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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되고 싶지 않다" 사라진 중국인이 남긴 마지막 영상

"실종되고 싶지 않다" 사라진 중국인이 남긴 마지막 영상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벌어진 '백지 시위'에 참가한 20대 여성이 체포되기 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최근 유튜브 등 인터넷 공간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베이징대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던 차오즈신 씨(26)는 지난달 27일 친구 5명과 함께 베이징의 량마허에서 열린 백지시위에 참가한 일로 자신의 동료들이 줄줄이 형사 구금되자 자신도 체포될 것을 직감한 채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간) 영상을 올린 네티즌이 밝혔습니다.

영상에 따르면 차오 씨는 작년 11월 24일 신장 위구르족 자치구 우루무치의 고층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사람들을 애도하기 위해 같은 달 27일 친구들과 함께 초와 꽃, 시구를 적은 노트, 백지 등을 들고 베이징 량마허를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고 당국이 발표한 우루무치 화재는 봉쇄 중심의 고강도 방역에 반대하는 전국적 '백지 시위'의 도화선이 된 사건입니다.

고강도 방역을 위한 설치물과 장치 때문에 희생자들이 대피하지 못하고 진화도 지연돼 피해가 커졌다는 의혹이 확산하면서 각지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에 방역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김지성 월드리포트 / 중국 백지시위

차오 씨는 시위에 참가한 지 사흘 후인 지난해 11월 30일 시위에 참가한 자신과 친구 5명 등 6명이 경찰에 소환돼 '교육'을 받은 뒤 24시간 만에 석방됐으나 12월 18일부터 친구들이 속속 경찰에 다시 체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친구들을 체포할 때 죄명란이 공백인 체포영장에 서명을 요구했고, 수감 장소와 시기, 죄명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영상에서 차오 씨는 "나는 지금 26살이고 졸업 후 1년 반 만에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면서 "(구금된)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또래이며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런 뒤 "우리는 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루무치의) 우리 동포들이 재난을 당했을 때 합리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고 생명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으로 충만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현장에 갔다"고 했습니다.

차오 씨는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 이 추모행사 현장에서 우리는 질서를 지키며 경찰과 아무런 충돌도 일으키지 않았다"며 "왜 우리를 소리소문없이 데려가려 하는가. (중략) 이 보복은 왜 우리 같은 평범한 청년들의 인생을 대가로 삼으려 하는가"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죄도 없이 실종되고 싶지 않다"며 "왜 우리를 단죄하려 하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역설했습니다.

또 "단지 동정심 때문에 추모 현장에 간 것이 우리를 체포한 유일한 이유라면 이 사회에 우리의 정서를 담을 공간이 얼마나 더 있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우리를 구해 주시고, 만약 우리에게 죄를 물으려 한다면 증거를 제시해 달라. 우리가 불투명하게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게 해 주시고, 함부로 끌려가거나 단죄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현재 차오 씨의 행방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에 영상을 게재한 사람은 그가 시위에 함께 참가한 6명 가운데 마지막으로 지난달 24일 잡혀갔으며, 체포되기 전 동료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자신도 체포될 것을 직감하고 영상 기록을 남겼다고 소개했습니다.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제기해 온 사이트 '웨이취안왕'은 중국 전역에서 백지시위에 참가했던 사람 중 100명 이상이 구금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지난 5일 밝혔습니다.

(사진=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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