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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남극마저 녹는다…관측 이래 '해빙 면적' 최저치

올 1월 남극 해빙 면적, 관측 이래 최저치 갱신

[취재파일] 남극마저 녹는다…관측 이래 '해빙 면적' 최저치
올 1월(2023년) 남극 해빙 면적의 신기록이 세워졌다. 1978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최저치 기록이다.

권란 취파

남극 대륙 주변의 해빙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주황색 선은 1981~2010년 해빙 면적의 중간 범위를 나타낸다. 대륙 주변 해빙 가장자리 어두운 파란 부분은 이른바 해빙 집중도가 낮은 지역으로, 앞으로 이르면 며칠 안에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미국 국립빙설데이터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는 지난 13일 올 1월 남극 해빙 면적이 약 191만㎢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25일 최저치였던 약 192만㎢에서 1%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남극 해빙 면적이 2년 잇따라 200만㎢를 밑도는 수치를 보인 것이다. 독일의 해빙연구소(Sea Ice Portal)는 올 2월 8일 남극 해빙 면적이 220만㎢로 기록적인 최저치가 나타났다고 발표하였다. 아직 남반구의 여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해빙이 더 녹아 최저치가 또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권란 취파

연도별 남극 해빙 면적을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회색선은 1981~2010년 해빙 면적의 중간범위를 나타낸다. 파란색 선이2022~2023년 해빙 면적으로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북극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해빙의 감소 추세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북극에서는 지난 1979년 이후 매년 5.2만㎢의 해빙이 녹아 사라졌다. 하지만 남극에서는 이렇다 할 해빙 감소 추세가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2014년에는 남극 해빙 면적이 약 2015㎢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2010년대 초반 해빙 면적이 점점 넓어지는 추세를 보인 때도 있었다. 남극의 해빙은 북극에 비해 얇은 데다 가장자리를 따라 발달한다. 게다가 여름에 녹는 속도도 굉장히 가파른데, 남반구의 겨울인 9월에 약 1800만㎢까지 넓어졌던 해빙 면적이 여름인 2월에는 러시아 면적만큼 줄어들기도 하는 등 변동성이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추세를 예측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권란 취파

1979~2023년 남극 해빙 최저치를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마지막 회색 점은 2023년 최저치를 보여주는데, 더 하강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파란색 선은 추세를 표시한 것으로, 10여 년마다 0.9%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주나 과학자들은 유효한 수치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 빨간색 선은 5년 평균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최근 측정 수치들은 남극 해빙 감소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아직 더 많은 데이터와 추가 분석이 필요하긴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의 이례적인 수치가 더 이어진다면 '남극 해빙이 녹아 내리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극 지역의 해빙 두께와 면적은 기후변화의 지표이다. 최근 북극의 해빙은 지구 온난화가 얼마나 빠르게 많이 진행되고 있는지 결정하는 주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바닷물로 녹아내리면서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한다. 밝은 색의 얼음은 태양열을 반사하는 반면, 어두운 색의 바닷물은 태양열을 흡수한다. 결국 온난화가 해빙을 녹이고, 해빙이 녹으면 또다시 온난화가 촉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남극 해빙의 감소도 마찬가지이다. 남극 해빙이 녹아 바닷물이 되고, 바다의 파도가 빙붕을 더 깎아내고 녹아내리게 한다. 빙붕은 남극 대륙에서 빙하를 타고 흘러 내려와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빙하가 흘러내리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남극 해안선의 3/4을 차지하고 있는 빙붕이 사라지면, 빙하 역시 버틸 수가 없게 된다. 더 나아가 많은 양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전 지구 해수면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해빙의 면적, 형성 시기, 녹는 시기는 해양 먹이 사슬의 기초가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크릴 같은 새우 등 갑각류의 먹이가 되고, 새우는 펭귄, 고래 등 남극 동물의 먹이가 된다. 즉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존이 남극 동물들의 생존을 결정짓게 된다.

이례적인 남극 해빙 면적 기록은 현재의 기후 위기를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경험하게 될 미래에 대한 경고를 숫자로 표시한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주해서는 안되는 신기록이다.

(사진=호주 남극기후생태계협력연구센터(ACECRC)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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