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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첨단 전차' 각축장 되나…K2 흑표는?

[월드리포트] '첨단 전차' 각축장 되나…K2 흑표는?
공동 기자회견 하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

미국과 독일이 그간 꺼려왔던 우크라이나 전차 지원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고 확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제공을 주저해 왔지만 올봄 날이 풀리면 러시아가 대규모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기상 조건이 개선되고 나면, 러시아가 공세를 더 높일 것을 예상할 수 있고 그에 대비해야 한다"고 한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의 말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우크라이나 가는 'M1 에이브럼스'…성능은?

미국 M1A2 에이브럼스 탱크

이번에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전차는 여러 실전을 통해 성능이 입증된 M1 에이브럼스입니다.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에는 에이브럼스 1대가 소련제 T-55 12대를 격파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투가 아닌 학살이었단 말까지 나왔습니다. 에이브럼스는 1,500마력 가스터빈 엔진으로 최대 시속 70km를 낼 수 있고 주무장으로 120mm 활강포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방어력도 뛰어나서 열화우라늄 복합 장갑을 채택해 웬만한 피격에는 얼마든지 버틸 수 있고 방사능 방호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또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제 전차들이 피격 후 승무원 아래 배치된 탄약이 폭발해 승무원이 사망하는 취약점을 드러낸 것과 달리, 내부 탄약고를 포탑 뒷부분에 배치해 장갑이 관통당하더라도 폭발력이 밖으로 배출되도록 해 생존성을 높였습니다.

다만, 주로 사용하는 연료가 항공기에 쓰는 제트유여서 우크라이나 내 보급이 쉽지 않다는 점(물론 경유나 휘발유 사용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한 번 급유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최대 약 426km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제약사항으로 꼽힙니다. 또 관리나 운영이 다른 전차들에 비해 까다롭고 비싸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 기준으로 1개 대대 규모인 에이브럼스 31대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전차 대신 새 전차를 제공해 실제 우크라이나군에게 인도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걸로 보여 미국은 전차 인도 전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전차 운용을 위한 교육, 훈련 지원부터 할 예정입니다. 미 고위당국자는 미 국방부가 전차 관리와 운영에 필요한 연료 및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세계 최강, 레오파드2…2A6 모델 지원

독일 레오파드2 전차

독일도 우크라이나에 전차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가장 원했던 레오파드2 전차입니다. 역시 독일군의 주력 전차로 방산 업계에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로 꼽힙니다. 역시 1,500마력 디젤 엔진에 120mm 활강포를 탑재하고 있으며 최대 시속 약 70km 정도입니다. 이번에 지원되는 14대는 레오파드2 2A6 모델로 2001년 독일 연방군이 도입한 사양입니다.

레오파드2는 전투 중량이 55t이나 되는 대형 중전차임에도 화력, 기동력, 방어력 등을 고루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신뢰성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흠이라면 가격이 비싸다는 건데 지원받는 입장에서 고민할 부분은 아닙니다. 독일은 동맹국들과 함께 레오파드2 전차 2개 대대, 80~100대가량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미국과 달리 독일은 연방군이 보유한 전차를 직접 보낼 계획이어서 독일 지원분 14대는 1분기 안에 우크라이나로 인도될 전망입니다.

각국 첨단 전차, 실전 능력 가를 변수는?


어찌 됐든 이번 지원 결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군사 강국들의 주력 전차 성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각축장이 될 걸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군의 M1 에이브럼스, 독일 레오파드2, 영국의 챌린저2 탱크, 여기에 러시아의 T-90M까지 내로라하는 전차들이 맞붙게 됐습니다. 무기의 경우 실전 경험 여부가 결정적입니다. 우리 FA-50이 필리핀에서 실전 능력을 입증한 뒤 국제 방산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게 그런 사례 중 하나입니다.

경험 면에서는 미군의 에이브럼스가 일단 유리할 걸로 보이지만 문제는 미국이 과연 어떤 기종을 보내느냐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같은 메이저 무기 수출국들이 대부분 그렇듯, 에이브럼스도 해외 수출 버전은 미군이 사용하는 사양과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구형 모델인 M1A1이 아닌 M1A2 신형 모델이 지원되겠지만 기밀 장갑 패키지(열화우라늄 복합장갑을 말합니다.)가 빠진 수출용 버전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독일, 영국이 자국 전차 운용에 필요한 교육과 기술 지원을 얼마나 빨리,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도 관건입니다.

또 하나, 모든 현대전이 그렇듯 전차 역시 전차 자체 성능뿐 아니라 C4I(전술지휘자동화체계)가 얼마나 뒷받침해주느냐도 변수가 될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을 가장 괴롭힌 건 미군의 정보 지원이었다는 후문입니다.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갑자기 날아든 하이마스 로켓 세례에 후방 보급로가 끊기는가 하면, 기갑 부대가 속절없이 당하기도 했습니다.

K2 흑표, 우크라이나 갈 수 있을까

노르웨이 설원에서 주행시험을 벌이고 있는 K2 전차(오른쪽)와 독일 레오파드 전차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무기는 실전 데이터가 가장 중요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 개발된 무기가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할 경우 가격이 기존의 두 배로 뛴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K2 흑표 전차를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솔깃한 이야기입니다. 흑표 전차가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수 있다면 방산 수출은 물론 K2 전차의 취약점을 찾아내 개선할 수 있는 점에서 여러 모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토 동맹국인 독일이 전차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동참을 요구했을 만큼 무기 지원은 복잡한 국내외 정세 고려가 선행돼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방탄복이나 전투식량 깉은 비살상 물자만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가 무기 지원에 나설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가 미국에 수출한 155mm 포탄이 우크라이나 지원용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K2 흑표 지원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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