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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산율 0.78 또 역대 최저…280조 어디 썼나 보니 (풀영상)

<앵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12만 3천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태어나는 아기 숫자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았고, 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도 꼴찌였습니다. 280조 원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 문제, 지금부터 자세히 짚어봅니다.

먼저 조기호 기자입니다.

<기자>

굳게 닫힌 초등학교 교문 위에 그동안 감사했다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다음 달 문을 닫는 서울 화양초등학교입니다.

학령 인구 감소로 신입생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김용철/서울 광진구 : 애들을 볼 수가 없어요. 지금 이 앞에 문방구가 두 군데 있었거든. 여기가 문방구 자리이고 저쪽이 문방구 자리이고. 문방구가 아예 없잖아요, 여기가 몇 년 전부터.]

서울에서도 이미 학생 수 감소로 폐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상황이 더 심각해 4년 만에 전국에서 8천여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 9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1천 명 넘게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는 벌써 10년째 꼴찌이면서 평균 출산율의 절반도 안 됩니다.

첫째 아이 수는 전년보다 늘었지만, 둘째와 셋째 아이는 각각 17%, 21%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혼인이 19만 2천 건으로 역대 최소를 기록한 가운데, 결혼하더라도 1명만 낳는 추세가 더 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 씨/결혼 단념 여성 :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들고 사교육비도 또 많이 드는 것 같더라고요. 어른인 저도 힘든데 힘든 어른들이 어떤 희망을 갖고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령화로 지난해 사망자는 37만 2천800명,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인구는 12만 3천800명 자연 감소했는데, 2020년 이후 3년 연속 줄어든 것입니다.

인구 절벽이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총인구는 오는 2045년 4천만 명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생산력이 줄고,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투자도 위축되는 등 전반적인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오영춘·강동철,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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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결혼이 늦어지고 애를 낳는 집이 줄어드는 것은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학교 졸업하고 취직해서 어느 정도 자리 잡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까 결혼이나 출산은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박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법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자립하기 전까지의 시기를 '성인 이행기'라고 부릅니다.

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고 20대에 결혼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2000년 이후 대학 진학률이 73%까지 높아져 교육 기간이 길어지고 취업 연령도 높아져 자립하는 나이도 늦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스스로 성인이라고 생각한다는 비율이 50%를 넘는 나이는 28세입니다.

성인 이행기 기간이 길어지면 결혼과 출산도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결혼해야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젊은이들이 '자립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경제적 독립이나 취업, 거주지 마련 같은 조건입니다.

자립의 상징으로 결혼을 꼽은 젊은이는 이제 10명 중 1명에 불과합니다.

자립하고 안정적인 기반이 마련돼야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도 출산율 하락의 주요 요인입니다.

[김규빈 (22세) : 경제적인 여건이 된다면 한두 명 낳고 싶긴 한데 확답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지원을 해줄 수 있을지가….]

과거 출산과 육아 등에 집중됐던 저출산 대책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해 결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목소리가 큽니다.

[김형준 (31세) : 청년에 맞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저는 그 중간에 사회 초년생이자 결혼 준비하는 청년으로 주거 (등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유민상/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그래도 결혼이나 출산이라고 하는 것들은 (여전히) 선호되는 선택지이고,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선택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강요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정책이라고….]

(영상취재 : 전경배, 영상편집 : 이소영, CG : 제갈찬·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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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재현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저출산 투입 비용 280조 원…효과는?

[박재현 기자 : 저출산 문제 해결에 2006년부터 투입된 비용이 280조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앞에 보시다시피 결과는 참담한 상황입니다.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청년 부담을 줄여줬어야 했는데, 예산의 80%가 영유아나 아동·청소년에 투입이 됐습니다. 2015년이 출산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한 분기점 같은 해입니다. 그런데 2015년이 돼서야 청년에 대한 예산이 1조 원 규모로 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했던 상황입니다.]

Q. 수도권 저출산…과밀화가 원인?

[박재현 기자 : 감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요,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출산율은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수도권 청년들이 이런 치열한 경쟁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미뤘기 때문인데요, 이것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지방에 좋은 일자리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는 지방 균형 발전 정책이 장기적으로 봐서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해결책은 있나?

[박재현 기자 : 한 전문가는 현재의 상황을 빗대서 청년들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청년들에게 결혼은 왜 안 하냐, 애는 왜 안 낳냐라고 말하는 것이 결혼이나 출산율에 좀 악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대책과 함께 당연히 독박 육아라는 현실을 개선해야 되고요. 하지만 결국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지원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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