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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주고 한 층 더 올리고"…'건축 사기'가 불러온 인재

"뇌물 주고 한 층 더 올리고"…'건축 사기'가 불러온 인재
튀르키예 강진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뇌물로 엮인 정부 관리와 건축업자들이 일삼아온 부실 건축의 사기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부실한 건축 규정 시행과 부패, 잘못된 정책 결정 등이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으로 보인다며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튀르키예 남부 오스마니예의 할리즈 센 건축가 협회장은 과거 자신이 살던 9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져 내린 현장을 바라보며 "철근이 안 들어 있다. 지진에 콘크리트가 힘을 잃고 기둥과 바닥이 함께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센 협회장의 남편 무스타파 씨는 "우리가 건물을 짓는데 철근 100톤을 사용할 때 다른 건설업자들은 90톤을 사용했다"며 "오스마니예는 활성단층 위에 있고 우리는 재앙 앞에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도시계획자이자 학자인 무라트 구벤크 씨는 부실 건축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와 개발업자, 도시계획자는 물론 전임 대통령에게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튀르키예는 1999년 이스탄불 강진으로 1만 8천여 명이 숨진 뒤 제정되고 5년 전 업데이트 된 엄격한 건축 규정이 있지만 문제는 건축 규정 시행과 감독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건축 허가를 받기는 쉽고 검사는 취약하며, 규정 시행 권한을 위임받은 업체들은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단 겁니다.

건설업자들은 지진 때 기둥이 휘어지고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철근의 사용량을 줄이고 설계보다 층수를 더 올리기까지 했지만, 관리들은 돈을 받고 이를 눈감아줬다고 구벤크 씨의 증언입니다.

오스마니예 남쪽 안타키아에서는 지은 지 10년밖에 안 된 고급 주택 단지가 무너져 수백 명이 매몰됐고, 이 단지를 건설한 건축업자는 지난 11일 몰래 튀르키예를 떠나려다 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건물주에게 벌금만 물리고 대신 무허가 부동산이나 법 위반 건축물의 등록을 허용하는 이른바 '건축 사면' 남발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르도안 정부는 그동안 총선 등을 앞둔 시기에 여러 차례 건축 사면을 단행했으며, 야당도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건축 사면을 지지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8년 총선 전 건축 사면을 단행한 뒤 이번 지진의 진앙에서 가까운 카라만마라슈를 방문해 주민들에게 14만 4천 시민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무스타파 센 씨는 "모든 게 철저하게 변해야 한다. 정치는 도시 개발과 구역 계획에서 손을 떼야하고 감독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정부 관리들과 건설업자 간 비호 관계가 타파되지 않으면 10년 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장면들을 다른 곳에서 또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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