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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입주자 소통 위해 모인 줄 알았는데…알고 보니 '영업용' 카페

이달 말 경기 파주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A 씨. 지난해 10월, 같은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과 단지 주변 맛집이나 편의시설 등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물품 공동구매도 알아볼 겸 예비 입주자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파주 영업용 카페

해당 카페는 예비 입주자들이 청약 당첨 문자를 받은 날 바로 만들어졌고, 회원 수도 금방 400명을 넘겼습니다. 카페를 통해 예비 입주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도 만들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영업용' 카페

그런데 점점 이상한 점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카페 운영자가 파주가 아닌 충남 서산에 있는 아파트 단지 관련 글을 올렸다가 지우는가 하면, 유해 스팸이나 광고글을 지워달라며 카페 관리를 요구하는 회원들을 강제 퇴장시키기도 했다는 겁니다. 또 '진짜 입주자가 맞느냐'며 추가 인증을 요구하는 입주민들의 요구에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A 씨는 한 달이 지나서야 해당 카페가 아파트 입주 관련 전문 업체가 만들어 운영하는 '상업용 카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경기 수원과 안산, 양주는 물론 충남 서산에서도 업체 관계자가 같은 아이디를 이용해 비슷한 방식으로 입주자 카페를 운영한 걸로 파악된 겁니다.

영업용 카페 운영

개인정보 도용 정황도

예비 입주자들이 카페에 가입하기 위해 운영자에게 보냈던 '입주민 인증용' 개인정보가 도용된 정황도 나왔습니다.

A 씨를 비롯해 실체를 알게 된 입주자들이 새로운 카페를 만들자, 업체 측이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입주민 B 씨의 이름과 동·호수가 적힌 계약금 영수증을 이용해 입주민인 척, 새 카페에 잠입했다가 적발된 겁니다.
 
"정확히 저희 신랑 글씨체예요. (개인정보를) 어떻게 악용할지 모르는 문제다 보니까 많이 당황했어요." - B 씨

파주 영업용 카페 피해 입주자 인터뷰 모습

입주자 카페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입주자 카페를 통해 입주 시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공동 구매하면 가격 할인이나 추가 서비스 등 입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오는데, 해당 카페에서 소개한 서비스는 오히려 가격이 더 비싸졌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알아봤던 똑같은 브랜드의 업체였는데, 세대당 한 4만 원씩도 차이나더라고요. 입주박람회 특가라고 올려놓은 가격이." - A 씨

입주민들은 해당 업체가 카페를 통해 예비 입주자들을 모은 뒤, 입주박람회를 열어 참여 업체들에게 수수료를 받거나, 홍보비를 받아 챙겼다고 의심합니다.

입주자 카페를 이용한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얘기인데, 실제로 입주민들이 해당 업체가 앞서 진행했던 입주박람회의 '행사비 안내' 내용을 확인해보니 '인테리어 업체 250만 원', '가전업체 400만 원' 등 업종별 참가비가 명시돼 있었단 겁니다.

파주 영업용 카페 아파트

입주민들은 업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인 입주민들이 투명하게 관리했더라면 공동관리비를 내는 데 쓰이거나 골고루 돌아갔어야할 경제적 이익을 업체가 가로챈 셈이라고 주장합니다.
 

가짜 카페로 입주자대표회의 구성도 난항

또, 아파트에 살며 문제가 생겼을 때 주민들이 목소리를 모으거나 공동 대응하기 위해선 50% 이상이 동의한 입주자대표회의나 입주자예정협의회 등이 필수적인데, 업체가 운영하는 카페로 예비 입주자들이 분산되면서 필요한 인원을 모으기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문제라고 호소합니다.

파주 영업용 카페 아파트 업체 해명

이러한 문제 제기에 해당 업체 측은 "영업을 위해 카페를 만들거나 운영한 건 맞다"면서도 "누구나 카페를 만들 수 있으며, 입주자 개개인의 동의서를 받고 만드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온라인 카페 관리 규정 허점

'진짜 입주자 카페'와 '영업용 카페'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온라인 카페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가입을 강제하는 것도 아니라서,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고 관리 주체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피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우선 우리 아파트 입주자 카페가 이미 개설된 다른 지역 입주자 카페와 유사하진 않은지, 카페 운영자 아이디가 동일하진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또 실제 입주민들의 생활에 도움되는 지역 정보나 생활 밀착형 정보가 많은지도 봐야 합니다. 유해 스팸이나 광고 차단 등 카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입주 관련 협력업체들에 대한 광고가 지나치게 많다면 일단 의심해보는 게 좋습니다.

파주 영업용 카페 피해 입주자 인터뷰(뒷모습)

가짜 입주자 카페로 곤란을 겪었던 입주민들은 무엇보다도 '투명한 관리'와 입주자들 사이의 활발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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