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알고 보니 비장애인이었던 패럴림픽 우승자…결국 들통 난 사기극

[별별스포츠+] 12명 중 10명이 부정 선수였던 스페인 농구팀

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은 물론 승리입니다. 하지만 승리는 정정당당하게 획득할 때만 참된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메달이 규정과 양심을 저버리고 따낸 것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눈앞의 성적만을 위해 사기극을 저질렀다가 패가망신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지적장애를 속인 스페인 농구대표팀

시드니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획득한 스페인 지적장애인 남자농구대표팀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에서 열렸던 지적장애인 남자 농구에서 스페인은 러시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금메달을 딴 직후 스페인 지적장애인 농구팀에 지적장애가 전혀 없는 비장애인 선수가 섞여 있었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는 사기극은 스페인 스포츠 일간지 <마르카>(Marca)가 우승을 축하하는 사진을 게시하면서 발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신문을 본 독자들은 일부 선수를 알아보고 그들이 전혀 장애가 없는 사실을 밝히면서 댓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지적장애 선수는 12명 중 단 2명

우승 직후 환호하는 스페인 선수들
이후 농구팀원이었던 카를로스 리바고르다가 자신과 다른 선수들이 장애인이 아니라고 충격적인 폭로를 하면서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그는 스페인 지적 장애인 연맹(FEDDI)이 “메달을 획득하고 더 많은 후원을 받기 위해 지적 장애가 없는 선수들을 의도적으로 모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농구팀의 12명의 선수 가운데 총 10명이나 장애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스페인의 패럴림픽 금메달은 규정에 따라 박탈당했습니다.

리바고르다는 “시드니에 있었던 200명의 스페인 선수 중 최소 15명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없었고 의학적 또는 심리 검사도 통과하지 못했다.”라고 패럴림픽이 끝난 지 며칠 만에 <캐피탈>(Capital)이라는 잡지를 통해 세상에 알렸습니다. 리바고르다는 스페인 패럴림픽 농구 팀에서 2년 넘게 뛰었지만 아무런 장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선수들의 혈압만 측정했을 뿐 지적 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가 실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폭로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 가운데 지적 장애인은 단 2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0명은 조작된 가짜 진단서를 발급받아 지적 장애 선수로 가장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시드니 패럴림픽 첫 경기에서 중국에 30점 차로 앞서고 있을 때 리바고르다는 감독이 선수들에게 “이제 대충 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이 장애인이 아니라는 것을 남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기극 장본인의 몰락과 솜방망이 처벌

시드니 패럴림픽 당시 경기 관전 중인 비센테 회장(오른쪽), 가운데는 사마란치 당시 IOC 위원장
스페인 지적 장애인 연맹(FEDDI)의 전 수장인 페르난도 마틴 비센테(Fernando Martin Vicente)는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에서 농구팀의 부정행위에 대해 몰랐다고 강변했습니다. 비센테는 영국 BBC에 보낸 3페이지 분량의 편지에서 이 계획에 대해 몰랐다고 부인하면서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어떻게 했다는 것인가요? 누가 그런 짓을 하라고 장려했습니까? 어떤 의사나 전문가가 그런 일에 허위 서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진심으로, 모르겠어요.”

비센테는 처음에 혐의를 부인했지만 언론의 폭로 기사가 잇따르자 나중에 자신의 잘못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전적인 책임을 인정하면서 회장직을 사임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유죄 판결이 최종적으로 내려지기까지는 무려 13년이나 걸렸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 법원은 비센테에게 5천4백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연맹이 장애가 없는 선수들을 위해 받은 정부 보조금인 14만 2천3백55유로를 반환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비센테에게 부과된 5천 4백유로는 우리 돈으로 약 7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입니다.
 

