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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남극 탐사 로봇의 경고…"남극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과학자들이 남극 빙붕이 어떻게 녹고 있는지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처음으로 빙붕 가까이 접근해 침식 형태와 속도를 관찰한 것이다. 이걸 가능케 한 건 아이스핀(Icefin)이란 이름의 로봇이었다.
남극 스웨이츠 빙하 연구팀이 아이스핀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

약 4미터 길이의 연필 모양처럼 생긴 아이스핀 로봇은 남극의 스웨이츠 빙하(Thwaites Shelf) 밑으로 파고 들어가 얼음의 현재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스웨이츠 빙하는 미국 플로리다주 크기의 빙하고, 매우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며 해수면 상승을 이끌고 있어 '최후의 심판일 빙하'라고 불리고 있다.

영국 남극조사국의 피터 데이비스 박사는 스웨이트 빙하에 대해 "남극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어 '느리게 흐르는 강'으로 보면 됩니다. 하지만,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빙하 중 하나로, 특히 해수면의 급속한 상승을 야기할 수 있어 가장 골치 아픈 빙하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스웨이트 빙하에서 매년 수십억 톤의 얼음이 녹아 해양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데, 이 물은 연간 해수면 상승분의 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빙하와 해저가 맞닿은 지점에서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는데, 이 때문에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약 14km에 이르는 부분이 사라졌다. 과학자들은 스웨이트 빙하가 녹으면서 수세기 안에 해수면을 약 60cm 끌어올릴 수 있으며, 스웨이트 빙하가 완전히 녹아내리면 해수면은 3m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극에서도 가장 연구 가치가 큰 빙하로 꼽히는 곳이지만, 지금까지는 스웨이트 빙하를 관찰 또는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스핀 로봇이 등장하면서 그 미스터리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연구팀은 지난 2019~2020년 남반구의 여름철에 온수 드릴 등으로 빙하의 600m 아래까지 가느다란 구멍을 뚫어 로봇을 내려보냈고, 로봇이 빙하 아래를 헤엄쳐 다니며 빙하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얼음층의 균열이나 크레바스를 샅샅이 관찰하였다.
스웨이츠 빙하 바닥 부분을 탐사하는 아이스핀 로봇

아이스핀의 관찰 결과는 지난 15일 자 네이처(Nature)지에 발표되었다. 아이스핀을 제작하고 이번 연구를 이끈 미 코넬대 브리트니 슈미트 박사는 "얼음 아랫부분의 크레바스와 테라스라고 불리는 부분에서 극단적으로 얼음이 녹고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빙하 바닥 부분의 깊은 균열이 나 있거나 계단 모양 등 복잡한 모양으로 형성된 곳이 빠르게 녹고 있다는 것이다. 따뜻하고 염분을 지닌 바닷물이 얼음층의 균열이나 크레바스 속을 비집고 들어가 빙하의 상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하였다. 슈미트 박사는 따라서 "얼마나 녹고 있느냐가 아닌, 어디서 녹고 있느냐와 어떻게 녹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스웨이츠 빙하 바깥 부분을 탐사하는 아이스핀 로봇

다행스러운 건 이번 연구를 통해 얼음이 녹는 속도가 기존 예측보다 느리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얼음 아랫부분에 영하 1.5도 정도의 따뜻한 물이 흐르고 있어 얼음을 녹는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였지만, 물의 어는점과 관련 있는 물의 밀도가 달라 따뜻한 물이 얼음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얼음이 녹는 속도는 1년에 2~5.4m 정도로 예측됐었는데, 이보다 훨씬 느린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 아이스핀 로봇은 스웨이츠 빙하 바닥 부분에 있는 균열과 트레바스 등을 관찰하였다.

하지만 연구팀은 방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슈미트 박사는 "따뜻한 바닷물=빙하 용해"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따뜻한 바닷물+장소와 과정=빙하 용해"라는 것이다. 따뜻한 바닷물이 무조건 빙하를 녹이는 게 아니라, 꾸준히 얼음 바닥의 균열에 새어 들어가면 결국 빙하는 쪼개지고 무너져 버리며 녹아내릴 것이다. 그 이후에는 마치 얼음물에서 얼음이 녹았을 때 수위가 상승하는 것처럼, 지구에서도 해수면 상승이 발생할 거라는 것이다. 슈미트 박사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상황이 더 나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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