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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미국의 찢어진 핵우산? 한국의 독자 핵무장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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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BS 통일외교팀장 김수형 기자입니다.  떠들썩한 쇼처럼 진행됐던 지난 8일 열병식에는 북한의 핵 능력을 과시하는 무기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급증하면서 최근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0%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도 안보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겠죠.
 
이번 편에서는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의 군사 전략 사령탑이었던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의 단독 인터뷰를 중심으로 미국의 핵우산과 한국의 독자 핵무기 개발에 대한 논란을 심층 분석해 보겠습니다. (기사 마지막 설문에서 우리의 대응 전략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미국의 핵우산,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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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전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지난 2일 발간된 미국 의회 조사처의 보고서에 이 내용이 담겼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장거리 전략 폭격기 등 3대 핵전력을 통틀어 미국은 올해 1월 핵탄두 1420개, 실전 배치된 핵 투발 장비 659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공개했습니다.

이런 미국의 압도적인 핵전력은 물론 재래식 전력까지 모두 동원해 동맹국을 보호하겠다는 게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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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 미국 국방장관(지난 1월 31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
한국 방위에 대한 우리의 공약은 철통 같습니다. 미국은 확장억제 공약에 대해 확고하며, 여기에는 우리의 재래식 무기, 핵과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포함합니다.
 
미국의 핵우산을 군사 동맹인 한국도 같이 쓰게 해 주겠다는 건데요.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확장억제를 통해 북한이 핵도발 자체를 못하게 억제하고 협상에도 응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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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 전 미국 국방장관
확장억제를 더욱 확대하고, 핵무기 사용을 확실히 방지하면서 평양에 협상할 필요가 있다는 정확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능력이 갈수록 발전한다는 게 문젭니다. 에스퍼 전 장관도 이번 열병식을 본 뒤, 북한의 ICBM 능력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마크 에스퍼 | 전 미국 국방장관
(열병식에서) 확연히 더 커 보이는 고체 연료 방식의 ICBM을 봤습니다. 북한은 군사적인 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본토를 핵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북한이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북한이 남한을 핵공격했을 때, 미국이 과연 핵보복 할 수 있겠냐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서울을 구하기 위해 미국이 시애틀을 내줄 수 있겠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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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 국민들이 반대를 하면 이건 미국 정치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는 거예요. 특히 미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같은 행정부가 들어섰을 경우에는 거기에 대한 우려가 훨씬 커지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인들은 다루기 끔찍하다면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라고 참모들을 여러 차례 압박한 바 있죠. 여전히 유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분담금 협상 결과에 따라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에스퍼 전 장관은 말한 바 있습니다.
 
마크 에스퍼 | 전 미국 국방장관 (지난해 5월, 김수형의 워싱턴 인사이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약 재선이 되고,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한 미군 철수 얘기까지 나왔던 마당에 미국의 핵우산을 정말 100% 믿을 수 있냐는 거죠. 핵버튼을 누르는 건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 현실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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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워싱턴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확장 억제를 상당히 신뢰하며, 현재로서는 핵확산금지조약, NPT 체제를 존중하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핵무장을 할 수는 있는 걸까요? 국제 핵 전문가들은 원자력 기술 수준으로 봤을 때 한국이 핵을 갖기로 정말 마음을 먹는다면, 핵무기를 만드는 건 시간문제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그프리드 헤커 |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 (스팀슨센터 토론회)
한국인들은 엄청난 컴퓨터 기술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 마음먹으면) 한국은 머지않아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핵무기를 갖기 위해서는 북한처럼 핵실험을 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그게 가능하겠냐는 겁니다.
 
지그프리드 헤커 |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 (스팀슨센터 토론회)
저는 어떤 한국 지방 정부가 자기 지역에서 지하 핵실험을 하겠다고 자원할 것인지 보고 싶습니다.  

게다가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북한처럼 NPT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해야 하는데, 이건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제재를 각오해야 하는 일입니다. 대외경제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한국이 북한처럼 불량 국가가 되면 현실적으로 생존할 수 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마크 에스퍼 | 전 미국 국방장관
(한국 독자 핵무장은) 국제 사회에서 일정 부분 외교적인 반발과 경제적인 문제를 불러올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지금 상황에서 비용과 효용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이근 |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사회로부터 우리가 고립이 되는 것이고 그다음에 한미 동맹도 파탄이 날 가능성이 많고 그렇게 되면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서 북한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데 그런 무조건적인 북한식 핵 무장은 현실적이지 않고 한국 국민과 국익을 해치는 형식의 핵무장이라고 봅니다. 

이런 외교적 고립,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이제부터 핵무기를 개발해 봐야 ICBM까지 확보하며 한참을 앞서가는 북한을 언제 따라잡을 수 있겠냐는 회의론도 있습니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가능한가?


냉전 시대 구소련에 대한 견제 목적으로 주한미군에 전술핵이 우리나라에 배치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1991년 미소 간 체결된 전략무기감축조약을 계기로 그해 9월 전술핵은 한국에서 공식 철수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모든 전술핵에 대해 긴장을 낮추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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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골드버그 | 주한 미국대사 (지난해 10월, 관훈클럽 토론회)
푸틴의 것이든 김정은의 것이든 전술핵에 대한 모든 논의는 무책임하고 위험합니다. 그리고 그런 위협과 추측은 현재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마크 에스퍼 | 전 미국 국방장관
미국 정부는 (핵무기 재배치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핵무기가 한반도를 철수한 지 30년 정도 됐습니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워싱턴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그것 자체가 북한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 더 위험해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 전 국무부 북핵 특사 (스팀슨센터 토론회)
전혀 말이 안 됩니다. 미국이 한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핵무기를 배치하고 (한국을) 표적으로 삼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긴장이 더욱 고조된다면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해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 전 주한미군 사령관 (CSIS 토론회)
만약 미래 상황이 현 상황과 달라진다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지상 작업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핵 없는 한국의 현실적 대안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한반도에 실제 미국의 전략핵 폭격기가 자주 나타나 한미 연합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모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략 폭격기는 눈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확장억제가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크 에스퍼 | 전 미국 국방장관
저는 한국과 북한 모두에게 가장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건 전략 폭격 편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배치는) 우리 군사 능력에 대한 정확한 신호를 보내줍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북핵 위협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미국의 핵우산이 포함된 확장억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마크 에스퍼 | 전 미국 국방장관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 억제 관련해서는 효과적으로 핵무기를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워싱턴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믿어달라는 주장이 자꾸 나오는 것도 갈수록 커지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 여론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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