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판결…고려불상 소유권 일본으로
먼저 불상 사진부터 보시죠. 불상의 이름은 금동관음보살좌상입니다.
이 불상을 놓고 10년 넘게 한국과 일본의 사찰이 소유권 분쟁을 벌였는데요, 지난 2017년 1심 재판에서는 부석사가 승리했지만 오늘(1일) 2심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습니다.
2심 법원인 대전고법 민사1부는 1심을 뒤집고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선고했습니다. 소유권이 관음사(觀音寺/간논지)에 있다는 겁니다.
6년 만에 판결이 뒤집히자 부석사 전 주지인 원우 스님은 "용기 있는 대한민국 판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반발했고요, 부석사 측 변호사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했습니다.
재판부가 왜 부석사 패소 판결을 내렸는지 설명드리기 전에, 불상 소유권이 어쩌다 법정 사건이 됐는지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충남 부석사 "왜구가 약탈했으니 돌려줘야"
이 불상이 지난 2012년에 국내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절도 범죄와 관련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재 절도범들이 일본 대마도에서 이 불상 등을 훔쳐 국내에 반입하다 세관에 적발된 거죠.
다른 문화재는 일본으로 반환됐지만, 이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반환되지 않았습니다. 부석사 측이 '왜구의 침략에 의해 불법 반출된 문화재'라면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죠.
부석사는 2017년 1심에서 소유권을 인정받았는데요, 일본이 불상을 약탈했다는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겁니다.
당시 1심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건 불상 내부에 있던 결연문이었습니다.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이 불상 결연문에 적혀 있었던 거죠. 그래서 법원은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는 취지로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불상의 진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했죠.
일본 관음사 "불상 약탈한 적 없다"
관음사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 불상을 조선으로부터 적법하게 들여왔고 ▲ 오래 봉안한 만큼 취득시효 완성에 의한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겁니다. (취득시효: 타인의 물건을 일정 기간 점유하는 사람이 그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제도)
지난해 6월에는 관음사의 다나카 세쓰료 주지승이 우리 항소심 법원에 나와 이런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다나카 주지는 "1527년부터 자리해 있던 불상은 지난 1953년 관음사 종교 법인 설립 후 명확하게 소유 의사를 갖고 공공연하게 불상을 소유해왔으며 일본과 한국 민법상 취득시효가 적용돼 소유권이 성립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진품 여부 감정도 있었는데요, 문화재청이 불상과 결연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탄소 연대측정도 했습니다. 그 결과 1330년대에 제작된 진품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단락됐죠.
입증 어려운 약탈, 입증 쉬운 취득시효
우선, 고려시대 부석사와 현재의 부석사가 동일한 사찰인지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소유권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흔들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