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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막내아들 졸업식 이틀 앞두고…백내장 수술받고 사망

황석원 씨는 4년 전 아내를 잃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은 받은 아내는 퇴원을 하루 앞두고 쓰러져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백내장 수술 후 주사 맞고 돌연 사망한 환자

백내장 수술인데…

"백내장 수술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걸어서 들어가서 걸어서 나옵니다. 수술도 아니고 거의 시술이에요" - 남편 황 씨

숨진 50대 김 모 씨는 지난 2019년 12월 19일 오전 10시, 대학병원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백내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직후 남편과 산책하고 밥을 먹을 정도로 수술 경과는 좋았습니다.

다음날 오전에 퇴원할 예정이었고, 그 다음날에는 막내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8시 40분, 김 씨는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이튿날 오후, 결국 김 씨는 깨어나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멀쩡하던 아내가, 엄마가 갑자기 사망하자 유가족들은 처음부터 의료사고를 의심했습니다.

 

CCTV에 담긴 의심스러운 정황

가족들은 병실 CCTV를 보고 '의료 사고'를 확신하게 됐습니다.

CCTV는 병실 복도를 비추고 있습니다. A 간호사는 김 씨가 입원해있던 병실에서 나온 뒤 급하게 뛰어가며 다른 간호사를 찾습니다. 김 씨에게 항생제를 주사한 직후였습니다.

사공성근 취파 간호사

A 씨와 다른 간호사가 병실로 돌아오는 사이, 김 씨는 가슴 쪽 답답함을 호소하며 병실에서 나오다 병실 입구에서 앞으로 고꾸라집니다.

김 씨의 아들은 "같은 병동에 계셨던 분들이 '간호사가 주사 놓고 그렇게 됐다'고 말해주셨다"고 전했습니다.

유가족은 즉각 경찰을 통해서 부검을 의뢰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감정서에서 "약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아나필라틱 쇼크)의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임"이라고 사인을 밝혔습니다.

사공성근 취재파일 사인

스킨테스트에서 양성이 나왔던 물질

김 씨의 심장 혈액에서는 항생제인 세프부페라존이 검출됐습니다. 해당 성분은 김 씨의 항생제 피부반응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던 것으로 투약하면 안 되는 물질이었습니다. 김 씨에게는 다른 약물을 투약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유가족 측 이재희 변호사(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세프부페라존이 1회 정식 투여된 용량이 심장 잔류 혈액에서 검출됐다. A 간호사가 망인의 쇼크 발생 직전에 잘못 주사해 발생한 사고라고 의심했다"고 밝혔습니다.

A 간호사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내가 투약한 것은 맞지만, 주사제를 준비한 것은 내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투약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주사제를 만든 것은 다른 관계자라는 겁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A 간호사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같은 층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를 모두 참고인으로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년 지나서야 재판행

사고 발생 4년 만에 검찰이 내린 판단은 A 간호사의 개인의 과실입니다.

사건을 담당한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지난달 30일 A 씨를 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다른 관계자들은 뚜렷한 범죄 혐의가 없어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A 씨를 기소하면서 "양성반응이 나온 세프부페라존을 투약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식염수와 섞어 주사제를 만든 다음에 이를 정맥주사해 피해자가 아나필락시스로 쓰러지게 했다"고 혐의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투약 뿐 아니라 주사제의 제조도 A 씨가 직접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고 이후 가족의 삶이 어땠는지 묻자 남편 황 씨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막내아들 황민수 씨가 대신 "어머니가 제 고등학교 졸업식에 입고 오시려고 했던 블라우스, 아끼던 가구, 강아지까지 모두 그대로 있는데 어머니만 안 계신다"라며 "병원과 간호사 모두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사고 유가족

"소송 끝나고 답변하겠습니다"…사과 없는 병원

유가족은 그동안 간호사나 병원 책임자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어떤 해명과 위로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남편 황 씨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그런 대형병원에서 한 가정을 풍비박산 내놓고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일벌백계해서 다시는 우리가 겪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유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아직 재판 일정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해당 대학병원은 SBS 취재진이 수차례 전화한 뒤에야 간략한 문자 답변을 내놨습니다.
 
"문의하신 내용은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답변은 소송이 마무리된 후에 가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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