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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금리 숨 고르기, 미국은 인상?…격차 더 벌어진다면 (풀영상)

<앵커>

한국은행이 오랜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치솟는 물가를 붙잡기 위해서 그동안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왔던 한국은행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가 아직 잡힌 것은 아니지만, 소비가 줄고 투자가 위축돼서 경기가 가라앉는 것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오늘(23일) 첫 소식 김정우 기자입니다.

<김정우 기자>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는 2년 6개월 만에 뒷걸음질 쳤습니다.

수출과 민간 소비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무역 적자가 11개월 연속 이어졌고, 고금리에 사람들은 지갑을 닫았습니다.

기업도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을 줄이면서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2개월 만에 가장 작았습니다.

이런 여파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1.7%에서 1.6%로 낮췄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5%대로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한국은행은 더 금리를 올릴 경우 심해질 경기 위축을 우려하면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습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 IT 경기 부진 심화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높아진 물가 수준과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소비의 흐름도 약화됐습니다.]

금리가 더 오를 경우 부동산시장에 미칠 충격,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도 고려했습니다.

7연속 금리 인상 행진이 일단 멈추자 금융시장은 안도했습니다.

코스피는 1% 가까이 오른 채 장을 마쳤고, 최근 가파르게 올랐던 원·달러 환율도 하루 만에 1,300원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가 꺾였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최종 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 이번 동결의 의미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게 아니고 시간을 두고, 추가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는지 고려하는 결정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가와 경기 사이 진퇴양난의 형국에서 이번 동결 조치는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해석됩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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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는 경기가 가라앉는 것이 걱정인데, 반대로 미국은 경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올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소식은 뉴욕에서 김종원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김종원 기자>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냐, 경착륙할 것이냐를 점치던 시장이 최근에는 아예 착륙을 하지 않는 '노 랜딩' 우려에 빠졌습니다.

높은 금리에도 경기가 둔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과열되고 있다는 지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고용 지표가 발표되며 여전히 과열된 노동시장을 보여줬고, 각 기업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물경제 전망을 알아보는 구매관리자지수 역시 8개월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경기가 되레 확장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내보인 것인데, 시장은 큰 불안에 빠졌습니다.

경기를 둔화시켜 물가를 잡기를 원하는 연준이 더 강력한 통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속도 조절에 나설 당시 회의록이 공개됐는데,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매파적 입장을 보인 연준 위원이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리즈 밀러/서밋플레이스파이낸셜 대표 : 연준 통화정책위원들은 통화정책이 너무 제약적이게 되는 것보다는 너무 약해지는 걸 훨씬 더 많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긴축 정책이 과하게 시행되는 걸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아요. 위원들은 우리 경제의 목이 졸리는 걸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올 상반기 금리를 기존 전망보다 더 많이 올리면서 5~5.25% 구간으로 예상했던 올해 말 기준금리가 5.25~5.5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좋은 뉴스가 나쁜 뉴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 지표가 양호하게 나올수록 시장의 긴축 공포심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욱, 영상편집 :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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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계속해서 경제부 김정우 기자와 이야기를 더 나눠보겠습니다.

Q. 우리는 미국과는 다르다?

[김정우 기자 : 우리는 수출, 고용, 성장률, 안 좋은 경제 지표 투성이인데, 미국은 생각보다 좀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까 물가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경기'라는 선택을 과감하게 할 수 있었는데, 미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4%, 예상치보다 훨씬 높게 나오면서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7개월 정도 먼저 올렸기 때문에 조금 여유가 있는 상황입니다.]

Q. 미국과 금리 격차 벌어질까?

[김정우 기자 : 쉽게 말해서 이자를 많이 주는 쪽으로 투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우리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 채권을 6조 5천억 원어치 정도 팔아치웠습니다. 이게 통계 작성을 2000년부터 했는데, 이때 이후로 최대 규모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0.50% 정도 올리면 우리와 기준 금리 차이가 1.75%포인트까지 벌어지는데 이 역시 지금까지 없었던 만큼 최대 규모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이 생기면 한국은행도 기준 금리를 올리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물가 잡기냐, 경기 침체 막기냐

[김정우 기자 : 오늘(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안개가 가득해지면 차를 잠시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까 물가든 경기든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금은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Q. '금리 인상 기조 끝났다' 단정해서는 안 된다?

[김정우 기자 : 그렇습니다. 기준금리는 지금 당장은 동결했지만 미국의 긴축 정책이 계속 이어진다는 소식 때문에 시중 금리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기준금리가 더 안 오를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빚을 늘린다든가 투자 비용을 키우는 것, 이것은 좀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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