들
2월 24일 오후, 울산 언양읍 구수리 마을에 가봤습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 소유의 땅을 직접 보기 위해서입니다. 김 후보의 땅이 새 도로(삼동~KTX 울산역) 개설을 앞두고 막대한 이익을 봤거나 볼 예정인지 현장에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과연 '노른자 땅', '대박이 난 땅'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가치 있는 땅이 맞느냐는 것입니다.

이 의문이 먼저 해결돼야 합니다. 막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했다면, 김 후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선 변경 등 도로 개설(삼동~KTX 울산역)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한 게 아니라면, 김 후보가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곧장 직결될 수는 없습니다.

2월 24일, 오후 2시 반쯤 구수리 마을 이장님과 함께 김 후보의 땅에 가봤습니다. 기자가 현장에서 눈으로 본 것들, 그리고 마을 주민들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적어보겠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① 접근조차 어려운 땅인가?


접근은 가능합니다. 다만, 임도 등 길이 따로 나 있지 않아 일반 승용차로는 접근이 어렵습니다. 취재진은 KTX 울산역에서 차량을 타고 김 후보 땅으로 출발했습니다. 내비게이션상 약 5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중간에 구수리 마을회관(언양읍 구수길 49)을 지나가게 됩니다. 문제는 회관을 기점으로 임도 등 길이 따로 없다는 점입니다. 개인 소유의 땅에 난 비포장도로, 사도(私道)만 있습니다. 더군다나 폭이 매우 좁아 승용차나 승합차로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취재진은 구수리 마을 이장님의 4륜 구동 화물차를 타고 김 후보 땅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② 밤산인가?


밤산이 맞습니다. 해당 땅에는 밤나무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척 많습니다. 2월이라 밤 수확철이 아니지만, 임야 곳곳에 수확하고 남은 밤송이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과수원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된 땅은 아니었습니다.

구수리 이장님에게 관리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전부터 김 후보 임야를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밤 수확철인 8~10월쯤 관리인이 경운기를 타고 와서 밤을 수확해가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합니다. 다만 3만 5천 평에 달하는 임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과수원처럼 운영하기엔 인건비가 많이 들고, 밤을 수확하여 그만큼 이익을 낼 수 있는 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③ 터널이 필요한가?


터널 개설이 왜 필요한 지 현장에 오면 체감할 수 있습니다. 산세가 험하고, 경사도 가파릅니다. 김 후보 땅 안에 들어서 있으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취재진이 전화 연결이나 문자 메시지 전송에 애를 먹었을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구수리 마을에는 송전탑과 송전선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삼동~KTX 울산역 노선이 구수리 마을을 지나가야 한다면, 왜 일반 도로 개설이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존재합니다.

해당 임야에 도착하기 전 울산시청 도로건설과 담당자와 통화했습니다. 현장에서 터널이 생기는 구간과 도로가 생기는 구간을 비교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삼동~KTX 울산역 도로 담당자는 "실시 초기 단계라 (노선안이) 확정된 게 아니다"라면서, 정확한 지번을 실무진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종 노선안은 내년 상반기에 확정된다"라고 답했습니다.

따라서 앞서 진행된 타당성조사 결과보고서, 도로 계획안 노선을 통해 터널과 도로의 위치를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이 계획안대로 노선이 최종 확정된다고 하면 김 후보의 땅은 터널 시작점에서 약 1km 거리가 차이가 납니다. 터널 시작점이 될 순 없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④ 도로가 생기면 횡재인가?


구수리 지역은 지면 도로가 생겨도 당장 이득을 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김기현 후보 땅을 포함해 구수리 마을 일대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근처에 울산 대암댐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 도로가 생겨 땅 값이 오르는 이유는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수리 마을은 도로가 생겨도 개발이 제한됩니다. 건물을 짓고자 할 때 허가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도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터널과 터널 사이를 이어주는 도로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구수리 마을 이장은 이러한 이유로 구수리 마을이 수혜를 입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삼동~KTX 울산역 도로 개설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지역은 구수리 마을보다는 끝 지점인 울주군 삼동면 일대라고 주장합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⑤ 그동안 땅값이 올랐나?


