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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타이완을 '고슴도치'로…병력 늘리는 미국

[월드리포트] 타이완을 '고슴도치'로…병력 늘리는 미국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대외정책은 한마디로 '복잡미묘'합니다. 그 어느 나라보다 타이완의 안보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동시에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는 상당히 역설적인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난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타이완과 국교를 단절하고 맺고 있던 공동방위조약도 폐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타이완에서 완전히 손을 뗀 건 아니었습니다. 그해 4월 미 국내법으로 타이완에 대한 안전보장 조항을 담은 타이완 관계법을 제정했습니다.

타이완 관계법은 타이완 유사 시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또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거나 군사적으로 위협할 경우 의무적으로 타이완에 무기를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타이완 해협에서 비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한 모든 현상 변경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유사시 미국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타이완 주둔 미군 100~200명까지 확대"

미국과 중국 간 국력 차가 뚜렷했던 당시만 해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중국은 이미 군사력과 경제력 모든 면에서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아니,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재편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며 견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불편한 양대 패권 국가 사이에 화약고가 바로 타이완입니다.

과거처럼 대놓고 타이완을 지켜줄 수 없게 된 미국은 이제 무기 체계와 훈련 프로그램 지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효과나 상징성 면에서 가장 큰 건 역시 주둔 미군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수개월 안에 타이완에 100명에서 200명 사이의 미군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1년 전 30명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나는 것입니다.

사실 28,500명 규모의 주한 미군이 있는 우리 나라 입장에서 보면, 100~200명 정도 병력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배치되는 지역이 화약고나 다름 없는 타이완이고 보면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교도, 방위 조약도 없는 나라에, 그것도 중국이 눈에 불을 켜고 미국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둔 병력을 4배나 늘리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추가로 파병되는 부대가 타이완군의 미군 무기체계를 훈련시키는 건 물론, 중국의 잠재적인 공격으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군사적 기동에 대해서도 훈련하게 될 거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내 미시간주 방위군 기지에서도 일부 타이완군이 훈련을 받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군사력을 증강한 중국이 점점 더 공격적인 작전에 나서자, 섬 공략을 어렵게 만드는 이른 바 '고슴도치' 전략에 맞게 전술과 무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미, 중국 자극 없이 타이완 지키기…미션임파서블

미국의 목표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타이완에 자체 방어 능력을 구축해주는 겁니다. 미국 관리들은 현재 수준의 타이완 지원에 중국이 당장 태도를 바꿔 발끈하지는 않을 걸로 보고 있지만 중국이 정말 꺼리는 게 어떤 건지, 어느 수준까지 타이완을 지원할 수 있는 건지 결정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물류의 상당량이 몰리는 타이완 해협을 넘겨줄 수 없는 미국 입장에서는 타이완을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 마당에 군사력, 경제력 모두 부담스러운 중국을 정면 상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100~200명 수준의 파병 계획을 놓고도 언론의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을 만큼 조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의 태도와 달리 중국은 타이완 문제에 관해 단호한 입장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중국 국방부는 미국발로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중국의 타이완 공격 시기 관련 각종 추측에 대해 "타이완 문제 해결은 중국인이 결정할 일"이라며 "외부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급부상 속에 힘의 논리가 절대적인 국제 사회에서 타이완 정세가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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