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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강제징용 '성의 있는 호응'은 누가 하고 있나

[월드리포트] 강제징용 '성의 있는 호응'은 누가 하고 있나
'호응하다'라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상대방의 부름이나 호소에 답하거나 요구에 맞춰 행동한다"다. 이 말로만 보면 호응은 상대방의 요청에 따른 수동적 반응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용례로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콘서트에서 보여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이라든지, 스포츠 경기 관중들의 '열띤 호응'이라는 표현은 자주 사용해도 '잔잔한 호응', '조용한 호응'이라는 말은 잘 쓰지도 않고 어색하다. 결국 '호응'이라는 단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적극적 주체로서 언제든지 상대방의 요청에 응할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한국이 일본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는 '성의 있는 호응'이라는 말에는 왠지 위화감이 느껴진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이야기하는 성의 있는 호응의 두 축이라는 기여와 사죄 측면에서 볼 때 피고 기업은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기여에 호응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미쓰비시 중공업의 이즈미사와 사장은 "이미 한일청구권협정 안에서 해결되었다"라고 말했고, 일본제철 하시모토 사장 또한 "이 사안은 국가의 문제로 결과가 뒤집히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 또한 기존 입장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가 끝난 뒤 일본 외무성 관계자가 "곤란한 것은 곤란하다고 말해 왔다"라고 발언한 것만 보아도 일본은 이 사안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이미 정해 놓았다고 보인다.

사죄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개별 사죄는 힘들고 기존 1995년 무라야마, 2005년 고이즈미 담화 등 패전 50년, 60년 등 10년마다 총리가 공식 발표하는 담화를 계승한다는 내용을 관방장관이 표명하는 것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것도 한국 정부 측에서 일본 정부가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했을 때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런데 일본 입장에서 역대 총리가 발표한 기존 담화를 계승한다는 것은 별 달리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총리, 관방장관, 외무장관 모두 한목소리로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긴밀하게 의사소통하겠다"라는 표현을 매번 반복하듯 그동안 밝혀 온 표현을 다시 한번 읽으면 될 뿐이다.

(왼쪽부터)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렇다면 이 사안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화이트리스트 복귀나 수출규제 해결을 위해 이러는 것은 아닐진대 결국 원고 측 변호인이 말했듯 일본 정부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나서 원고의 채권을 소멸시켜 준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항상 강제 동원 문제에서는 일본은 기존 입장에서 전혀 움직인 것이 없고 우리 정부만 안절부절,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는 '성의 있는 호응'은 정작 우리가 일본에게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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