12년 뒤에야 지적 장애 종목 부활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에서 스페인은 호주, 영국에 이어 107개의 메달로 3위를 차지했는데 사기극을 벌인 스페인은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이 사기극의 여파는 엄청났습니다. 이 일로 인해 국제 패럴림픽 위원회(IPC)는 지적 장애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며 아예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과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지적 장애 종목을 삭제했습니다. 아무 잘못이 없는 선수들이 큰 피해를 본 것입니다. 지적 장애가 있는 선수들을 위한 경기는 2009년 IPC 총회에서 복원되었습니다. 

지적 장애 종목이 부활된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회식
이로써 약 120명의 지적 장애 선수들이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수영 자유형 200m, 평영 100m, 배영 100m, 탁구의 남·녀 단식, 육상의 높이뛰기, 멀리뛰기, 1,500m 등에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필립 크레이븐 IPC위원장도 “국제 지적장애인 체육연맹(INAS-FID)이 마련한 지적장애 판단 기준에 만족한다”며 “이미 다양한 국제대회에 적용되고 있어 신뢰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쌍둥이 육상 선수 자매가 벌인 사기극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육상 여자 1600m 계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결승에 오른 푸에르토리코가 경기 직전 출전을 갑자기 포기한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선수들 중에 부상선수가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꼴찌가 겁나서도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이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방법으로 결승에 진출하게 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푸에르토리코 단장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사기극을 벌인 쌍둥이 자매...매들린(왼쪽)·마가레트(오른쪽)
푸에르토리코 계주팀의 2번 주자는 원래 멀리뛰기에도 출전한 매들린 헤수스였습니다. 하지만 매들린은 계주 예선전에 앞서 열린 멀리뛰기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쳤습니다. 이 때문에 6일 뒤 열릴 예정이었던 1600m 계주 출전은 불가능했습니다. 실력 발휘는 고사하고 완주조차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매들린은 혼자 고심하다 위험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쌍둥이 여동생 마가레트를 이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동생은 언니보다는 못했지만 엄연한 육상 선수였습니다.

마가레트는 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였습니다. 언니는 선수촌을 출입할 수 있는 신분증과 훈련 장비를 모두 동생에게 주며 자기 대신 국가대표로 계주 예선에 출전해 달라고 사정했습니다. 몇 차례 거절하다 마가레트는 결국 언니의 요청을 받아들여 2번 주자로 뛰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푸에르토리코는 결승에 진출하게 됐고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자매를 평소부터 알고 취재해온 푸에르토리코 신문 기자가 현장에 있었습니다. 이 기자는 두 자매를 바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한 자매의 얼굴에만 작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리 출전이 발각됐고 두 자매는 이후 모든 경기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 조사 결과 프란치스코 알레르스 코치도 이를 알고 승인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영구 제명을 당했고, 함께 뛴 3명의 선수들도 사기극을 인지했다고 판단해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마라톤 경기에서 교대로 달리다 발각된 형제...아놀드(왼쪽)-서지오(오른쪽)
2006년 7월에는 얼굴이 닮은 형제가 마라톤경주에서 교대로 뛰다 뒤늦게 탄로 난 일이 있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서지오(21)라는 선수가 9위로 골인했습니다. 그는 600파운드의 상금과 입상트로피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 선수가 서지오의 수상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경주 내내 서지오가 자기를 앞지른 적이 없었는데 자기보다 순위가 높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심판부가 조사에 나섰으나 특별한 부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 신문에 의해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빌드>라는 신문은 마라톤대회에서 분홍색 시계를 오른쪽 손목에 차고 있는 서지오의 사진 옆에 노란색 손목시계를 왼손에 차고 달리는 또 다른 서지오의 사진을 나란히 게재했습니다. 서지오는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상금이 탐이 나서 자신을 쏙 빼닮은 동생 아놀드(19)에게 똑같은 유니폼을 입혀 구간을 나눠 뛰었다는 것입니다. 입상은 취소됐고 트로피는 회수됐습니다. 그러나 상금은 이미 다 써버린 뒤였습니다.

스프 배너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