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인상 기조를 깨고 오는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할지 시장과 경제 주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 가운데 동결에 무게를 두는 쪽은 한국 경제가 이미 지난해 4분기 역 성장한 데다 갈수록 경기 지표도 나빠지는 만큼, 한은이 일단 금리를 유지하면서 이전 7연속 인상의 효과나 경기 충격 정도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5%가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을 고려해 한은이 0.25%포인트 더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은이 수출·소비 둔화 추세 등을 반영해 올해 경제 성장률 눈높이를 기존 1.7%에서 1.5∼1.6%까지 낮출 것으로 봤습니다.
한은은 앞서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2020년 3월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를 포함해 같은 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낮췄고,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마침내 15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23일 동결이 결정되면, 큰 흐름에서 2021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추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이 최종 금리 3.50%에서 긴축 종결을 예상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불안한 경기 상황입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2%로 다시 올랐지만, 한은이나 정부의 올해 물가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는 23일 금리 추가 인상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아직 물가가 완전히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한은이 그나마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봤습니다.
미국의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한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의 주요 배경으로 꼽힙니다.
지난 1일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25∼4.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고, 한국과 미국의 격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입니다.
더구나 제롬 파월 의장이 "두어 번(couple)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종적으로 5.25%에 이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로 커지고, 한국 경제는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 압력을 받게 됩니다.
한은은 오는 23일 기준금리뿐 아니라 수정 경제 전망도 내놓는데,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기존 전망치보다 0.1~0.2%포인트 낮은 1.5∼1.6%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