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배우자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7)와 하나뿐인 딸 진희(46) 씨 등 유족은 이날 오전 뱅센 노트르담 성당에서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가족과 지인 등 60여 명이 참석한 장례 미사에서 딸 진희씨는 "나의 어머니는 나의 정신적인 구세주였다"며 "손을 놓아주겠으니 하늘에서 평안히 지내달라"고 말했습니다.
진희 씨는 '엄마(Oma)를 위한 기도'라는 제목 아래 써 내려간 추도사에서 "나의 엄마는 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반짝이는 빛 중 하나였다"고 추모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항상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버지의 손가락이 흐르는 물과 같다고 끊임없이 말해왔다"며 "음악은 어머니의 영혼과도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장례식은 고인의 손자이자 진희 씨의 아들이 목관 옆에 놓인 촛불에 불을 붙이며 시작됐고, 조문객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와 관에 성수를 뿌리며 마무리했습니다.
화장을 마친 유골은 이날 오후 4시쯤 성당 인근 묘지 납골당에 안치됐습니다.
납골당에 유골함을 넣고 문을 닫을 때는 백건우, 딸 진희 씨 등 가족과 이창동 감독 등 소수만이 함께했습니다.
백건우는 묘지 앞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우리가 삶을 받아들이듯,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참 중요하다"며 "그걸(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심경을 밝혔습니다.
이날 장례 미사에는 딸 진희 씨와 성년후견인 소송으로 갈등을 겪던 고인의 막냇동생 손미현 씨도 참석했으나, 백건우나 진희 씨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다는 미현 씨는 큰 언니의 별세 소식을 기사로 접했고, 장례식 장소와 시간도 스스로 알아보고 찾아왔다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1960∼1970년대 한국 영화를 화려하게 수놓은 1세대 여배우였던 고 윤정희는 10여 년간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다 지난 19일 파리 외곽의 한 병원에서 79세를 일기로 작고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