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작심 기자회견 "강도와 깡패가 날뛰는 무법천지"…사퇴론도 일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23일) 1시간이 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전체 1시간여 간담회 중 모두발언에만 45분을 할애해 자신에게 청구된 위례·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성남 FC 후원금 의혹 관련 구속영장을 상세히 비판했습니다.

"사건은 바뀐 것이 없는데 대통령과 검사가 바뀌니 판단이 바뀌었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에서 패배했고, 검사를 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고, 무도한 새로운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성남 FC 사건은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이 됐다가 대통령 선거 후 재수사가 이뤄졌고, 갑자기 구속할 중대 사건으로 바뀌었다"며 "대장동도 마찬가지다. 이게 2018년까지 벌어진 일인데 그동안 박근혜 정부도 저를 탈탈 털지 않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대표는 특히 자신이 직접 돈을 받은 혐의는 드러난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영장에 보면 이재명이 돈 받았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찾아낸 게 없다 보니 검찰에 포획돼 궁박한 처지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해 번복된 진술을 만들어내고 그에 기초해 검은색을 흰색으로, 흰색을 검은색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내가 배임이면 LH는 배임할배죄냐"…대장동 의혹 구체적으로 반박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들여 일일이 반박했습니다.

그는 "수익의 70%를 환수하지 못해서 배임죄라면 공공개발을 포기한 LH는 배임할배죄냐, LH에 공공개발을 포기하라고 한 국회의원과 이명박 대통령은 배임교사죄냐"고 비꼬았습니다.

자신이 민관개발을 통해 대장동 개발이익 일부를 환수했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대장동 혐의를 '토착비리'라고 강하게 비판한 검찰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습니다.

검찰이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초과 이익을 산정하고 이 대표 본인에게 배임죄를 적용했다며 "검찰에도 '가격심사부' 같은 걸 둬서 범죄를 미리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토착 비리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데, 이건 검찰 비리"라며 "남욱 씨도 국민의힘 청년위원장 출신이라는 것 아니냐. 대장동 이익을 취한 사람은 다 국민의힘 사람이고 검사 출신 아니냐"고 역공을 폈습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의 삭제를 지시한 적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내부 직원들끼리 논쟁하다 끝난 일이었다는 것을 검찰도 알고 있다"며 "부정행위 등 의혹이 발생할 수 있기에 확정액으로 하겠다는 것이 제 명확한 방침이었다"고 답했습니다.

■ "성남 FC, 미르재단과 달라…직원 월급 받은 걸 불법 지출로 몰아"

이 대표는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했습니다.

제3자 뇌물의 당사자로 지목된 성남 FC는 사유화가 불가능한 기관이라는 점을 설명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이 대표는 "자꾸 비교하는 미르재단과 달리 성남 FC는 조례로 만든 산하기관으로 사유화가 불가능하다"며 "몇 년을 뒤지고도 성남 FC 예산을 부정하게 쓴 것을 못 찾으니 직원들이 월급 받은 것을 불법적인 지출처럼 써 놨다"고 반박했습니다.

■ "오랑캐가 침략을 계속하면…" 사퇴론 일축

이재명 대표는 현재 상황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하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거나 대표직을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실질심사에 응할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 질문에 "평화 시대에는 담장도 없애고 대문도 열어놓고 사는 게 맞지만,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황이 본질적으로 엄혹하게 바뀌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신의 불체포특권 폐지 공약을 이행하거나,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는 평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하고 싶은 일은 이런 것일 거다. 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서, 영장 심사가 끝난 후에 구치소에 갇혀서 대기하는 모습, 또는 수갑을 찬 이재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며 "법치를 빙자한,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 가는 폭력의 시대,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선에서 제가 부족해서 패배했고, 그로 인해 치러야 할 수모와 수난은 제 몫이기에 감당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러나 승자로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권이 지금 벌이는 일들은 저의 최대치의 상상을 벗어난다"고도 부연했습니다.

이 대표는 향후 검찰의 '쪼개기 영장 청구' 등이 이어질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국경을 넘어 오랑캐가 불법적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는 비유를 들었습니다.

당내 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대표직 사퇴' 목소리에 공개적으로 선을 그은 것입니다.

이 대표의 오늘 장시간 회견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보고를 하루 앞두고 검찰 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부각하는 여론전에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