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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 할머니가 1원에 내다 판 참기름병, '기와집 15채 값' 국보였다

한 할머니가 봄나물을 캐다 발견한 흰 호리병.

참기름을 담아 단돈 1원에 내다 판 이 병은 알고 보니 기와집 15채 값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조선백자였습니다.

1997년 우리나라 국보로 지정된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 병'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우리네 국보로 지정된 유물 중 하나인 '백자 청촤철채동채초충 병'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까 합니다.

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18세기 후반, 높이 41.7cm, 입지름 4cm, 굽지름 13.3cm. (사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 포털 제공)

할머니가 단돈 1원에 내다 판 참기름병, 국보 된 사연

1920년 경기도 팔당 인근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봄나물과 참기름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야산에서 나물을 캐다 흰색 병을 발견했는데, 희고 목이 길어 참기름을 담기에 꼭 안성맞춤인 병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필요할 때마다 그곳 야산에서 병들을 주워다 참기름병으로 썼는데, 할머니가 병을 줍던 그 장소는 바로 조선시대에 왕실용 자기를 만들었던 사옹원 분원 가마터였습니다.

할머니는 직접 짠 참기름을 주워온 흰 호리병에 담아 상인에게 1원을 받고 팔았습니다.

참기름이 담긴 호리병은 지금의 서울 을지로에 살던 일본인 골동품상 부부에게 닿았고, 단박에 조선백자임을 알아본 남편은 다른 골동품상에게 60원에 팔았습니다.

이후 여러 수집가들의 손을 거치다 1936년 열린 경매에서 1만 4580원에 낙찰됐습니다.

이는 당시 기와집 15채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으로 조선백자로서도 역대 최고가였습니다.

최후에 이 '참기름병'을 손에 넣은 사람은 바로 문화재 수집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보화각(오늘날 간송미술관)을 세운 간송 전형필(1906~1962)이었습니다.

경매 이튿날 경성일보는 백자 사진과 함께 "조선백자가 1만 5천 원에 낙찰되었다"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간송 전형필. (사진=간송미술문화재단)
「조선인이 만든 철사 대병 1만 5천 원에」, 『경성일보』 1936년 11월 23일자. (사진=한국학술정보 제공)

그렇게 시간이 흘러 1963년, 단돈 1원에 팔린 참기름병은 '청와백자 철사진국화문 병'이라는 이름의 보물로 지정되었다가, 1997년 '백자 청화철채동초충문 병'이라는 이름으로 국보로 승격되어 오늘날까지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으로 남아있습니다.

1원짜리 참기름병이 국보가 된 이야기는 국립문화재연구원이 발간한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 · 보물'에 흥미롭게 담겨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국보 ·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 13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 목숨을 건 피난길에서 조상의 초상화를 챙기느라 고군분투한 후손의 노력, 딸이나 아들 혹은 처가나 외가를 구분하지 않은 재산 상속 이야기 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각 유물의 세세한 모습과 조사 장면을 담은 사진을 더해 현장의 분위기도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책자는 문화유산 조사와 보존·관리에 도움을 준 개인 소장가, 문중, 사찰, 전국 국·공·사립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며 연구원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https://portal.nrich.go.kr)에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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