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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미식 열풍만으로는 요식업계 문제 못 고친다

By 비비안 하워드(뉴욕타임스 칼럼)

데보라 스필만
 
*비비안 하워드(Vivian Howard)는 요리사이자,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경영인이다.
 

르네 레드제피(René Redzepi)가 미슐랭가이드 별 3개에 빛나는 자신의 유명 식당 노마(Noma)의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을 때 요식업계 소식을 다루는 대부분 매체들은 노마가 안정적인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하게 된 것을 레드제피 개인의 문제로 다뤘다. 즉, 레스토랑 주방을 실험실이라고 명명하고, 거기서 일하는 요리사 상당수에게 아예 급여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노마 같은 유명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게 된 걸 감사하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등 노마에서, 또 노마라서 두드러졌던 특징을 문제로 꼽은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노마 같은 고급 식당이 겪게 된 위기는 요식업계 전체가 맞닥뜨린 더 근본적인 문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로 요식업계뿐 아니라 관광산업 등 서비스업(hospitality industry) 전체가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었다. 팬데믹 초기의 어려움은 어찌어찌 극복한 식당들도 곧이어 불거진 구인난과 공급망 대란을 넘지 못하고 줄줄이 폐업했다. 그러나 사실 식당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한참 전부터 식당들은 인기도, 수익도 자꾸 줄어들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그러다 불어닥친 팬데믹으로 인해 요식업계의 사업 방식이 얼마나 낡아빠진 구닥다리인지 온 세상이 알게 됐을 뿐이다.

나는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 킹스턴에 있는 내 대표 레스토랑 셰프 앤더 파머(Chef & the Farmer)의 문을 닫았다. 지난 15년 동안 셰프 앤더 파머는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to-table)"로 대표되는 신선한 유기농 산물을 재료로 한 레스토랑 세계에서 잘 나가는 식당 중 하나였다. 우리 식당은 요리에 있어서는 별 볼 일 없는 동네로 여겨지던 내 고향과 우리 지역의 음식을 다시 보게 한다는 호평을 많이 받았다. 맛뿐 아니라 우리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근방에서 찾기 어려워 더 유명해졌다.

물론 셰프 앤더 파머가 노마는 아니었다. 우리 식당에서는 1인당 60달러 (약 7만 5천 원) 정도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것도 물론 싼 값은 아니지만, 노마에서 내야 하는 1인당 500달러(약 63만 원)보다는 훨씬 싸다.) 우리 부엌에서는 (노마처럼) 직접 재료를 숙성하고 건조했다가 다시 응축하는 실험 비슷한 작업을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가 정당한 급여를 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모두"에는 인턴도 포함된다.

그런데도 셰프 앤더 파머는 문을 닫아야 했다. 이유는 딱히 새로울 게 없다. 요식업계에 만연한 문제를 우리도 피해 가지 못했을 뿐이다. 사업 방식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비효율적인 운영이 반복되면서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였고,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요식업계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한 단계 진화하지 못한다면 셰프 앤더 파머와 같이 좋은 재료와 음식, 맛을 바탕으로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은 소멸되고 말 것이다.

셰프 앤더 파머는 분명 고급 식당 축에 든다. 고급 식당에서는 평범한 요리를 내놓지 않는다. 그날그날 들어온 신선한 재료에 따라 매일 새로 인쇄하는 메뉴판에는 마법사가 핀셋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장식한 듯한 설명이 적혀 있다. 당근 요리에 16달러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고급 식당에선 흔한 칵테일, 커피, 와인을 팔지 않는다. 우리는 전문가가 엄선한 "마실 거리"를 선보인다. 밖에서 보면, 촛불을 밝힌 실내 장식부터 잘 차려입은 서버, 소믈리에, 매니저들이 손님들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듯한 여유 있는 웃음을 머금고 주방을 오가며 마법사들이 한껏 재주를 부린 음식을 가져와 테이블에 놓는 모습까지 모든 게 그럴듯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손님들이 먹기 아까울 만큼 정성스레 플레이팅한 음식에 엄선한 와인을 곁들여 먹기까지 그 음식을 만든 사람들은 정작 너무 괴로운 과정을 거쳐야 해서 문제다. 그 괴로운 과정을 업계에서 우리끼리 쓰는 말로 표현하면 이렇다.

