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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최고의 구원투수 오승환의 부활, 혹은 변신

오승환은 왜 '뜬공 투수' 정체성을 버렸나

스프 야구수다

한국 야구 사상 가장 위대한 구원투수의 부진


지난해 7월 삼성은 치명타를 맞았다. 구단 40년 역사상 첫 13연패의 수렁에 빠졌고, 허삼영 감독이 옷을 벗었다. 그 기간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오승환이었다. 세 타자 연속 볼넷, 17년 만의 연속 타자 피홈런 등 충격적인 부진을 거듭했다. 7월 한 달 동안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79. 세이브 하나도 없이 블론 세이브만 4개에 2패를 기록한 충격적인 부진에 한국 야구계는 할 말을 잃었다. 누구나 부진할 수 있지만, 오승환의 '장기 부진'은 본 적이 없었고,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승환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한국 야구 역사상 선동열 다음으로 압도적인 투수'다. 통산 5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과 WHIP(이닝당 출루 허용) 등 위력을 나타내는 대부분의 지표에서 선동열에 이어 2위다. 투수들의 보직 구분이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오승환보다 압도적인 투수는 없다. 즉 오승환은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구원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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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이 경이적인 또 다른 이유는 내구성이다. 스포츠의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투수들의 부상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변수는 투구의 속도다. 한마디로 빠른 공을 던질수록, 다칠 확률이 높다. 당연한 일이다. 시속 150km가 넘게 공을 던지는 일은 신체에 '과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긴 이닝 동안 힘을 아껴 나눠 쓰는 선발투수들과 달리, 구원투수들은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힘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다. 모든 공을 본인의 '최고 스피드'로 던져 타자를 압도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오버핸드 강속구) 구원투수들은 부상과 기량 쇠퇴가 일찍 찾아오고, 전성기가 짧다. 오승환처럼 데뷔 후 18시즌을 최정상급의 구원투수로 버티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오승환이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올린 통산 세이브는 492개. 세계 야구 역사상 이보다 많은 세이브를 올린 투수는 마리아노 리베라(652)와 트레버 호프만(601)뿐이다. 모두 '자연법칙'을 거스르고 40살이 넘어서도 마무리투수 자리를 지켜낸 전설들이다.

그 오승환이, 흔들린 것이다.

사실 오승환의 부진은, 시즌 초반부터 조금씩 징조가 보였다. 구속 저하가 대표적이다. 작년 4월 오승환의 직구 평균 시속은 142.7km. 2020년 한국 복귀 이후 가장 느렸다. 복귀 첫 달인 2020년 6월의 146.1km에 비하면 무려 3.4km가 감소한 것이다. 5월에 잠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6월과 7월에 다시 142km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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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직구 리그 평균 시속은 144.1km. 한 시대를 풍미했고 전 세계 타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오승환의 '돌직구'가, 이제 리그 평균보다 느린 공이 된 것이다.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었기에, 반등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오승환은 거짓말처럼 해법을 찾아냈다. 8월부터, 다시 우리가 알던 난공불락의 '끝판 대장'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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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8월 이후의 오승환은 우리가 알던 오승환과는 사뭇 다른 투수다.

오승환의 트레이드마크는 '돌직구'다. 강력한 백스핀 때문에 비행 중에 떨어지는 폭이 줄어드는, 타자의 눈에는 마치 떠오르는 듯한 '라이징 패스트볼'이었다. 그래서 타자가 오승환의 공을 치려고 스윙하면, 결과는 보통 두 가지였다.

1. 헛스윙
2. 공이 방망이 위쪽에 맞고 떠올라 잡히는 뜬공

그래서 오승환은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뜬공 투수였다. 오승환이 '2차 전성기'를 맞아 일본 진출 전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오승환보다 땅볼 대비 뜬공을 많이 유도하는 투수는 두 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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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뜬공 투수'는 '홈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땅볼과 달리, 뜬공 중에 일부는 담장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대구시민운동장, 삼성 라이온즈 파크처럼 '홈런 공장'을 홈으로 쓰는 투수들은 더욱 홈런을 조심해야 한다. 전성기의 오승환처럼 어마어마한 속도와 움직임을 가진 투수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속도와 움직임 모두 리그 평균 이하가 된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뜬공은 언제든지 넘어갈 수 있고, 실제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까지 오승환이 허용한 홈런은 6개. 이전 두 시즌 전체를 합친 것(5개)보다 많았다.

그런데 오승환은 지난해 8월 이후, 더 이상 '뜬공 투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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