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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한국은 WBC 우승 후보"라는 챗GPT의 예언, 근거는?

챗GPT와 함께한 좌충우돌 WBC 예측 실험

스프 야구수다
2016년이 알파고의 해였다면, 2023년은 '챗GPT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치 사람처럼 평범한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해내고, 기사 작성부터 코딩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습니다. 출시된 지 두 달여가 조금 넘은 지금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었다니 그 열기를 쉬이 짐작할 만합니다.

야구팬들도 열기에 동참했습니다. 챗GPT에게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의 예상 성적을 물어보면 그럴듯한 답변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 야구 커뮤니티에는 "챗GPT에 2023년 한화의 성적을 물어봤더니, 7~9위를 할 것이라고 답변을 했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계는 있습니다. 챗GPT는 2021년 이전의 자료에 주로 근거를 두고 있는 데다,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일종의 데모 버전이다 보니 부정확한 답변을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글 대신 영어로 질문하고 답변에 근거가 될 자료를 미리 제공하면 그 정확성을 상당히 높일 수 있습니다. 챗GPT의 권능(?)에 기댄 WBC 결과 예측을 시도해 보리라 마음먹은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챗GPT "한국, WBC 우승 후보 중 하나"

먼저 챗GPT가 올해 열리는 WBC를 알고 있는지 물었더니, 비교적 상세하고 정확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 챗GPT : WBC는 2023년 3월 9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일본 등 4곳의 다른 지역에서 열립니다. 세계 야구팬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이벤트로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각각 다른 나라의 유니폼을 입고 경쟁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물론 소소한 오류(WSBC를 그 전신인 IBAF로 표기하는 등)가 있었지만 넘어갈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질문을 진행했습니다.

- 기자 : WBC의 우승 후보는 누구일까?

그러자 제법 놀랄 만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챗GPT는 '예측이 어렵다'는 걸 전제로 우승 후보 4팀을 꼽았는데 일본, 미국, 도미니카공화국과 함께 한국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 챗GPT : 한국은 꾸준히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습니다. 2009년에는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3년과 2017년에는 3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재능 넘치는 선수 풀을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언제나 경쟁력 있는 팀입니다.

물론, 밑줄 친 부분은 명백한 오류입니다. 한국은 2013년과 2017년 예선 라운드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아무래도 2006년 초대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것과 헷갈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지적한 뒤 다시 우승팀 예측을 주문했더니, 내용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한국을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 챗GPT : 2013년 WBC에서 한국이 9위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강력한 야구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세계 무대에서 성공을 거둬왔습니다. 한국은 항상 경쟁력 있는 팀이기 때문에 2023년 WBC에서 '깜짝 컨덴더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챗GPT "한국, 8강서 쿠바와 대결할 것"

2013년과 2017년 WBC에서 예선 탈락에 그치며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는 WBC 한국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하는 건 4강입니다. 4강 진출에 성공해야 비로소 도쿄돔을 떠나 미국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고,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등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과 대결할 기회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8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거기서 어떤 팀을 만나는지가 4강 진출 여부를 가릴 핵심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챗GPT에게 2023년 WBC의 진행 방식을 알려준 뒤, 누가 한국의 8강 상대로 유력한지 물었습니다.

- 기자 : B조에 있는 한국은 A조 1위 혹은 2위와 8강에서 만난다. 어느 팀과 만날 가능성이 높을까?

- 챗GPT : 한국이 조 1위, 혹은 2위로 8강에 진출한다고 가정할 때 가장 유력한 한국의 상대는 쿠바, 타이완 혹은 네덜란드입니다. 이 팀들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줬고, A조에서 가장 강력한 팀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파나마도 충분히 8강에 갈 저력이 있습니다.

다소 애매한 답변에, 가장 먼저 언급한 쿠바가 8강 상대라고 보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챗GPT는 "마치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말한 것처럼 보였다면 미안하다"면서도 한국이 8강에서 쿠바와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재차 피력했습니다.

