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쌍권총 들고 맞선 1천 명…마지막 한발 자신 겨눴다

김상옥 의사 100주기

<앵커>

쌍권총을 들고 일제 군경 1천 명과 혼자 맞섰던 김상옥 의사를 알고 계십니까. 종로경찰서 폭파에 이어 총독 암살까지 시도했던 김상옥 의사가 순국한 지 오늘로 꼭 100년이 지났습니다.

그를 좀 더 잘 기억할 방법은 없을지, 임상범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괴롭혔던 일제 식민통치의 본산 종로경찰서.

1923년 1월 12일 밤 이곳에 폭탄을 던진 김상옥 의사, 혼비백산한 일제를 뒤로하고 여동생 집으로 숨어듭니다.

다음 목표는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

정보가 새면서 체포조의 습격을 받았지만 간단히 제압하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이정은/'김상옥 평전' 저자 : 눈에 난 발자국을 보니까 김상옥 의사 발자국이 5m, 10m의 간격으로 있더라는 거라. 그래서 일본 경찰들이 '이거 축지법을 쓴 것이 아닌가'.]

경성 전역에는 비상이 걸렸고 이번에는 과감히 자신의 생가 옆집을 파고들었습니다.

[김세원/김상옥 의사 외손자 : 종로서 폭파하고 저기서 후암동에서 한번 혼났죠. 그게 저 일경들이 오히려 그러니까 어떻게든지 이번에 꼭 잡아야 되겠다고 하는 것 때문에 전체 시(경성)의 그 경찰들을 다 동원했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1923년 1월 22일 새벽 일제는 군경 1천 명을 동원해 4겹으로 에워쌌습니다.

[이정은/'김상옥 평전' 저자 :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 해 가지고 이제 사중 포위를 했고 결국은 그 포위 속에서 혼자서 쌍권총을 들고 대결을 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이 된 거죠.]

3시간이나 계속된 1대 1,000 시가전, 16명이나 쓰러뜨렸지만 고립됐고, 그가 마지막으로 겨눈 건 바로 자신이었습니다.

[이정은/'김상옥 평전' 저자 : 마지막 남은 한 발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셔서 잡히지 않고, 일제에 굴복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결심을 지키신 것이죠.]

경성을 발칵 뒤집었던 김상옥의 의거는 어느덧 100년 전 옛이야기가 됐습니다.

종로경찰서 자리 표지석에는 출생연도가 잘못 표기됐고, 동상에는 의사냐 열사냐 호칭마저 오락가락합니다.

[김세원/김상옥 의사 외손자 : 쌍권총으로 유명하시잖아요. 의사로 표현하는 게 더 맞지 않나 싶은데….]

나고 자라고, 마지막을 맞았던 효제동 옛집에는 변변한 이정표 하나 없습니다.

[김세원/김상옥 의사 외손자 : 재정적인 문제가 제일 큰 것이고, 국가적인 관심도 좀 떨어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최소한 기념관이라고 하는, 그나마 무엇인가가 있어야 인정하지 않습니까? 참 속상하고 죄송하고.]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홍경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