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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무력화 시키는 백신 등장?…예방 가능할까

세계적으로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어쩌면 마약의 효과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 백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마약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모든 부작용이 사용자 본인도 모르게 발생한다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2021년 한 해동안 무려 8만1천여 명에 달하는 사람이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마약 오남용으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처참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 마약백신 기술이죠.

일반적인 백신처럼 접종자의 체내에 마약 성분에 대한 항체를 생성시키고 마약의 효과를 무력화시킨다는 거죠.

작년 10월 말 미국 휴스턴 대학의 연구진은 그들이 개발 중인 '펜타닐 백신'의 연구 과정을 공개했습니다.

펜타닐 같은 마약류는 우리의 뇌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그 약효를 발휘합니다.

마약을 투여하면 아주 미세한 마약 분자가 혈액에 남게 되고 이것은 혈관을 타고 혈뇌장벽이라 불리는 혈관과 뇌 사이의 아주 얇은 막을 통과해 뇌 속 신경계를 자극하죠.

하지만 휴스턴 연구진이 개발 중인 펜타닐 백신을 맞으면 펜타닐에 대한 항체가 체내에 생성됩니다.

이 상태에서 펜타닐을 투여하게 되면 생성된 항체가 펜타닐 분자에 달라붙습니다.

항체가 없었다면 손쉽게 혈뇌장벽을 통과했겠지만 크기가 커져버린 펜타닐 분자는 장벽을 뚫지 못하고 펜타닐 분자가 뇌를 자극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되죠.

백신을 맞으면 아무리 펜타닐을 놔봐야 막 기분이 좋아지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휴스턴대 연구진은 백신의 효과 검증을 위해 대표적인 약물 효과 실험 중 하나인 '테일 플릭테스트'를 실행했습니다.

먼저 연구진은 실험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 그룹에만 펜타닐 백신을 접종시켰습니다.

접종받은 쥐들의 몸에 항체가 충분히 생성된 후 본격적인 테일 플릭 테스트가 시행됐죠.

연구진은 이 쥐들에게 소량의 펜타닐을 투여한 후 꼬리 부위에 서서히 열을 가했습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쥐들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효과 덕에 꼬리의 감각이 무뎌졌고 정상적인 반응 속도보다 평균 50%나 늦게 꼬리를 튕겼습니다.

펜타닐의 투여량을 늘리자 반응속도는 최대 75%까지 느려졌습니다.

반면 백신을 접종한 쥐들은 모든 개체가 정상 범주에 속한 반응속도를 보였습니다.

실제로 백신을 접종한 쥐들의 뇌내 펜타닐 수치는 그렇지 않은 쥐들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면서 백신이 펜타닐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휴스턴대 연구진들은 이 펜타닐 백신이 최소한의 부작용 정도만 유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마약 중독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백신의 등장은 굉장히 솔깃한 소식입니다만 사실 마약백신은 이미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목적에 무게가 실린 개발품입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미국만큼 심각한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섣불리 마약에 손을 댔다가 치료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분명 마약 중독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마약 중독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탓에 데이터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아쉬운 상황이라 말합니다.

오늘의 결론, 마약 치료계의 슈퍼 히어로 마약백신은 이름과 다르게 예방보다는 치료의 성격이 강한 녀석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마약의 위험성이 점점 강조되는 만큼 그에 대한 치료와 회복에도 더 큰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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