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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전장연 시위 댓글 분석해 보니…보수는 댓글, 진보는 대댓글

[마부작침X언더스코어] ② 이념 성향 따라 댓글 행태 달랐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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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를 탑승한 노부부가 장애인용 리프트에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지난 22일은 사망 22주기였습니다. 22년이 흘렀지만 '장애인 이동권 보장'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서울시는 전장연 시위에 시민 56%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를 내세우며 강경 대응 의지를 천명합니다.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이제까지 알려진 '여론'은 제대로 된 것일까요?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과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가 함께 전장연 시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여론을 진단해봤습니다.

1편에서는 여론조사 분석을 통해 전장연 시위 지지 여부가 거주지와 지하철 이용 여부, 정치적 신념, 인구 통계적 요소 등 어떤 것에 영향을 받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 편은 온라인 뉴스 댓글 속에 숨겨진 여론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과연 온라인 댓글 민심은 여론조사와 비교해서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활용해 2021년 12월 1일~ 2023년 1월 12일 작성된 41개 주요 언론사 기사 중 제목에 <전장연>, <장차연>, <장애인 시위>, <지하철 시위>, <장애인 시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포함하고 있는 기사 1,165건을 추출했습니다. 이 기사들의 추천 수 상위 200 댓글 23만 3,000개를 수집했습니다.

해당 댓글을 작성한 유저 중 각 포털별로 2,500명을 무작위 추출한 뒤, 최근 댓글 3,500개 기준으로 최소 이틀 이상 전장연 관련 기사에 댓글을 작성한 것이 확인된 1,971명을 분석에 최종 활용했습니다. 정치 성향 분류 모델을 통해 이들을 보수, 진보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댓글 정치성향 분류 예시

전장연 기사 댓글…언제 가장 많았나?

우선 전장연 기사에 얼마나 많은 댓글이 달렸는지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수를 시기별로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5월 사이(1기)에 댓글 민심이 크게 출렁였고 지난해 11월부터 12월(2기)에 또다시 댓글 민심이 요동쳤습니다. 정확히 지하철 승·하차 시위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가열되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유독 두 시점에만 여론이 뜨거웠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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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언론 기사를 분석해보면 2022년 3월 이전의 전장연 시위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있었지만 관련 기사에 대한 반응은 크지 않았습니다. 기사에 달린 평균 댓글 수가 5개도 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3월 이후부터 전장연 기사에 달리는 댓글 수는 위 그래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폭등합니다.
 
"...불특정한 최대 다수의 불편이 특별한 우리에 대한 관심'이라는 투쟁 방식을 용인한다면 우리 사회의 질서는 무너진다..."
-2022년 3월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페이스북 발췌-

그 이유를 데이터로 설명할 순 없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작년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애인 이동권 시위 방식을 비판한 직후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건 사실로 보입니다. 이 전 대표가 쏘아 올린 전장연 논란은 급속도로 진영의 논리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전장연 시위에 대한 공방이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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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악플도 늘어났다는 겁니다. 위 표에 나타났듯이 각종 욕설, 혐오, 비난 등의 표현이 포함돼 있으면 악플 판별 알고리즘으로 악플로 분류하게 되는데요. 댓글 빈도수가 급증했지만 이와 더불어 악플도 늘었다는 점에서 댓글 공방은 건강한 담론을 만들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보수 성향 유저들의 악플 비율이 눈에 띌 정도로 높습니다. 당시 기사 댓글들을 살펴보면 장애인 혐오를 비롯해 이 전 대표의 발언을 두둔하는 댓글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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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이후 잠잠해졌던 댓글은 연말에 또 한 번 요동칩니다. 전장연이 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시기의 댓글 빈도 수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차이점 한 가지가 존재합니다.

이 전 대표의 전장연 관련 발언 직후에는 진보, 보수 성향 유저 모두 댓글 수가 많습니다. 물론 보수 성향 유저의 댓글 수가 훨씬 많긴 하지만 진보 성향 유저들의 댓글 수도 만만찮게 많았습니다. 그만큼 이념과 상관없이 이 시기에는 모두 적극적으로 전장연 이슈에 반응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연말에 재개된 전장연 기사에 달린 댓글 추이를 보면 진보 성향 유저들의 패턴에 변화가 관측됩니다. 진보 성향 유저들의 댓글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한 걸 볼 수 있죠. 오히려 보수 유저 댓글 수는 더 증가했는데 유독 진보 유저 댓글 수가 감소한 건 관심이 멀어졌기 때문일까요?
 

댓글 대신 대댓글 선택한 진보 유저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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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닙니다. 이유는 위 그래프에서 알 수 있겠네요. 그래프를 보면 전체 댓글 중 대댓글 비율이 진보 성향 유저가 더 높게 나왔습니다. 바꿔 말하면 진보 유저들은 댓글 대신 대댓글을 더 많이 썼다는 의미입니다.

진보 유저들의 대댓글 비율은 15.8%로, 이는 보수 성향 유저들의 대댓글 비율인 12.2%보다 3.6%포인트 더 높은 수치였습니다. (p<.001) 이런 우열 관계는 모든 시기에 일정하게 유지됐습니다. 그런데 대댓글?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해석에 앞서 대댓글의 성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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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댓글은 앞서 말한 일반 댓글과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일반 댓글은 기사 본문에 대해서 직접적인 의견을 내세울 때 주로 쓰인다면 대댓글은 상대적으로 노출을 줄이면서도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입니다. 이걸 전장연 시위 논란에 적용해보면 보수 성향 유저들은 일반 댓글을 통해서 지하철 승·하차 시위와 단체들을 비판 혹은 공격했다면 진보 성향 유저들은 대댓글로 이를 반박하거나 전장연을 옹호했다는 거죠. 일반 댓글을 쓰면 보수 성향 유저들의 공격과 논란을 키우는 꼴이 되다 보니 보수 계열 유저의 댓글 밑에 대댓글을 달아서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 댓글들에서도 한 유저가 전장연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을 달자 다른 유저가 대댓글을 통해 반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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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열로도 볼까요? <유저 정치 성향별 댓글 대비 대댓글 작성률 그래프>와 <유저 정치 성향별 댓글 대비 대댓글의 악플 비율> 모두 연말에 크게 늘어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칠게 추측해보자면 작년 연말의 급증은 정치 환경이 변한 게 원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 바로 전장연 논란을 해결해야 할 주체인 정부와 서울시 책임자가 바뀐 거죠. 실제로 작년 연말에 달린 진보 성향 유저의 대댓글을 살펴보면 현 정부와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과 욕설이 상당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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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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