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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시위 이어 '백발시위'…중국 퇴직자들 뿔난 이유는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며 시위하는 중국 우한과 다롄 시민들 (사진=짧은 동영상 플랫폼 '콰이서우' 캡처, 연합뉴스)

중국에서 지난해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한 '백지시위'에 이어 은퇴한 고령자들의 이른바 '백발시위'가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후난성 우한과 랴오닝성 다롄에서 퇴직자들이 의료보조금 삭감 반대 시위를 벌인 겁니다.

우한에서는 지난 8일 시 정부 청사 앞에 수천 명이 몰려들어 항의한 데 이어 일주일 후인 15일에는 현지 명소인 중산공원 앞에서 다시 시위가 열렸습니다.

다롄의 경우 어제(15일) 시 정부 건물이 몰려있는 런민 광장에서 첫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의료보조금을 돌려달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시위까지 나선 건 우한 기준으로 월 260위안가량 받던 의료 보조금이 최근 83위안으로 대폭 깎였기 때문입니다.

'의료보험 개혁' 차원에서 매달 개인 계좌로 직접 제공하는 의료보조금은 줄이고,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 변화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불만이 폭발한 겁니다.

중국 의료보험 제도가 생긴 1990년대에는 보험료 청구와 지급 관련 행정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개인 계좌로 일정액을 이체하면, 개인이 의보 카드로 약을 사거나 진료소에서 진료를 받는 데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약국에서 생활필수품을 팔고, 약을 산 것처럼 처리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서 의보 기금이 정말로 '아픈 사람'을 위해 쓰이도록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그 결과 개인에게 직접 제공되는 현금성 의료 보조금은 줄이고, 입원 치료 등을 받은 경우 그 비용을 더 보전해 주는 방향으로 의보 개혁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우한의 경우 지난 2월부터 변화한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는데, 퇴직 후 월급이 끊긴 상황에서 의료보조금을 '양로 보조금'으로 생각해 온 고령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입니다.

즉, 현역으로 일하던 시절 납부한 의료보험료를 의료보조금으로 돌려받는다고 생각해 온 고령자들 입장에서는 복잡한 제도 개혁의 잠재적 혜택은 멀게 느껴지고, 줄어든 보조금은 가깝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년간 '정기적 전수 PCR 검사'로 대표되는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탱하는데 의료 관련 재정이 과다 투입된 탓에 당국이 의료 보조금을 줄인 것 아니냐는 의심이 확산한 것도 원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국가의료보장국은 최근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채널을 통해 "의보 개혁은 자금 배분 방식을 바꾼 것일 뿐"이라며 "지난해 하반기의 대규모 PCR 검사와 의보 기금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으며, 지방정부가 PCR 검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정책 변화를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코로나 대유행 기간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것이 이번 시위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사진=짧은 동영상 플랫폼 '콰이서우'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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