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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터널보다 더 큰 열차를 샀다고?…3400억 날릴 위기

터널보다 큰 열차 주문한 스페인 철도회사 렌페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기차를 주문했는데 터널보다 크다면 어떻게 될까요?

스페인에서 이 같은 황당한 일이 벌어져 현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고, 결국 관련 고위 관료들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최근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교통부의 고위 관료 2명이 사임해 이번 논란으로 모두 4명이 옷을 벗었습니다.

앞서 지난 2020년 6월 스페인 철도회사인 렌페(Renfe)는 40년 이상 운영돼 오래된 열차 교체를 위해 북부지역에 새로 투입할 열차 31대를 철도 제조업체인 CAF에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였던 2021년 3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주문해서 들여온 열차가 터널의 폭보다 훨씬 커 정작 터널을 통과할 수 없었던 겁니다.

알고 보니 산악지역 철도망은 19세기에 지어져 현대 규격에도 맞지 않고 터널 크기가 다양했는데, 렌페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주문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투자한 금액만 무려 2억 5,800만 유로, 한화로는 약 3,400억 원이었습니다.

이 같은 황당한 행정 사고는 지난달 말 현지 언론 엘코메리코 등을 통해 폭로됐습니다.

사건이 알려지자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어이없는 행정 실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셌고, 책임자에 대한 사퇴 요구도 빗발쳤습니다.

결국 2018년부터 렌페를 이끌었던 이사아이스 타보아스 대표가 지난 20일 사직서를 제출, 스페인 교통부 이사벨 파르도 데베라 차관 역시 여론에 떠밀려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국영철도는 지난 2월 초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도 두 명의 고위 관료를 해임했습니다.

터널보다 큰 열차 주문한 스페인 철도회사 사건 관련, 스페인 교통부 장관 입장 표명 (사진= rtve.es 보도 영상 캡처)
▲ 이번 사건 관련해 입장 표명하는 스페인 교통부 장관

교통부와 스페인 중앙 정부 측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초기에 발견돼 우려할 만한 수준의 예산 낭비는 없었다. 추가로 혈세가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으나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현지 매체들은 스페인 교통부가 CAF와 맺은 계약서에 '열차 완성 전에 터널의 정확한 치수를 확인할 의무가 표기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2024년에 투입됐어야 할 열차는 재설계에 들어가면서 최소 2~3년 늦어져 실제 운행은 오는 2026년에야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사진=현지 매체 'rtve.es' 보도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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