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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루 잠 한두 시간" 염전노예 7년…국가는 없었다

<앵커>

저희는 1년 전에 이분, 박영근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7년간 노동 착취를 당하다 극적으로 탈출한 지적장애인 노동자입니다. 하루에 겨우 한두 시간만 자면서 일하기도 했지만 월급을 제대로 받기는커녕 폭력과 폭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박 씨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도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저희가 보도한 뒤에는 국가인권위가 조사를 벌였는데, 이들을 보호해야 할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인권위는 담당 부처인 노동청에 장애인들이 차별 받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정반석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21년 전남 신안군의 염전을 빠져나온 지적장애인 박영근 씨.

[박영근/염전 노동 피해자 (지난해 1월 25일 SBS 8뉴스) : 하루에 2시간도 자고 1시간도 자고, 사람이 견딜 수가 있어야지. 바닷물 푸다가 아무도 없어서 기회다 해서 나왔죠. 산으로 막 튀었지.]

박 씨는 임금 체불 진정도 냈지만,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은 박 씨를 대면 조사하지 않고 그대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박 씨가 "염전에서 임금과 퇴직금을 받았고, 염전 운영주에 대해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낸 '취하' 문자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박 씨가 지적장애인인지 여부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박 씨는 근로감독관이 합의를 종용하며 해당 문자를 보내라고 권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추가로 진정을 냈습니다.

박 씨가 7년간 일한 대가로 받은 돈은 불과 400만 원.

재조사 결과, 체불 임금은 8천700만 원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노동청은 염전 운영자가 지난 2015년에도 장애인을 감금하고 임금을 미지급해 처벌받았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충분한 조력 없이 박 씨의 진정을 취하해 권리구제를 지연시킨 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최정규/변호사 (염전 피해자 대리인) : 염전 피해자가 장애인인지 확인하는 지침조차 노동청에 없다는 것이 이번 인권위 결정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2014년 염전노예 사건 이후에도 노동청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인권위는 이어 "노동청에 장애인 조사 지침을 만들고, 염전 노동자 권리구제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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