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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대중목욕탕은 다 어디로 갔을까…수치로 본 목욕탕史

그 많던 대중목욕탕은 다 어디로 갔을까…수치로 본 목욕탕史
그 많던 대중목욕탕은 어디로 갔을까?

과거 동네에 한두 개는 으레 있었던 목욕탕은 주말이면 가족이 함께 가던 공간이었지만 하나둘 자취를 감추면서 이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게 됐습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보급과 난방 기술의 발달, 샤워 문화의 확산 등으로 목욕이 집에서 하는 일이 되면서 목욕탕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데다가 찜질방과 같은 새로운 목욕업태가 전통적인 목욕탕의 입지를 앗아가기도 했습니다.

목욕탕 업계는 3년 전 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면서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맞이했고, 이런 방역 규제가 완화한 지난해 말엔 국제적 에너지 비용 급증에 따른 '난방비 폭탄'을 맞았습니다.

정성태 한국목욕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17일 라디오에 나와 "코로나 끝나는 걸 겨우 버텼다가 지금은 공공요금 폭탄을 맞았다"며 "사랑방 역할을 하는 목욕탕들은 거의 지금 한 80%, 90% 다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부산 지역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정 회장은 최근 언론 통화에서 자신의 발언이 목욕탕 80%가 없어졌다는 게 아니라 부산에서 최근 몇 년간 목욕탕 80여 곳이 문을 닫았다는 뜻이라고 발언을 정정했습니다.

찾는 사람이 크게 줄면서 목욕탕이 사양 산업이 됐고, 최근 들어 더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렇다면 목욕탕은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많이 사라진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가 수집·관리하는 목욕장업 현황 자료를 분석해야 합니다.

이 자료는 1950년대 이후 현재까지 인허가를 받은 전국의 목욕탕 현황을 담은 것으로, 전통적인 대중목욕탕인 '공동탕업'뿐 아니라 찜질시설서비스영업(찜질방), 한증막 등 여러 업태의 목욕탕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전국 목욕탕 수 추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까지 인허가를 받은 목욕탕은 전국적으로 1만7천296곳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엔 인허가 일자나 폐업 일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목욕탕은 제외됐습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인허가를 받은 대중목욕탕은 부산시 동래구의 '금정탕'이었습니다.

1954년 1월 31일에 인허가를 받았지만, 2013년 10월 31일 폐업했습니다.

이 금정탕이 인기가 있었던 탓인지 똑같은 상호로 인허가를 받은 목욕탕이 부산에만 8곳이 더 있었습니다.

현재도 운영 중인 목욕탕 가운데 최고령은 대전시 유성구의 '유성호텔 대온천탕'입니다.

1954년 9월 20일에 인허가를 받았으니 이제 고희(古稀·70세)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목욕탕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입니다.

이 당시 연간 인허가 건수가 400건 내외에 달해 전국의 목욕탕 수가 1982년 2천 곳, 1984년 3천 곳, 1987년 4천 곳, 1989년 5천 곳으로 2∼3년마다 1천 곳씩 늘었습니다.

성장세는 1990년대, 2000년대에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2003년은 목욕탕 업계의 최전성기라고 할 만했습니다.

한해 인허가 건수가 1천442건으로 독보적으로 많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 불었던 찜질방 붐 덕분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시 폐업 건수도 880건에 달해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목욕탕 수가 최정점을 찍은 것은 2004년 3월이었습니다.

당시 전국적으로 영업 중이던 목욕탕은 9천970곳으로 1만 곳에 근접했습니다.

하지만 그해 폐업 건수가 725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인허가 건수(639건)를 앞지르며 목욕탕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전국 목욕탕 수는 2008년에 9천 곳, 2013년 8천 곳, 2018년엔 7천 곳 미만으로 줄었고, 올해 들어 지난달 말엔 5천991곳으로 감소했습니다.

정점을 찍었던 2004년 3월과 비교하면 10년도 채 안 돼 39.9%(3천979곳)나 급감한 셈입니다.

전통적 목욕탕인 공동탕업만 따로 보면 감소세가 더 가팔랐습니다.

공동탕업은 정점인 2004년 3월 8천795곳에서 지난달 말 4천350곳으로 50.5%나 감소하며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지난달 말 현재 목욕탕이 가장 많은 곳은 경상남도로, 820곳이 운영 중이었습니다.

이어 경기도(762곳), 부산시(733곳), 서울시(699곳), 경상북도(500곳) 순이었습니다.

지역별 인구수 대비 목욕탕 수를 따지면 순위에 약간의 변동이 있습니다.

경남은 인구 3천997명당 목욕탕이 1곳꼴로 있어 역시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주도가 2위로 올라서며 인구 4천457명당 1곳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위는 인구 4천486명당 1곳인 전라남도가 차지했습니다.

서울시는 목욕탕 수 자체는 많지만 인구수를 반영하면 서울시민 1만3천483명이 목욕탕 1곳을 쓰고 있었습니다.

경기도도 인구 1만7천843명당 목욕탕이 1곳으로 목욕탕이 적었습니다.

인구 대비 목욕탕이 가장 적은 곳은 세종시였습니다.

세종시민 2만2천617명당 1곳에 그쳤습니다.

(사진=행정안전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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