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빅픽처] '대부'를 사랑한다고요? 아니 영화를 사랑합니다

[빅픽처] '대부'를 사랑한다고요? 아니 영화를 사랑합니다
당신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오퍼:'대부' 비하인드 스토리'(왓챠)를 보라. 혹은 당신이 영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영화에 대한 애정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또한 영화를 향한 당신의 고군분투가 무용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I'm gonna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영화 '대부'(1972)에 등장하는 이 말은 20세기 영화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명대사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대부로 불리는 '돈 꼴레오네'(말론 브란도)가 상대방에게 마지막 제안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을 인용하자면, '오퍼:'대부' 비하인드 스토리'는 '대부' 팬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시리즈다.

결말을 알고 보는 드라마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만큼이나 영화 같은 뒷이야기가 10부 내내 펼쳐진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 작품은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대부

◆ 프로듀서가 하는 일은 뭘까…'마법사'이자 '해결사'

'오퍼:'대부' 비하인드 스토리'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제작자 앨버트 S. 러디(Albert S. Ruddy)의 '대부' 제작기를 담은 드라마다. 1971년, 기대작의 잇따른 실패로 위기에 직면한 영화사 파라마운트는 베스트셀러 소설 '대부'(마리오 푸조作)의 영화화 작업에 돌입한다.

신인 프로듀서 러디(마일즈 텔러)는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댄 포글러), 작가 마리오 푸조(패트릭 갤로)와 합을 이뤄 일을 진행시키던 중 뉴욕을 주름잡고 있던 마피아들로부터 영화 제작을 중단하라는 협박을 받는다. 협상의 기술을 발휘해 마피아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는가 했더니 캐스팅, 제작비, 러닝타임을 둘러싸고 스튜디오와 충돌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마피아의 방해 공작 속에서 어떻게 '대부'가 탄생했는가'의 비화를 다루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건 영화인들의 꿈과 열정, 신의에 관한 드라마기도 하다. 무한한 재능과 잠재력을 가졌으나 아직 발현되지 않은 인물들이 자신을 믿어준 사람에게 가치를 증명하고, 어떤 방해와 압력 속에서도 자신들의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집념 어린 과정을 스토리에 응축했다.

'대부'의 여러 비화를 통해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 제작의 방식, 연출의 철학, 연기의 접근법 등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시리즈에 마음을 뺏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우리는 이 스토리의 결말을 알고 있다. '대부'라는 세기의 걸작이 탄생했다.
오퍼
프로듀서 경력이라고는 코미디 시트콤을 제작한 것이 다였던 '초짜' 러디는 영화에 대한 비현실적 이상으로 가득한 코폴라와 영화 작법에 문외한이었던 푸조를 독려해 '대부' 시나리오를 집필하도록 한다.

방대한 원작을 영화의 언어로 바꾸는 작업에 있어서 두 사람은 견해차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업자'가 아닌 '예술가'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코폴라는 "제멋대로인 마감 기한이 우리의 예술적 창작 과정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백지의 공포에 떠는 푸조를 안심시킨다. 완벽주의 감독과 게으른 천재 작가가 제대로 써낸 '대부'의 각본이 이 위대한 역사의 시작이었음을 '오퍼'는 사랑스럽고도 뭉클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낸다.

감독과 배우는 영화 전면에 드러나는 공로자다. 그러나 프로듀서의 공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프로듀서는 무슨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오퍼'는 답한다. "마법사이자 해결사"라고.
오퍼
TV 프로듀서 출신인 러디는 자신의 첫 영화인 '대부'를 향한 놀라운 집념을 보인다.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에서 스튜디오의 간섭을 받고, 마피아들의 협박을 받지만 그는 창작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영화를 찍을 수 있도록 투사 혹은 협상가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우아하고 품위 있는 협상도 아니다. 냉혈한, 사기꾼이라는 오명까지도 감수한다.

