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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우리도 언젠가 난민이 될 수 있다고?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기후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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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일주일은 어떻게 보냈나요? 지난 레터로 다루었던 튀르키에 지진은 아직도 계속 여진이 이어지고 있더라고요. 희생자가 더 이상 없길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튀르키예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미디어를 통해 계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지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 남부 지역은 시리아 내전을 피해 온 시리아 난민들이 특히 많이 살고 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상황 때문에, 혹은 생활고 때문에, 정부 탄압을 피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시리아 난민들.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튀르키예 이재민들까지. 오늘 마부뉴스에선 시리아와 튀르키예의 사람들처럼 보금자리를 잃고 떠도는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난민이 아닌 '기후난민'이라는 게 조금 다르지만요. 오늘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우리도 언젠가 난민이 될 수 있다고?"
 

기억에서 잊힌 희생자, 기후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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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바다는 침몰하는 미래입니다. 해수면 상승은 그 자체로 위협일 뿐 아니라 다른 위협을 배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어떤 시나리오에서든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들은 모두 위험해집니다. 모든 대륙에 있는 대도시들은 심각한 충격에 직면할 것입니다"

2023년 2월 14일 유엔 사무총장

지난 14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는 역대 처음으로 해수면 상승이 전 지구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됐어요. 토론회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해수면 상승이 심각하다고 경고했습니다. 해결을 위해 지구촌이 나서서 손을 쓰지 않는다면 저지대에 위치한 공동체나 나라 전체가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죠. 그렇게 된다면 한 국가의 모든 인구가 이동하게 되는 엄청난 규모의 대탈출이 빚어질 수도 있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 사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3년 9월 24일 투발루 공화국의 수상이 유엔 총회에서 한 연설을 가져와 봤습니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과 싸우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과 혹독한 기상이변은 산호섬에 살고 있는 모든 국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위협은 우리에게 직면한 심각한 현실이자, 숨죽이며 다가오는 테러와도 같습니다."

2003년 9월 24일 투발루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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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당장 2021년에 열렸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어요. 당시엔 투발루의 외교장관이 차오르는 바닷속에서 연설을 했죠. 투발루는 기후변화의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고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 해수면 상승을 직면하고 견뎌내고 있다고요. 우리에게 내일이 오길 바란다면 바로 지금 과감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펼쳐진 기후 위기.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 위기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어요. 해수면이 차올라 국토를 잃을 가능성이 큰 투발루와 같은 나라의 국민들은 결국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만 하겠죠. 투발루는 오세아니아 폴리네시아 지역에 위치한 섬나라인데, 섬 9개 중 이미 2개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과학자들은 2060년이 되면 투발루의 거의 대부분이 바다에 잠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기후 위기 때문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잃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하는 기후난민. 기후난민은 실재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관리나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혹시 기후난민이 국제법상 난민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현재 국제법에서는 난민을 난민협약 제1조 등에서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나라를 떠난 사람들만을 난민으로 보고 있어요. 환경오염이나 이상기후,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자국을 떠나는 사람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식적인 데이터나 자료도 부족하죠. 기후 위기의 피해자이지만 제도적으로나 데이터적으로나 잊힌 사람들이 바로 기후난민들입니다.
 

지난 3000년 중, 이번 세기에 가장 빠르게 상승한 해수면


유엔총장이 나서서 해수면 상승을 콕 집어서 기후난민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는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만년설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 거예요. 하지만 특히 2022년은 더 심각하다는 거죠. 해수면 상승이라는 방 안의 코끼리가 해결해야 문제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움직이는 사람은 없는 상황입니다. 그 사이 코끼리의 크기는 해마다 더 커지고 있죠. 더 지체하다간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코끼리에 눌려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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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살펴볼게요. 위의 그래프는 1993년부터 2022년까지 해수면 상승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시기별로 보면 점점 그 속도가 빨라지는 게 보일 거예요. 1993년부터 2002년까지는 매년 2.1㎜가 상승했다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는 매년 4.5㎜로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1901년부터 1971년 사이에는 1년 평균 1.3㎜가 상승했으니 최근과 비교하면 3.4배나 넘게 빨라진 거죠. 1901년 이후 지난 1세기는 적어도 지난 3000년의 어느 때보다도 해수면이 더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주는 빙하도 얼마나 녹았는지 데이터를 확인해 볼게요. 아래 그래프는 스위스 알프스 빙하가 해마다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나타낸 자료입니다. 2001년 스위스 빙하의 양은 76.7㎦였지만 2022년에는 49.2㎦로 3분의 1 이상 줄어들었어요. 각 막대는 전년 대비 빙하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나타낸 건데 다 마이너스입니다. 특히 2021년에서 2022년에는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죠. 전년보다 6.2%나 감소했습니다. 알프스 전역에서 평균 3~4m의 두께 변화가 예측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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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난민에 영향을 주는 건 해수면 상승뿐만은 아닙니다. 허리케인,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도 있죠. 거기에 식량 위기나 물부족 역시 삶의 터전을 빼앗는 요인 중 하나일 거고요. 이런 복합적인 요소를 따져봤을 때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지역은 역시나 개발도상국들이었습니다.