- 챗GPT : 역사적인 퍼포먼스와 최근의 랭킹을 볼 때 쿠바가 한국과 8강에서 붙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쿠바는 국제 대회에서 긴 성공의 역사를 갖고 있고, 2021년 9월 기준 WBSC 랭킹 6위에 올라있습니다. 물론, 토너먼트 포맷은 여러 이변을 낳을 수 있으며, 어떤 팀도 8강에 올라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명확한 답변에 고무돼 추가로 "한국이 8강에 갈 가능성이 몇 %라고 보느냐?" 등을 질문했지만, 챗GPT는 "많은 변수들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대표팀 타순 짜기 : 챗GPT의 한계와 직면하다

2021년 이전의 자료를 기초로 한 챗GPT는 지난 10일 발표된 각 팀의 WBC 로스터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해당 선수들의 명단과 지난해 기록한 성적을 스탯티즈, 팬그래프닷컴 등에서 추출해 GPT에게 제공한 뒤, 한국 대표팀의 타순을 짜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대환장 파티'가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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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는 양의지가 "매우 생산적인 타자라 리드오프로 알맞"고, "토미 에드먼이 평균적인 정도의 타격을 해줄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해당 타선을 설명했습니다.

2022년 KBO MVP 이정후를 6번에 배치하고, 훌륭한 수비수인 김혜성을 지명타자로 쓰는 등 문제점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타순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강백호의 타순과 수비 배치입니다. 강백호는 2021년 5월 이후 외야수로 선발 출전한 경기가 없는, 1루수 혹은 지명타자를 수행해야 하는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챗GPT에게 강백호는 좌익수를 볼 수 없다며 새로운 타순을 요구하자, 본격적으로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난데없이 강백호와 동명인 아이돌 백호를 끌어와 뉴이스트의 라인업을 소개하는가 하면, 재차 스탯 자료를 제공하며 타순을 만들 것을 요구하자 기괴한 타순들을 찍어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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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를 넣어라" "한 포지션은 한 명씩만 타순에 들어갈 수 있다" 등을 요구하며 라인업을 조금씩 손보려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오히려 수정 요구를 반복할수록 타순은 더 기괴하게 변해갔습니다. 몇 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기존에 제공한 정보로는 챗GPT가 적절한 타순을 짤 수 없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정보를 확 줄이기로 했습니다. 홈런과 타율, 출루율, 장타율 및 도루 관련 일부 기록과 wOBA(가중출루율), wRC+(조정 득점 창출력) 등 일부 스탯을 남기곤 모두 빼버렸습니다. 그러자 마침내 챗GPT는 '정상적인' 라인업을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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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출루율이 높은 1, 2번과 장타력에 중점을 둔 3, 4, 5번. 2번 타순의 선정 이유에서 '작전 수행 능력'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올드 스쿨'의 정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큰 무리는 없지만, '빅리거' 김하성과 토미 에드먼의 배치, 포지션이 의문스러워 챗GPT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확신에 찬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 기자 : 토미 에드먼은 세계 최고의 내야수인데, 지명타자에 8번을 시킨 이유가 무엇인가?

- 챗GPT : 첫 번째, 에드먼이 최고의 내야수인 건 맞지만, 타격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에드먼이 지명타자를 수행한다면 타격에만 더 전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에드먼이 더 상위 타순에 배치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라인업에 포함돼 있는 다른 타자들과의 균형도 중요합니다. 한국팀 타선에는 박병호, 최정 등 에드먼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치고 wRC+가 높은 타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김혜성은 상위 타선에서 더 많은 도루를 기록해 득점 생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 기자 : KBO와 MLB에는 차이가 있다. 실제 2020년 KBO에서 30홈런을 쳤던 김하성은 지난 시즌 MLB에서 11개 홈런에 그쳤다.

- 챗GPT : 맞습니다. MLB에서 생산적이지 못한 타자가 KBO에서 활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하성과 에드먼이 MLB에서 뛴다 하더라도, 그들이 팀에서 최고의 타자는 아니고, 그들의 출루 능력과 파워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챗GPT는 김하성과 에드먼에게 드러난 성적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기자의 제안을 끝내 거부했습니다.
 

챗GPT에게 물어보기? 챗GPT에게 야구 가르치기!

챗GPT와의 WBC 결과 예측 실험은 이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사실, 호주전과 일본전의 예상 선발투수를 물어본다거나, 예상 스코어나 결과를 예측해보라는 주문도 했지만 "김광현 아니면 양현종 아니겠느냐" "AI 모델로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등 '맹숭맹숭한 답변'만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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