물론 단 한 명의 영웅이 걸작의 밑바탕을 만든 것은 아니다. 열정만 믿고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는 남자들 사이에서 차가운 머리 역할을 하는 베티(주노 템플)같은 수많은 조력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오퍼'는 가상의 인물들도 풍성하게 조합하며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러디 역을 맡은 배우는 우리에게 '위플래시'로 얼굴을 알린 마일즈 텔러다. 당초 이 역할은 아미 해머가 캐스팅 됐지만 '식인 논란'으로 중도하차했다. 마일즈 텔러는 주인공의 존재감, 카리스마 측면에서 2% 부족한 면모도 보이지만, 성실한 연기로 러디의 꿈과 열정을 형상화했다.
오퍼

◆ 알 파치노가 '쭉정이'로 조롱받던 시절…이 배우의 셀프 증명

캐스팅은 영화의 구성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예나 지금이나 스타 캐스팅은 영화 성패의 안전망처럼 여기며, 스타 없이는 투자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대부'의 영화사적 가치는 '갱스터 영화의 바이블', '가장 완벽한 트릴로지' 뿐만 아니라 '위대한 배우의 탄생'도 있다. 당시 말론 브란도는 한물간 배우였으나 메소드 연기를 정립한 최고의 연기파 배우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알파치노는 아니었다. 연극 '호랑이는 넥타이를 매는가?'를 통해 놀라운 연기력을 발산하며 코폴라의 눈에 들지만, 할리우드 관점에서는 그저 브로드웨이에서 연기 좀 하는 무명 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알파치노는 170cm의 키에 왜소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압도적 위용을 자랑하는 돈 콜레오네의 후계자다운 카리스마가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코폴라와 러디는 캐스팅을 밀어붙였다. 파라마운트의 사장 로버트 에번스는 마지못해 알파치노를 받아들이지만, 캐스팅 이후에도 이름 대신 '쭉정이'라 부르며 무시했다.
대부

알 파치노는 촬영이 시작된 후에도 끊임없이 자리를 위협받았다. 이때 그는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를 몸소 실천하며 자신이 대체할 수 없는 마이클 콜레오네임을 입증한다. '대부'의 그 유명한 총격 장면이 7회에서 그려진다.

불안과 초조를 드러내는 눈빛 연기와 어설픈 몸짓 그리고 세 발의 총성으로 꽉 채운 이 신은 마이클이 비로소 대부로 거듭나는 상징적 장면인 동시에 명배우 알 파치노의 역사가 시작된 장면이다. '오퍼'는 이 장면을 재현하지 않았다. 단지 알 파치노의 연기를 보는 반응컷으로 당신의 분위기를 전한다. 알 파치노를 닮은 배우가 있을지 몰라도 그를 대신할 배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에서 또 하나의 뭉클한 장면은 5회에 등장한다. 첫 촬영을 앞둔 코폴라는 주요 배우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저녁 식사 자리를 갖는다. 이 자리에 참석한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 제임스 칸 등은 미리 입을 맞춘 것도 아니지만 각자의 롤에 빙의해 콜레오네 가문의 저녁식사 신을 즉흥적으로 시연한다.
대부

◆ '뉴 할리우드' 시대에서 현재의 영화계를 보다

'뉴 할리우드 시대'(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미국 영화사에서 새로운 세대의 젊은 영화인들이 두각을 나타낸 운동)의 영화 산업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다.

이 드라마가 다루는 할리우드의 풍경은 작금의 상황과 닮은 측면이 있다. 영화 산업의 불확실성, 영화 대체재로서의 TV(OTT)의 성장, 매각과 합병을 통한 위기 타계 등이 그렇다.

영화는 예측이 힘든 불확실성의 사업이며, 어떤 공식을 끼워 맞춰도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다. 극 중 사업가들은 영화감독을 '헛바람 든 가짜 예술가'로 평가절하하거나 "입발린 소리로 우리 돈을 뜯어내려는 사기꾼' 취급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는데 능하지만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조차 영화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오퍼

시리즈의 제목처럼 영화 작업은 제안의 연속이다. 궁극적으로 프로듀서와 감독, 배우들은 끊임없이 관객에게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이 마법의 세계에 들어와 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누구도 허투루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창작의 과정은 누군가의 영혼을 갈아넣는 작업이다. 그러나 어떤 영화는 흥하고 어떤 영화는 망한다. 답은 과정에 있다. '오퍼'를 보면 '대부'가 어떻게 거절할 수 없는 매혹적인 제안이 됐나가 보인다. 더불어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피, 땀, 눈물까지.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