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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여성들 "건물 짐 덜자 삶의 짐…차라리 죽었어야"

<앵커>

그래도 극적인 구조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튀르키예와 달리 시리아는 깊은 절망에 잠겨 있습니다. 특히 기나긴 내전에 고통받아 온 시리아 여성들은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거 같다고 말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어서 신정은 기자입니다.

<기자>

열흘 전만 해도 한 가족이 살던 곳입니다.

구호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한 이곳, 잔해 속 산산 조각나 있는 이 시계처럼 그 당시에 멈춰 있습니다.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어린 손녀를 붙잡고 대피한 아이샤 씨.

가까스로 살아남는 데는 성공했지만 앞으로가 더 막막합니다.

[아이샤/지진 생존자 : 무너진 집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건물 짐 더미 속에서 살아나왔더니, 이젠 제 어깨 위에 온 삶의 짐이 얹어졌어요.]

지진이 덮친 시리아 북서부는 반군의 거점으로 난민 정착촌이 마련된 곳입니다.

내전이 이어진 지 13년째, 많은 남성이 숨지거나 나라 밖으로 추방돼 난민 400만 명 가운데 대다수는 여성과 아이들입니다.

이 때문에 가족의 생계를 여성이 책임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진으로 더욱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아이샤/지진 생존자 : 우린 지쳤어요. 폭격과 공습, 피난의 공포 속에 12년 넘게 잠 못 들었어요. 세상의 모든 비극이, 비극적으로 겹친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진 이전에도 시리아는 성범죄와 폭력, 조혼 등으로 여성 인권이 취약한 편으로 분류됐습니다.

[라일라 베이커/시리아 주재 유엔 담당자 : 시리아에선 14만 명 가까운 여성들이 성폭력 범죄에 따른 치료나 출산 등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총알과 포탄이 쏟아지던 내전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내려 몸부림쳤던 시리아 여성들의 작은 희망마저 이번 지진이 덮쳐버렸습니다.

(영상편집 : 오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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