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북극에서 55분간 뇌우 관측…온난화의 경고

[취재파일] 북극에서 55분간 뇌우 관측…온난화의 경고
북극에서 역사상 가장 긴 시간의 뇌우가 관측됐다고 외신이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남북극연구소(AARI, Arctic and Antarctic. Research Institute)에서 작년 7월 북극에서 뇌우를 55분 관측했다고 보도했다. 남북극연구소가 북극의 뇌우를 처음 관측한 것은 2019년으로 당시엔 40분간 뇌우가 지속됐고, 이후에도 2021년에 각각 40분과 25분간 뇌우를 관측한 것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뇌우는 천둥·번개 동반한 폭풍우로 통상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지역에서 잘 발달한다. 때문에 차고 건조한 극지방에선 폭풍우가 형성되기엔 좋은 조건이 아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우드웰 기후연구소 제니퍼 프랜시스 선임연구원도 "북극은 뇌우가 형성되기에 좋은 조건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극에서도 관측되는 뇌우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국제 학술지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는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북극점을 기준으로 1천110km 범위에서 번개의 빈도가 급속도로 증가한 연구가 게재되기도 했다. 해당 구역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번개는 앞선 9년의 횟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프랜시스 선임연구원은 "북극의 온난화 속도가 3~4배 빠르고, 전 세계 수증기량도 4% 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온난화가 뇌우 형성의 핵심 요소라고 분석했다. 온난화로 인해 증가한 알베도(Albedo)*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새하얀 해빙이 감소하면서 알베도가 감소했고, 태양열이 반사되지 못하면서 전보다 열이 쌓여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 알베도 : 표면이나 물체에 입사된 태양 복사 중 반사된 비율
 

 북극에서 관측된 강력한 폭풍

 
북극을 감시하는 대표적인 바다 중 영국과 노르웨이 북부에 있는 바렌츠해는 winter storm이 자주 관측되는 곳이다. 겨울철 중위도 지역에서 발생한 폭풍우들이 북동진하면서 바렌츠해 그리고 북극해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12월 말 북극해에서 엄청난 세기의 폭풍이 관측됐다. 영국 기상청은 이 폭풍에 frank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가장 낮은 중심기압은 무려 928hpa이었다. 2003년 9월 우리나라에 큰 타격을 입혔던 태풍 매미의 중심기압이 상륙 당시 954hpa이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강한 폭풍이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frank가 가져온 따뜻한 에너지의 영향으로 북극의 기온은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는데, 바렌츠해에선 지역적으로 20~30℃의 온도가 상승했고, 북극 전체 1월 평균 기온도 무려 7℃ 가까이 상승했다. 당시 미 항공우주국의 NASA의 분석에 의하면 해당 열에너지로 인해 북극에서 녹은 해빙의 면적만 무려 우리나라의 1.7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북극
극지방에서 관측된 온도가 frank 영향  이후 급격히 상승, PCT(극지방 온도) : Polar Cap Temperature anomaly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1958~2015년까지 가장 길게 북극 온난화가 이어진 시기도 바로 이때였다. 북극 온난화는 극지방에서 온도의 표준편차를 넘어서는 이상 고온이 계속될 때 온난화로 정의했다.
 
북극
▲ 2015년 12월 말부터 2016년 2월 초까지 북극 온난화 현상 이어져

부경대학교 김백민 교수는 “최근 폭풍이 잘 관측되지 않던 동시베리아 부근의 북극해에서도 많은 해빙면적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북극해에서 관측되는 번개와 폭풍들이 기후변화의 신호라고 설명했다.
북극
▲ 지난 12월 북극 해빙면적, 분홍색 선 :  30년 평균 93'~22' ㅣ 초록색 선 : 10년 평균 13'~22'
 

우리는 왜 북극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현재 북극이 보내는 신호를 머나먼 곳의 다른 나라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다. 중위도에 사는 우리에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수년간의 많은 연구들이 북극과 우리나라 이상기상 현상에 대한 많은 연관 관계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가령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많은 양의 수증기와 열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오게 되고, 이는 북극의 한기를 가두고 있는 이른바 제트기류*를 뒤흔든다. 이때 북극에 갇혀있던 강한 한파가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고 이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극발 한파’인 것이다. 즉 북극이 따뜻해질수록 우리에겐 강한 한파와 폭설이 잦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극은 산업혁명 이후 기온이 무려 5℃ 가까이 상승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곳이다. 이미 북극에서 가장 추운 곳에 해당하는 그린란드 북부의 4m 이상의 얼음도 녹기 시작했다. 극에서 이미 기후변화의 위험을 오늘도 꾸준히 우리에게 알리고 있다.
 
* 제트 기류 : 대기 상부에서 부는 강한 바람
 
<참고문헌>
Baek-Min Kim, Ja-Young Hong, Sang-Yoon Jun, Xiangdong Zhang, Hataek Kwon, Seong-Joong Kim, Joo-Hong Kim, Sang-Woo Kim & Hyun-Kyung Kim, “Major cause of unprecedented Arctic warming in January 2016: Critical role of an Atlantic windstor”, Scientific Reports(2017), 7 40051, doi.org/10.1038/srep40051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