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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며 카드게임 '홀덤펍'…가보니 "상금 3억" 도박장

<앵커>

요즘 술 마시면서 카드 게임도 같이 할 수 있는 가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가게 가운데는 큰돈을 내걸고 사실상 도박장처럼 운영되는 곳도 있는데,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노동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호텔입니다.

맨 위층으로 올라가니 200평 남짓한 공간에 줄잡아 100명 넘는 사람이 북적이고 있습니다.

포커 게임의 일종인 텍사스 홀덤을 하러 모인 사람들인데, 참가 금액이 30만 원에 달합니다.

[계좌이체 해 주시고, 아니면 현금 주실 거면 저 주시면 돼요.]

곳곳에 설치된 화면에는 상금을 준다는 의미의 문구를 띄워놨습니다.

총상금 규모만 4천만 원, 우승하면 현금으로 1천300만 원을 받아 가는 겁니다.

[변종 홀덤펍 업체 : (상금은) 계좌로 쏴 드립니다. 현금 원하시면 제가 (주변 ATM) 돌아서 다 뽑아 드려요.]

한 게임 참가자는 다른 곳에서는 더 큰 상금도 걸렸었다고 말합니다.

[변종 홀덤 참가자 : 엊그제는 며칠 동안 계속해서 제일 큰 대회 열렸는데 거기 1등 상금이 3억 원이었어요. 지금 우리나라 프로골퍼들도 1등 해도 3억 원을 못 받는데.]

현금 내고 게임으로 거액 상금 딸 수 있으니 법이 금지한 도박인데, 업주 측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업주 : (돈 놓고 돈 먹기 하면 안 되는 거 아녜요?) 이게 참가를 할 때 돈을 내고 참가하는 게 아녜요.]

현금 받고 게임 참가권을 파는 사람은 자기와 아무 관련 없다는 주장입니다.

상품권 주는 오락실 따로, 현금화하는 환전상 따로 있던 과거 바다이야기와 비슷합니다.

변종 홀덤 업체들은 현금화할 수 있는 게임 참가권, 일명 '시드권'을 발행하고, SNS에서는 이 참가권을 현금으로 사고팔기도 합니다.

[김현수/변호사 : 현금 꽂아준다 그랬죠? 여기 게임에서 이기면? 현금 안 주면 참가권이라도 준다 그랬죠? 참가권 (현금) 교환할 수 있죠? 도박이야 도박.]

일반음식점이나 자유업으로 등록한 업소들이 많은데,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강남구청 위생과 관계자 : 저희가 일일이 다 나갈 수가 없어요. 민원 들어오는 것만 나가도 지금 저희가 너무 많아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관계자 : (법이 규정한) 사행산업에 들어가 있지 않고 형법상 도박에 들어가는 사항입니다. 실제 단속은 경찰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관계자 : 저희는 이제 보통 (신고) 들어온 사건에 대해 수사만 하고 있거든요….]

정부 기관이 손 놓은 사이, 홀덤 도박 중독자는 늘고 있습니다.

[한국단도박모임 사무국장 : 요새 홀덤펍 때문에 상담 전화가 자주 옵니다. 한두 달 사이에 열 명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이삼십 대가 많습니다.]

[변종 홀덤 중독자 : (게임 중에) 아이가 아프다는 (아내) 전화를 받은 분을 봤는데 '일하고 있다'고, '응급실에 네가 데려가라'는 통화를 옆에서 들었기 때문에 좀 놀랐죠.]

국회에서는 이런 변종 홀덤펍을 유사 카지노로 보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맡아 감독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

입법 논의와 집중 단속 등 조속한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김초아, CG : 성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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