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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내 외국인들, 암호화폐로 테러단체 자금 지원

<앵커>

국내에 살던 외국인들이 UN이 지정한 테러단체에 암호화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테러단체에 현금이 아닌 암호화폐를 보내는 게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하정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총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격투 훈련을 벌이는 사람들.

'일신교와 성전'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영상은 테러단체 KTJ가 만든 홍보 영상입니다.

KTJ는 UN이 지난 2022년 3월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테러단체로 공식 지정한 곳입니다.

그런데 전남과 인천에 각각 체류 중이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31살 A 씨와 카자흐스탄 국적의 29살 B 씨가, 재작년부터 이 단체에 모두 1천만 원가량을 송금한 사실을 수사 당국이 적발했습니다.

현금을 직접 송금하는 게 아니라 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USDT라는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돈을 전했습니다.

딜러가 암호화폐 판매 글을 올리면, KTJ 전투요원이 구매 요청을 하고, 국내에 체류하던 두 사람이 구매대금을 송금하고 나면 암호화폐가 KTJ 측에 전달되는 방식이었습니다.

USDT는 달러와 1대 1로 그 가치가 연동된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이라 변동성이 적어 이 화폐를 이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KTJ 측과 메신저 대화를 나누며, 이 돈이 무기 구입 등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걸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지난해부터 국정원과 공조해 첩보를 파악하며 금융거래 내역을 살펴왔고, 최근에는 미국 FBI와도 수사 자료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두 사람을 구속한 데 이어 A 씨에게 돈을 모아 건넨 걸로 조사된 또 다른 외국인 5명을 강제 추방했습니다.

또 이들이 혐의 자체를 부인함에 따라 구체적인 가담 경위와 추가 송금이 있었는지도 추궁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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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Q. 'KTJ', 어떤 곳?

[박하정 기자 : 이 'KTJ'라는 이름 자체는 약자입니다. 일신교와 성전의 설교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름인데요. 옛 알 카에다 단체의 시리아 지부의 전투 부대로 2014년에 시리아 정권 타도와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목표로 만들어진 단체로 지금 알려져 있습니다. 알 카에다 지부 같은 국제 테러조직 산하에서 활동을 하고 현재 전투원이 5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유엔이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있었거든요, 이때 14명이 숨졌는데 이 사건의 배후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Q. 테러단체 지원, 이전에도 있었나?

[박하정 기자 : 그동안은 주로 현금을 송금한 사례가 적발이 됐었습니다. 지난 2021년 한국 내에서 시리아 테러 단체에 자금을 보낸 러시아 국적 20대가 재판에 넘겨져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을 포함해서 국정원이 2016년 이후 테러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내국인 14명을 형사 처벌했고 10개국 137명을 강제추방 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추적이 좀 쉽지 않은 이런 암호화폐 방식이 처음으로 등장하면서 수사당국은 범죄 확산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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