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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공사 계약 조건으로 돈 빌려준 시공사…대법 "공사 계약 무효라도 돈 갚아야"

재개발 공사 계약 조건으로 돈 빌려준 시공사…대법 "공사 계약 무효라도 돈 갚아야"
재개발 사업 추진위원회가 건설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재개발 공사 계약이 체결된 경우, 시공 계약이 무효가 됐다고 해서 채무 관계까지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현대건설이 A 재개발 사업구역 내 토지 소유자인 B 씨 등 11명을 상대로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구역 재개발 추진위는 2006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공사 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에는 현대건설이 추진위 요청에 따라 사업 시행에 드는 자금을 대여해 준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순차적으로 추진위에 총 34억 여원을 빌려줬고, B 씨 등은 이 채무를 연대보증 했습니다.

그런데 재개발 사업구역 안의 다른 토지 소유자가 시공사 선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추진위 결의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까지 나왔습니다.

이에 현대건설은 추진위와 B 씨 등에게 대여금 중 25억 여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심은 B 씨 등이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시공사 선정 결의가 없던 일이 됐으니 그것을 전제로 한 공사 도급 계약은 무효이며, 공사 도급 계약에 포함된 현대건설의 대여금 계약 역시 무효라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이 관련 민법 조항의 법리를 오해해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며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민법 137조는 "법률 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일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 행위를 했을 것이라고 인정된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해석하는 문제를 두고 "법원은 법률 행위 당시 일부가 무효이더라도 나머지 부분을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등을 심리해 나머지 부분이 무효인지 유효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심은 재개발 추진위가 공사 도급 계약이 무효가 되더라도 소비대차약정(금전 대여 약정)을 체결·유지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소비대차약정까지 무효가 된다고 판단했다"며 "일부 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추진위가 2006년 공사 도급 계약 체결 당시 "시공사 선정은 법적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관할 행정청의 안내를 받아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음을 알고도 현대건설로부터 돈을 빌렸고, 계약이 무효가 된 뒤에도 추진위와 현대건설이 장차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자금 대여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추진위와 시공사 사이 소비대차계약의 효력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판결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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