"손님들에게 낼 음식을 만드는 동안 우리는 으깨지고, 반죽을 치대는 것처럼 계속 맞고, 마침내 숨이 붙어있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요식업계는 수익률이 높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요식업계에 발을 들이는 이에게 펼쳐지는 미래는 둘 중 하나다. 아주 유명한 요리사로 성공하는 길, 아니면 막다른 골목에 가로막혀 끝내 실패하는 길이다. 대부분 후자의 길을 간다. 식당을 경영하는 관점에서 보면, 많은 종업원에게 제대로 된 급여를 주기 위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주류 판매다.

또한, 손님을 직접 응대하는 서버들은 손님이 주는 팁에 사실상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한다. 대부분 자영업인 식당들은 장사가 아주 잘될 때도 돈을 잘 못 번다. 그래서 월급을 받는 종업원들은 장사가 잘되면 일만 많아져서 힘들다.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이나 유급 휴가처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혜택은 그림의 떡이다. 자식들에게 "열심히 해서 식당 한번 열어보렴. 요리사로 사는 거 정말 괜찮아 보이더라."라고 말하는 부모님을 아마 거의 보지 못했을 거다. 실제로 요리사의 삶은 그다지 추천할 만하지 않다.

도대체 식당의 수익률은 왜 이렇게 낮은 걸까? 먼저 음식을 만드는 데 드는 수고가 만만찮다. 껍질을 까지 않은 옥수수를 맛있는 훈연 옥수수 아뇰로티(라비올리의 일종)로 만들려면 여러 명이 몇 시간 동안 부엌에서 공을 들여 요리해야 한다. 주방장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없으므로 식당마다 재료를 다듬고, 고기를 썰고 재는 다양한 요리사들이 파트별로 있다. 여기에 여러 명의 부주방장, 베이킹 담당도 있어야 한다. 또 예약을 받고 테이블을 지정해 손님들을 앉히는 일 등 식당을 운영하려면 매니저에 관리인도 필요하다. 이 모든 사람의 수고가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야 비로소 식당이 굴러간다.

인건비도 만만치 않지만, 식당에 특화된 장비값도 무척 비싸다. 주방에 사람을 배치하고 재료를 사다 놓는다고 알아서 요리가 되는 게 아니다. 레인지, 튀김기에 식기세척기까지 수많은 기계를 가정용이 아니라 업소용으로 준비해야 한다. 없어서는 안 되는 업소용 주방 가전이 값은 또 너무 비싸다. 다양한 조리도구와 접시, 테이블보, 수저, 냄비, 그릇도 있다. 식탁, 의자, 조명에 간판 등 실내 인테리어도 음식뿐 아니라 외식이라는 경험 자체를 소비하러 오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아무거나 싸구려로 살 수 없다. 그래서 식당은 장부를 펼쳐놓고 보면 거의 최악의 투자처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주방장이 출중한 재능을 발휘해 기적처럼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고, 투자금을 어떻게든 회수하게 될 거라고 그저 믿고, 장부 곳곳에 드러난 위험 신호들을 애써 외면한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요식업계의 사업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해 왔다. 패스트푸드나 카페테리아 식당, 드라이브스루 업체들이 잘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당신이 사는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사를 떠올려 보시라. 업계에서 권위 있는 제임스 비어드상을 받은 사람이나 직원들이 식당 로고가 새겨진 앞치마를 두르고 바삐 요리하는 식당의 주방장 말이다. 미식 분야의 전문가, 비평가, 기자들로부터 "주목할 만한 새로운 스타 셰프"로 꼽힌 사람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거의 다 고급 식당 말고 다른 데 에너지를 쏟는다. 바로 자신의 브랜드를 앞세운 햄버거나 타코, 프라이드치킨 가게를 내는 거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거의 예외가 없는 법칙이다.

