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중국 "170㎝ 이상 젊고 건강한 남성 정자 기증하세요"

"키 170㎝ 이상의 청결한 습관을 지닌 20∼40세로, 감염병이나 유전병이 없고 큰 탈모도 없는 남성을 구합니다."

지난 10일 베이징의 비영리 정자은행이 소셜미디어 계정에 정자 기증을 요청하며 올린 글입니다.

이 정자은행은 "베이징과 톈진의 기혼 부부 불임률이 15%에 달하고 그중 40%는 정자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재 정자 기증을 필요로 하는 부부는 최대 2년을 대기해야 한다면서, 우리 돈 93만 원 상당인 약 5천 위안까지 사례금이 지급되니 대학생들은 많이 참여해 달라고 독려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오늘(13일) 중국이 지난해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출생률은 사상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베이징뿐만 아니라 산둥, 윈난, 장시, 하이난 등 중국 여러 지역에서 정자 기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산시성의 정자은행은 기증자들에게 정자 분석, 염색체 검사, 유전병과 감염병 검사 등 무료 건강검진을 제공한다고 공지했습니다.

또 산둥성의 정자은행은 정자를 10년간 냉동 보관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그러나 지원자 중 소수만이 기준을 통과한다고 후베이성 추톈일보가 전했습니다.

추톈일보는 정자가 초저온에서 보관돼야 하기 때문에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기증 지원자의 불과 20%만이 그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산시성 정자은행의 한 직원은 기증자는 평균 남성의 3배에 달하는 정자 농도를 지녀야 한다며, 많은 남성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2016년 중국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정자의 농도·수·활동성· 정상적인 형태 면에서 중국 젊은 남성의 정자의 질은 떨어졌습니다.

해당 연구진은 2001∼2015년 3만 636명의 건강한 중국 남성에게서 7만 개 이상의 정자를 채취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자격을 갖춘 기증자의 비율은 2001년 55.78%에서 2015년 17.8%로 급감했습니다.

또 정상적인 형태를 가진 정자의 비율은 같은 기간 31.8%에서 10.8%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저널 '인간 생식 업데이트'에는 세계 남성의 평균 정자 수가 1973∼2018년에 걸쳐 52% 줄었다는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출산 장려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인구가족사 양원좡 사장은 중국의 한 건강 잡지 최신호에서 불임이나 정자의 질이 출생률 저하의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육아와 경제적 부담, 여성의 직업적 발전에 대한 우려가 출생률의 주요 제약 요소"라고 밝혔습니다.

(사진=글로벌 타임스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