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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주택연금 가입에 쏠리는 시선…상담 대기만 1개월?

[취재파일] 주택연금 가입에 쏠리는 시선…상담 대기만 1개월?
한국인 평균 수명은 83.6세. (2021년 기준) 점점 늘어나면서 곧 90세, 100세 시대가 온다고 하죠. 은퇴하고 나도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고정 소득이 없으면 이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개인 연금을 더해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부족해 일자리를 찾는 노년층이 많지만 일자리 자체가 제한적이라, 이 또한 녹록지 않습니다.

일자리는 없지만, 집을 소유한 노인들의 노후 생활을 돕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주택연금입니다.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처럼 매달 일정한 돈을 받는, 일종의 장기 주택담보대출인 것이죠. 부부 중 한 명이 만 55세를 넘으면 가입할 수 있고, 공시가 9억 원 이하 주택을 소유할 경우 가입 자격이 있습니다. 다만, 월 지급액은 공시가가 아니라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소득세법상 고가 주택 기준인 12억 원 한도까지 시세를 인정해줍니다.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 그래프

도입 초기인 2007년엔 단 515명이 가입했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매년 신규 가입 1만여 건을 꾸준히 유지해왔고, 지난해엔 무려 1만 4천580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출시 이래 지금까지 가입 건수는 1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주택연금의 인기가 갑자기 올라간 건, 집값 추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설계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주택연금은 통상 가입 시점에 산정된 지급액 그대로 매달 지급받다 보니, 향후 집값 상승률 전망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만약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면 지금 집 시세로 연금에 가입하는 게 불리한 거고,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는 게 조금이라도 더 이익입니다. 실제로도 집값이 크게 오르던 2021년엔 주택연금 해지 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집값이 무섭게 오르다 보니, 차라리 수수료를 물더라도 중도 해지하고 차익 실현하거나 나중에 재가입을 노리는 게 나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집값 더 떨어질라, 지난해 가입 건수가 최대치를 찍은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었죠.

여기에, '집'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몫하는 걸로 보입니다. 과거처럼 내 자녀에게 집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 즉 집을 상속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나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늘어난 이유도 있을 것이고요. 무엇보다 요동치는 집값에 불안해하지 않고, 지금 내 집에 그대로 살면서,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무엇보다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주택연금에 가입한 71살 김병복 씨도, 주택연금 가입하고 나니 비로소 "죽을 때까지 걱정이 없더라"라고 했습니다. 가끔 손주들에게 용돈도 주고, 생활비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김 씨의 경우는 2005년에 매입한 경기도 시흥 아파트가 2배 이상 오른 시점에 주택연금에 가입했는데, 애초부터 주택연금에 관심이 있었던지라 지속적으로 시세를 모니터 해오다가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생각이 들면서 결심했다고 합니다. 심사 결과, 김 씨의 아파트는 시세 5억 1천만 원으로 평가받으면서 매달 126만 원씩 연금을 받게 됐습니다. 다른 연금을 합치면 은퇴 이전과 비슷한 소득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주택연금 관련해서 가입 희망자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고 문의하는 사항은, "주택연금을 받다가 사망할 경우 그럼 내 집은 어떻게 되느냐?"라고 하네요. (실제로 취재 현장에 다녀와서 몇몇 회사 동료들에게도 받은 질문입니다.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단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에, 해당 주택을 처분해서 그동안에 지급한 연금과 이자 등을 계산해 정산하게 됩니다. 이때 가입 시점보다 집값이 떨어져서 지급액 합계가 집값보다 많은 경우라도 차액을 징수하지 않습니다. 만약 돈이 남는다면, 상속자에게 남은 금액을 돌려준다고 합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어제(2월 1일) 오후에 한국주택금융공사 중부지사와 남부지사에 가보니, 상담하러 찾아온 분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연금 상담실마다 문의, 또는 상담을 예약하고자 하는 전화도 많이 걸려 오고 있었고요. 본사 주택 연금부 담당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의가 폭주하면서 지방의 경우는 2주 정도, 서울과 수도권은 한 달 이상은 대기해야 방문 상담이 가능할 정도라고 합니다. 하루 상담 건수도 평균 50%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뜨거운 열기의 배경은, 아시듯이 대외 상황이 좋지 않고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겁니다. 주택금융공사 역시, 가입자의 여생 동안 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 연 1회씩 지급액 산정 기준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기준을 정할 때는 주로 3가지를 따지는데요, 첫째는 집값 상승률 전망, 둘째, 이자율 추이, 셋째는 기대 여명입니다. 이자율이 오르고, 집값은 내리고, 기대 여명은 길어지는 추세 속에서 아쉽게도 오는 3월부터는 이전 가입자들에 비해 평균 1.8% 정도 지급액이 줄어듭니다. 가령 만 60세인 가입자가 소유한 시세 9억 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한다면 현재 기준으론 월 192만 4천 원씩 받을 수 있지만, 3월부턴 8만 원 정도 줄어서 연금액은 184만 3천 원이 됩니다. 2월 28일 가입분까지만 기존 산정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더욱 상담 신청이 몰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월 28일 신청접수 완료분까지 변경 전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 혹시 주택연금에 관심을 두고 계셨다면 서둘러 문의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주택연금 인기에 힘입어 정부도 더 많은 사람들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대상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르면 올해 안에는 현행 공시가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 주택까지 가입이 가능하도록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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