땅값이 오른 건 맞습니다. 김기현 후보는 지난 1998년 해당 땅을 약 2억 원에 매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입 면적을 고려했을 때 3.3㎡당 5,700원꼴에 매입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구수리 마을에서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임야의 3.3㎡당 시세가 얼마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김 후보의 땅과 비슷한 성격의 땅이 얼마에 거래됐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취재진은 구수리 마을에서 30년 이상 살았던 주민들에게 임야 시세를 물어봤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 평당 10만 원 이상 받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앞서 말한 터널 관통, 상수원 보호구역, 송전탑 설치 등 마이너스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적정가를 물어보자 5만 원에서 10만 원 선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평가라 정확히 값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김 후보가 25년 전 땅을 산 뒤 값이 적어도 10배 올랐다고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한 언론사는 AI 감정가 분석을 김 후보 땅이 가치가 매입가 대비 5.4∼16.6배 올랐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1,800배 시세 차익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다만, 주민들은 현재보다 땅값을 더 높게 쳐주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기획부동산 투기 세력이 마을에 와서 땅을 사들인 적이 있다고 합니다. KTX 역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구수리 땅을 엄청 매입했는데, 그때 많은 주민들이 3.3㎡당 10만 원 선을 받고 투기 세력에 팔은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비추어 볼 때 구수리 마을이 투자 가치가 있는 땅으로 이목을 끌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황교안 후보 측도 지난 2016년도에 김 후보 인근 땅이 쪼개기 방식으로 3.3㎡당 평균 441,000원 선에 매매가 된 적이 있다고 밝혀냈습니다.
 

⑥ 김 후보 땅 매입은 어떻게 했나?


구수리 마을 주민들 중에는 1998년 김 후보의 땅 매입을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김 후보는 앞서 교회 지인으로부터 해당 땅을 매입했다고 말했고, 매매 기록에 나와 있는 김 모 씨가 교회 지인과 동일 인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 중에 교회 지인 김 씨를 아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따져볼 부분도 있습니다. 구수리 이장님은 "당시 땅이 경매에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 지인 김 씨가 소유하기 전에는 울산 울주군 출신의 정치인이 소유한 땅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임야 대장에도 교회 지인 김 씨가 소유하기 전에 임야를 소유했던 사람의 기록이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매로 나온 땅을 교회 지인 김 씨가 사고, 그다음 김기현 후보에게 곧장 매도한 것인지는 확인이 더 필요합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2007년, 휘어진 도로 노선


현장에 가보면 의혹이 해소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2007년, 도로 노선이 김 후보 땅 쪽으로 휘어진 과정을 비롯한 행정상 절차는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김 후보 땅값이 몇 배 올랐느냐를 따지는 문제를 차치하고,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면 별도의 중대 사안입니다. 2007년 당시 김기현 후보는 17대 국회의원이었습니다.

성남시의원 출신의 이기인(현 경기도의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앞서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07년 노선 변경 당시 일련의 과정이 시의회 기록에 명확히 남아 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기인 후보는 "노선 굴절을 결정한 1. 용역 착수-중간-최종 보고의 참석자의 주체가 기록되거나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이렇다 할 회의록이 남겨져 있지 않은 점, 2. 이것을 확정하는 도시계획심의위의 의결 과정 또한 불투명한 점"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앞서 "부동산 문제가 역린"이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동산 문제가 그만큼 민감한 이슈입니다. 부동산은 국민 모두에게 직결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력 정치인이 부정한 방식으로 부동산 이득을 취했다고 하면,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는 다른 논란보다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해명이 필요한 부동산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언정 '더 들을 필요가 없겠구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적극 해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때를 기회 삼아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로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비열한 행위도 없도록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