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협회 관계자는 "과거 월드컵 16강 이상의 지도 경험, 아시안컵 및 대륙선수권에서의 성과 등을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며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기준을 공개해 과정의 공정성을 공표하고, 최소한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얻는 이득보다 스스로 세운 기준에 갇혀 협상에서의 유리함을 잃는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번 선임 과정이 전 보다 불리한 위치에서 진행되고 있고, 난항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실적인 문제는 돈이다. 대한축구협회의 2023년 예산은 1,581억 원으로 '역대 최다'라지만 축구종합센터 건립 비용 511억 원을 빼면, 지난해 예산(1,141억 원)에 미치지 않는다. 카타르월드컵 16강에 오른 사령탑들의 평균 연봉은 25억 원 수준으로 벤투 감독의 추정치(17억 원)보다 8억 원 가량 높다. 벤투처럼 코칭스태프를 자신의 사단으로 꾸릴 경우, 비용(40억 원 추정)은 급등한다. 카타르월드컵 직후, 축구협회가 국내 감독 선임에 무게를 뒀던 배경이다. 지갑은 얇아졌는데 팬들과 선수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한국 사령탑'의 메리트도 예전 같지 않다. 지역 예선 통과가 험난한 유럽과 남미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월드컵 본선행이 유력해, 큰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올릴 기회로 여겨졌다.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턴 참가국이 48개로 늘어난 게 변수가 됐다. 유럽과 남미 출신의 지도자 입장에선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을 떠나야 할 동기가 약해진 셈이다.
지난 12월, 축구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1월까지 최종 후보군을 추린 뒤, 2월 우선 협상 순위에 따라 개별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시간 계획을 밝혔다. 이후 마이클 뮐러 기술발전위원장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에 선임되며 본격적인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25일엔 전력강화위원의 첫 회의가 열렸다. 협회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기준을 세우고, 후보군의 윤곽을 잡은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우선 협상 대상 순위를 정해 개별 접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여러 명의 후보에게 동시 다발적으로 접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현재 하마평에 오른 외국인 지도자들 중 상당수는 실제 협회의 제안을 받았다기보다는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의로 정보를 흘리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험난한 협상의 시간이 예고됐다. 기류는 외국인 감독 선임 쪽으로 굳어졌지만, 외신에서 거론된 일부 후보들은 과거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