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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20만 장 일단 숨겨라"…'복권 당첨'에도 손댔다?

<앵커>

오늘(19일) 뉴스는 저희 끝까지 판다팀이 취재한 내용부터 먼저 전해 드리겠습니다. 당첨금을 받을 수 있는 기한이 다음 달까지인 즉석 복권의 1등 당첨자가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1등 당첨금은 5억 원입니다. 그런데 이 복권은 판매 도중 일부에서 문제가 발견돼서 20만 장 넘게 시장에서 회수됐습니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대국민 사기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오늘 첫 소식, 먼저 화강윤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화강윤 기자>

동전 같은 것으로 긁어 당첨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즉석 복권입니다.

이 즉석 복권을 비롯해 우리나라 복권은 그 종류에 관계없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민간 수탁업자인 동행복권을 통해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 1천 원짜리 58회차 복권은 지난해 2월까지 판매가 진행됐고, 모두 4천만 장 가운데 99.34%가 팔려 반품된 건 2만 7천여 장에 불과합니다.

다음 달 말까지가 당첨금 지급 기한인 이 회차에서는 5억 원 1등 복권 한 장과 2천만 원 2등 복권 5장이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57~62회차까지 1등 복권이 나오지 않은 건 이 회차가 유일하고, 2등 복권이 나오지 않은 것도 58회차 5장을 제외하고는 57회차 1장뿐이라 결과가 확연히 다릅니다.

58회차가 다른 회차들과 차이가 있는 건 판매 도중 오류가 발견돼 20만 장 넘는 복권이 시장에서 회수됐다는 점입니다.

[남궁헌/인쇄복권 동호회 매니저 : (58회) 오류분에 대한 뒷수습을 안 해주는 거는 이건 국민한테 사기 친 겁니다. 사기죠, 당연히.]

SBS가 입수한 당시 오류 복권과 당첨 확인 데이터 사진입니다.

모자 그림 2개가 일치해 육안상으로는 1천 원, 5등에 당첨된 건데 데이터는 일치하지 않아 바코드는 당첨으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줄 가운데 8개 알파벳이 각각의 그림을 뜻하는 건데, 데이터 상에는 같은 그림, 같은 알파벳 쌍이 없는 겁니다.

재작년 9월 6일, 6장에서 이런 식의 오류가 발생하자 급히 회수한 복권은 20만 장이 넘습니다.

[동행복권 관계자 : 뻔히 그 안에 1등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을 하면서도, 사용자(소비자)들한테는 그런 얘길 안 하고 판 것 자체가 기만이고, 사기죠.]

당시는 이미 4천만 장 중 복권 1천460만 장이 팔린 상황.

뭐가 들었을지 모를 20만 장을 빼낸 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머지를 판매한 건 문제였다는 이야기가 다름 아닌 지금의 수탁사업자 동행복권 내부에서 터져 나온 겁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이승희, CG : 강경림,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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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취재진은 이 즉석 복권에 문제가 생긴 직후에 복권 발행업체 관계자들끼리 나눈 대화 내용과 내부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거기에는 일단 복권을 만들고 나면, 절대 손대선 안 되는 부분까지 수정하는 걸 검토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내용은, 박현석 기자가 단독취재했습니다.

<박현석 기자>

복권 당첨 오류가 발견된 다음 날인 재작년 9월 7일.

동행복권 관계자들이 만든 텔레그램 방입니다.

한 직원이 부득이하게 텔레그램 방을 만들었다며, 스피또 1000 58회차 검증번호 데이터를 교체할 수 있다, 관련 영향성 검토를 부탁한다고 합니다.

SBS가 입수한 동행복권 내부 보고서에는 이 오류의 원인과 수습 과정이 드러나 있습니다.

복권 오류는 인쇄소 전산 담당자가 운영 서버에 접근해 테스트 시행을 하다, 데이터가 훼손되면서 발생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규정상 복권 인쇄와 동시에 시스템상에서 삭제돼야 할 당첨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데이터를 누군가 훼손하고, 훼손된 지도 모른 채, 그대로 넘겨진 겁니다.

임의로 복권 1만 8천 장을 직접 긁는 등의 방식으로 검증 작업을 했고, 끝자리 '0번' 북, 그러니까 특정 '묶음'에서 오류를 확인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런 작업으로 특정해서 시장에서 회수한 복권이 총 20만 장.

[동행복권 관계자 : 밤새 긁었다고 들었어요. 데이터 훼손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업데이트하려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내부 보고서에는 사고 조치 방안으로 오류복권 출고조정과 데이터 보정 등이 적혀 있습니다.

복권 인쇄가 끝나면 손대선 안 되는 당첨 데이터 수정까지 검토했다는 겁니다.

[복권 업계 관계자 : 큰일 나죠. 로또에서 했다고 하면 난리 나죠. 예를 들어 로또가 선발행인데 원래는 6번인데 내일 나갈 거니까 7번으로 옮겨. 이런 거랑 똑같은 거죠.]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복권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하면서, 당첨 데이터 수정이나 교체는 하지 않았고, 회수한 복권 20만 장은 인쇄소 창고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임찬혁,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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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복권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면, 그 즉시 바로 사람들한테 알리고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당국과 발행업체는 오히려 입을 닫았습니다. 이 일을 조용히 덮고 그냥 넘어가려고 했던 당시 상황을 저희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유수환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유수환 기자>

SBS가 입수한 '방안별 장단점 비교'라는 제목의 동행복권 내부 문건입니다.