호주의 싱크탱크 IEP(국제평화연구소)에서는 매년 생태위협보고서를 내고 있어요. 이 보고서에는 각 국가별로 식량 문제, 물부족 문제, 인구 문제, 자연재해와 관련된 위협들을 가지고 점수를 매겼는데, 이 걸 보면 2022년 전 지구촌 상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죠. 생태학적 위협으로부터 가장 안정적인 국가들을 살펴보면 덴마크, 영국, 아이슬란드, 몰타, 싱가포르, 이렇게 5개 국가입니다.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모두 유럽 국가들이죠. 반면 가장 위협이 심각한 국가들을 보면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 특정 지역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기후난민의 규모는 분쟁난민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기후난민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요? 맨 처음 이야기했지만 정확하게 관리되는 데이터가 없다 보니 딱 떨어지는 수치로 이야기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국제이주기구에선 2050년에 이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난으로 최대 10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거라고 예측하기도 했어요. 전 세계 인구의 10%가 난민이 될 거라는 암울한 전망인 거죠. 세계은행에서는 2050년까지 1억 4,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국내 난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고요.

독자 여러분, 혹시 국내 난민이라고 들어봤나요? 사실 자연재해 때문에 국경을 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쉽지 않습니다. 투발루와 같이 아예 국토가 사라진다면 국경을 넘어야겠지만 대부분은 국내에서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거죠. 이렇게 국내에서 떠도는 난민들을 국내 난민이라고 말합니다. 국제 난민은 법적 보호도 받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난민들은 국제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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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에서는 국내 난민 데이터를 활용해서 현재 기후난민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봤어요. 마부뉴스가 활용한 데이터는 IDMC(내부난민감시센터)의 GIDD(Global Internal Displacement Database)입니다. IDMC에서는 분쟁과 자연재해로 인해 자국 내에서 떠도는 난민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제공해주고 있거든요. 위의 그래프에 회색으로 표시된 건 분쟁으로 인한 국내 난민의 수이고, 하늘색은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국내 난민입니다. 2009년부터 2021년을 보면 자연재해로 인한 난민이 항상 분쟁 난민보다 많죠? 누적 수치로 비교해 보면 거의 2.7배 수준입니다. 그리고 그 대다수는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해마다 2,000만 명이 넘는 기후 난민들을 그렇다면 어떻게 관리하고 정책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까요? 주변 선진국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걸까요? 투발루의 경우 2000년 초반에 주변 국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호주는 거부했고, 뉴질랜드는 1년에 75명 규모의 투발루 출신 노동자 채용 정도로만 문을 열어두었죠.

그래도 다행인 건 최근엔 조금씩 개선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2022년 5월 뉴욕에서 처음으로 국제이주검토포럼(IMRF)이 열렸습니다. 이 포럼에선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국제이주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어요. 그 영향인 걸까요? 아르헨티나에서는 이재민을 위한 새로운 인도주의 비자가 발효되기도 했습니다. 중남미에 불어닥치는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 또는 환경 위험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이 이 비자를 가지고 있으면 아르텐티나에 3년 동안 체류가 가능합니다. 체류뿐 아니라 이주까지도 가능하도록 정부에서 관리한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죠. 문을 닫았던 호주도 최근 태평양 참여 비자를 발표하면서 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이 허주에 영구적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난민이 될 수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후난민은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폭풍, 해일로 발생하는 홍수에 노출되는 인구를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가 포함되어 있는 아시아가 가장 위험도가 높거든요. 게다가 <슈퍼태풍, 앞으로 얼마나 더 잦아질까?> 레터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태풍 노출 빈도가 93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하죠. 과거보다 훨씬 더 세진 태풍이 찾아오고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면 우리들도 기후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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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막기 위해선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필요하겠죠. 뿐만 아니라 포용적인 태도도 길러야 할 겁니다. 영국의 한 작가는 앞으로 미래에 닥쳐올 기후난민 상황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기후 민족주의'를 꼽기도 했어요.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에 살고 있는 선진국들이 기후위기에 가장 위험한 지역에 노출된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이기주의를 보여줘서는 안 될 겁니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선진국들이 더 많이 지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도 그 선진국 중에 하나이고요.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기후난민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는데 독자 여러분 어땠나요?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주변 국가에서 기후난민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극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니면 예전 아프가니스탄 난민 사례처럼 우리나라에게 도움을 주었던 분들만 중심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래 설문조사를 통해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오늘도 끝까지 긴 글 읽어줘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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