실은 나도 그랬다. 무려 두 번이나. 셰프 앤더 파머가 문을 연 지 5년쯤 된 때였다. 식당은 큰 인기를 누리며 잘 나가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런데 식당을 아무리 열심히 운영해도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았다.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이 경력이 쌓이면 승진시키고 더 큰 일을 맡겨야 하는데, 보낼 데도, 맡길 일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셰프 앤더 파머 바로 맞은편에 보일러룸(Boiler Room)이라는 햄버거 가게를 새로 열었다. 뭐를 해도 다 잘할 것 같은 다소 과한 자신감에 차 있던 때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5년 뒤에는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피자 식당도 열었다.

셰프 앤더 파머를 운영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었다. 챙겨야 할 건 많고, 돈은 좀처럼 벌리지 않는 첫째 때문에 떠안은 짐을 덜고자 우리는 문화적으로 셰프 앤더 파머의 브랜드를 해치지만 않는다면 서비스든 일손이든 식당 면적이든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여서 둘째, 셋째를 만들어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질보다는 양이었다. 햄버거와 피자를 팔아서 번 돈으로 셰프 앤더 파머에 계속 물을 부어야 했다. 밑 빠진 독인 걸 알면서도 물을 붓지 않으면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가니 어쩔 수 없었다. 더욱 안타까운 건 그 밑 빠진 독이 실은 초기에 적잖은 투자금을 부어 만든 비싼 식당이라는 점이었다.

양적인 확장은 눈에 잘 띄는 성공으로 보이는 법이다. 새 식당을 두 군데나 열자 우리가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생각한 사람이 많았겠지만, 곧이어 우리는 문제에 봉착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식당 여러 곳을 운영하다 보니 수익이 줄었다.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어떻게든 식당을 꾸려오던 마법은 빛이 바래고 있었다. 한 식당이 자매 식당에 2호점, 3호점을 연다는 건 필연적으로 그 가운데는 본점을 위해 희생하는 지점도 있고, 생각만큼 잘 안돼서 속을 썩이는 곳도 있다는 뜻이다. 누구도 유명 요리사의 식당에서 햄버거 패티 굽는 일을 선망하지는 않을 테니, 사람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한 가지 대안이 있기는 하다. 음식값을 올리면 된다. 그러나 가격을 함부로 조정했다가는 자칫 레스토랑 브랜드 자체에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갈 수도 있다. 이는 손님을 잃는 지름길이다. 아니면 브런치나 점심 장사를 하거나 아예 아침부터 문을 여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당장의 매출과 수익은 아마도 오를 것이다. 그러나 브런치를 팔면 그때 일하는 서버와 종업원들은 손님들이 주는 팁에 기댈 수밖에 없다.

팁에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다 보면 수익이 불확실해지고, 일에서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식당으로서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 또 브런치나 점심은 아무래도 저녁 식사보다는 음식값을 더 싸게 받는다. 그러면 처음에는 손님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 또한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지난 30여 년간 외식 문화는 꾸준히 개선되고 보편화됐다.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 그러나 그 30년 동안 안타깝게도 요식업계는 안정적으로, 꾸준히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업 방식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정말로 성공하고 싶다면, 요리사들도 사무직 관리자들처럼 사고하고 고민해야 한다.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려면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내년에 셰프 앤더 파머를 다시 열 계획이다. 이번에는 우리 식당을 찾는 손님뿐 아니라 그 손님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이들의 행복에도 최대한 신경 쓸 생각이다. 우리는 손님이 내는 팁에 서버의 생계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새롭게 단장한 식당은 손님들이 주방을 마주 보고 앉고, 요리사가 직접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오는 카페테리아 형식이다.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남는 모든 에너지는 식당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본에 쏟을 계획이다. 바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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