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미국이 처음부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과 단계적 비핵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접근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현지시간 21일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상호 위협 감소' 및 북미 관계 개선과 나란히 올려놓고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완벽주의적 접근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또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추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또 북한이 최강대국 미국과 오랜 기간 대치하면서 강한 피해의식과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북한의 핵 개발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이를 무시하면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성공하는 것 또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외부의 압박이 가해지면 내부 결속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경제 제재 등으로 북한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북한 붕괴론'은 "오판"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면 북한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관계가 없으면, 영향력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북한에도 바로 한국, 미국과 다시 대화하고 미국과 조건 없는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은 더 이상 고립과 대결의 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에 대해서는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라며 "한미관계를 악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워싱턴과 서울은 평양과의 협상을 위한 장기 로드맵을 준비하고, 국내 정치의 단기적 변화에 방해받지 않는 지속적이며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대북 정책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4월까지 필라델피아, 뉴욕, 휴스턴, 로스앤젤리스, 덴버에서 대학과 한인 단체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