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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만에 또 큰불 구룡마을…지지부진 재개발 속 위험 노출

10개월 만에 또 큰불 구룡마을…지지부진 재개발 속 위험 노출
오늘(20일) 큰불이 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부터 도시 내 생활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이 구룡산과 대모산 자락에 이주하면서 만들어진 집단촌락입니다.

서울시와 강남구에 따르면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은 2011년까지는 '사유지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전입신고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행정소송 끝에 주민들이 승소하면서 2011년 5월 2일부터 강남구에서 전입신고를 받고 있습니다.

전입신고가 허용되면서 거주민은 임대주택을 받을 수 있게 돼 공영개발 착수가 가능해졌습니다.

같은 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강남구에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을 하면서 구룡마을 개발의 첫발을 뗐습니다.

서울시는 2011년 4월 28일 구룡마을 25만여㎡에 임대 1천250세대를 포함한 총 2천793세대의 주택을 짓겠다는 내용의 정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 후로 약 12년이 지났지만, 구룡마을 재개발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보상과 개발 방식 등을 두고 무허가 주택 주민과 토지주, 시와 강남구 간 견해가 충돌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룡마을은 2011년 개발이 결정된 이후 사업 취소와 논의 재개를 반복하다가 결국 2014년 8월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됐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11월 발생한 대형 화재를 계기로 2016년 12월 다시 구역 지정이 됐고 시는 2020년 6월 11일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했습니다.

당시 시는 2022년 착공해 2025년 하반기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임대냐 분양이냐를 놓고 시와 강남구가 또다시 불협화음을 내고 토지 보상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구룡마을은 아직도 판자촌으로 남아 있습니다.

구룡마을과 함께 강남의 대표적인 판자촌이었던 서초동 꽃마을은 법원단지가 형성되면서 철거돼 강남의 판자촌은 현재 구룡마을이 유일합니다.

재개발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구룡마을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09년부터 이번까지 최소 16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2014년 11월에는 주민 1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작년 3월에도 화재로 주택 11채가 탔고, 인근 대모산까지 불이 번져 산림 일부가 소실됐습니다.

구룡마을 집들은 '떡솜'이라고 불리는 솜뭉치를 사방에 둘렀고 내부는 비닐, 스티로폼 등 가연성 물질로 덮여 있어 화재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집들이 서로 붙어있는 데다 LPG 가스통과 연탄, 문어발식으로 얽혀 있는 전선으로 인해 불이 나면 대형화재로 번질 우려가 있는 데다가 진화도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때는 구룡마을 주택들이 침수되면서 1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화재나 침수가 있을 때마다 주민들은 임시 구호소로 대피했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오늘 구룡마을 화재 상황을 보고 받은 뒤 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이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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