회수한 복권 20만 장에 대해 당첨 데이터를 교체하거나 보정해 다시 출고할지, 그냥 폐기할지를 검토합니다.

눈에 띄는 점은 확률상 20만 장에서 1등 배출 가능성 낮음, 단, 1등 미배출 시, 지속적인 메이저 소비자, 그러니까 복권 매니아들의 민원이 예상되고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고 한 부분입니다.

회수한 20만 장 안에 1등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한 우려까지 한 겁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달라질 수 있는 확률과 기댓값은 물론, 20만 장을 회수한 사실조차 숨겼습니다.

오류가 발견되고 두 달 뒤, 일부 언론보도로 회수 사실이 알려졌을 땐, 4천만 장 중 2천500만 여장, 나머지 복권이 거의 다 팔린 뒤였습니다.

[동행복권 담당자 : 시장에서 더 이상 불량이 나오면 안 되는 상황을 저희는 최대한 막고자 했던 거고,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회수의 목적이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당첨데이터를 보정해 출고 준비는 하되, 1등이 모두 나오면 20만 장을 풀지 말고, 거의 다 팔렸는데도 안 나오면 그때 조용히 푸는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그 경우도 특정 우호적 판매점들을 통해 순차적으로 내보내기로 하고, 사전에 정보를 전달한 뒤, 혹시 또 불량복권이 나오면 즉시 회수하기로 했습니다.

[복권위원회 담당자 : 20만 부를 일단 가지고 있다가 이걸 보정하고 1등이 안 나오면 순차적으로 팔자, 이 말을 저한테 보고를 하긴 했었어요.]

법에 따라 반기별로 공개하는 관보에서도 해당 건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대로 다음 달 조용히 복권 20만 장을 폐기하고 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겁니다.

어떤 근거로 당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사고 대응 매뉴얼' 공개를 요청했지만, 동행복권은 민간업체 노하우라며 거부했고, 복권위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복권위원회 담당자 : 그것까지 저희가 알고 있어야 되는 건가요? 내부적으로 아마 인쇄업자랑 어떻게 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복권위는 다만 이전에도 평균적으로 매번 40만 장 정도는 팔리지 않고 남았고, 1등이 다 안 나온 것도 처음은 아니어서 당시로선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이승희, CG : 강경림, VJ : 김준호, 작가 : 박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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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현석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복권 오류 회수, 왜 안 알렸나?

[박현석 기자 : 산 사람이 아니라 살 사람에게도 일단 있는 그대로 그걸 알리고 그다음에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게 상식이겠죠. 이 오류가 발견된 시점이 4천만 중에 3분의 1 정도가 팔렸을 때인데, 나머지 3분의 2가 거의 다 팔릴 때까지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일 분통 터지는 부분일 겁니다.]

Q. 오류 고지 안 돼 소비자 분통?

[박현석 기자 : 이게 문제의 즉석 복권인데요. 즉석 복권은 처음부터 1등 몇 장, 2등 몇 장, 이게 딱딱 정해져서 인쇄가 돼서 시장에 풀립니다. 로또랑 다른 거죠. 이렇게 정해진 1등, 2등이 전체 복권이 거의 다 팔렸는데도 꽤 남아 있다, 그러면 나머지는 불티나게 팔리겠죠? 이 복권 출고율하고 1등, 2등 당첨 상황이 인터넷 같은 데 공개가 되거든요. 반대로 초기에 1, 2등이 막 쏟아져 나온다 그러면 나머지는 거의 안 팔릴 겁니다. 58회차 같은 경우에는 끝까지 1등 1장이 나오지 않으면서 그걸 찾겠다고 일부 소비자들이 복권 전국 투어를 다녔다 뭐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Q. 제대로 된 대응 방식은?

[박현석 기자 : 일단 소비자에게 알리고요. 앞에 리포트에도 나왔던 '사고 대응 매뉴얼'대로 했어야죠. 끝까지 공개를,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는데 동행복권 관계자 얘기 한번 들어보시죠.]

[동행복권 관계자 : 원래대로라고 하면 오류가 발견된 즉시 판매 중지를 해야죠. 이 회차는…내부에서도 나머지 있는 것들을 폐기를 시켜야 된다 라는 얘기가 나왔던 걸로도 알고 있어요.]

Q. 5억 원 '1등 복권'은 어디에?

[박현석 기자 :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 누가 샀는데 아직 안 긁고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요, 회수한 20만 장 안에 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끝까지 1등이 안 나타나면 확인 차원에서라도 이 회수한 20만 장 긁어봐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식의 엉터리 뒷수습, 더 이상 못하게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거, 그래서 복권에 대한 신뢰도를 더는 망가트리지 않는 것일 겁니다.]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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