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환경도 파괴…"67조 원 피해"

우크라이나 환경부와 과학자, 변호사, 환경단체 등이 조사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환경 피해액은 우리 돈 약 66조 6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발표된 환경피해 사례 중 독성 연기, 오염된 강, 토양 중독, 새까맣게 탄 나무 그루터기, 포탄 구덩이 곰보가 된 자연 보전지역 등이 포함됐습니다.

역대 전쟁에서 전시 환경 파괴 내역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실시된 경우는 이번이 첫 사례입니다.

구체적으로 지금까지 1년간 전쟁의 결과로 우크라이나는 32만 104개의 폭발물 충격을 견뎌야 했습니다.

또 17만 4천㎢에 달하는 국토의 3분의 1 정도가 잠재적으로 위험한 상태가 됐습니다.

자연 보전지 106곳, 습지 16곳, 생물권 2곳 등이 파괴 위험에 처했습니다.

동물 600종과 식물 880종이 멸종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과학 연구, 기술 등을 활용한 전시 환경파괴 조사로는 역대 가장 자세한 기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환경부는 시민들에게 침략국 러시아의 '생태계 파괴'를 신고해 달라고 핫라인까지 개설했습니다.

지금까지 2천303건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대러시아 선전전 측면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민감한 흐름을 배경으로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권위주의 국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우크라이나를 대비시키는 취지입니다.


또 전후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단죄하는데 생태계 파괴 범죄를 포함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단지 전시 선전전을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자연의 가치를 일깨우는 의의가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환경파괴 조사는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입니다.

포탄이 오가는 분쟁지역에 접근해야 하고 도처에 불발탄과 지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관생태학자 카테리나 폴리안스카는 국제적으로 금지된 백린탄 등의 독성 화학물질 피해를 조사하려고 때로 깊이 3m가 넘는 포탄 구덩이 20곳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나중에 토양을 회복하고 오염 가능성이 있는 개울을 주민들에게 경고하는 데 쓰입니다.

환경 피해 중 가장 큰 걱정거리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유럽 최대규모 자포리자 원전입니다.

자포리자 원전은 전쟁 중 화재, 전력선 손상의 피해를 보고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는 인근 저수지의 낮은 수위로 인해 냉각시스템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국제 형사 법정에 생태계 파괴범죄로 러시아를 기소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제법적으로 아직 생태계 파괴범죄가 확립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환경위원회 담당 의원의 노력 덕분에 유럽평의회에서 생태계 파괴에 관한 문서를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등 몇몇 옛 소련 국가는 이미 생태계 파괴 범죄를 법제화했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이산화탄소((CO₂) 3천300만 t(톤)이 공기 중으로 방출됐고 전후 재건으로 4천870만 t이 방출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신문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연이 조용한 희생자라고 전했습니다.

(사진=AP, 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