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사실은] 이재명 "대통령제는 소선거구제와 친해" 따져 보니…

[사실은] 이재명 "대통령제는 소선거구제와 친해" 따져 보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제는 소선구제와 친하고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친한 제도"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사표 문제를 거론하며,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선을 그은 것으로 읽혔습니다.

소선거구제는 우리가 국회의원 뽑을 때처럼, 한 곳에서 1등만 당선되는 제도이지만, 중·대선거구제는 2, 3, 4등도 뽑힐 수 있습니다. 그만큼 지역이 넓어져야 해서 중대선거구제라고 불립니다. 정치권에서는 사표를 줄이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필요성이 줄곧 제기돼 왔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말한 '친하다'는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그 맥락은 "대통령제 국가는 주로 소선거구제로, 의원내각제 국가는 주로 중대선거구제로 의원을 선출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말이 맞는지 살펴봤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에서 확인했습니다.

사실은 소선거구 중대선거구 이경원
.

■ OECD 국가 선거 방식 전수분석


이재명 대표 발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제 국가와 의원내각제 국가의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살펴봐야 합니다.

사실은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펴낸 <2022년도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표>를 참고했습니다. 이 자료에는 국가별로 국회의원 선출 방식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나라에 따라 선거 제도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데, 사실은팀은 일단 분석의 편의를 위해 선관위 자료를 준용해 분석했습니다.

먼저, 우리가 흔히 비교하는 주요 민주주의 국가의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정리했습니다.

이경원 선거구제 사실은

한국은 총 300명 의원 가운데 소선거구제 방식으로 지역 대표 253명을, 나머지는 47명은 비례대표로 뽑고 있습니다. 비례대표는 지역과 상관없이 지지 정당을 표기하는 방식으로 투표합니다. 쉽게 말해,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보고 투표하는 '전국단일선거구'입니다.

미국은 모두 소선거구제입니다. 상원의원은 주(州)별로 2명이지만, 2년 주기로 1/3씩 교체하는 식이라, 사실상 소선거구제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위 사례를 보면, 대통령제 국가인 한국과 미국은 의원 뽑을 때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
국회 본회의장

반면, 다른 나라들은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방식이 복잡하게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선거구는 한 명만 뽑고, 또 어떤 선거구는 많게는 수십 명이 당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 중의원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최대 28명까지 선출한다고 합니다.

위 국가들은 모두 민주주의가 비교적 발달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들인데, 의외의 사례도 있습니다.

영국의 상원의원은 세습직입니다. 캐나다 상원의원은 총리가 추천해 총독이 임명하는 형식이며, 독일과 프랑스 상원의원은 선거인단을 구성해 간접선거로 뽑는다고 합니다. 물론 하원의원은 직접 선거로 뽑습니다.

미국 국회 의사당(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국회의사당

하지만, 주요 국가들 사례만 가지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사실은팀은 OECD 가입국(총 36개국, 코스타리카와 콜롬비아 제외)의 선거 방식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상원이든 하원이든,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직접 선거든 간접 선거든, 다른 부분들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구 기준으로만 살펴봤습니다. 전체 의원들 가운데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전국단일선거구, 기타 방식으로 뽑힌 의원들 비율을 계산하는 식입니다.

아래는 분석 결과입니다.

이경원 선거구제 사실은

대통령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5곳, 의원내각제 국가는 26곳, 이원정부제 4곳, 집단지도제 1곳입니다.

한국은 300명 가운데 소선거구제로 84.3%(253명)를 선출하고, 전국단일선거구, 즉, 비례대표로 15.7%(47명)를 뽑습니다. 미국은 100% 소선거구제로, 칠레와 튀르키예는 100% 중대선거구제로 선출합니다.

의원내각제 국가들 보시면, 영국과 독일, 일본에서는 뽑힌 의원의 각각 44.8%, 44.8%, 49.9%가 소선거구제 '출신'입니다. 이원정부제인 프랑스는 국회의원 62.4%가 소선거구제로 뽑혔습니다.

OECD 가입국 국회의원 전체 1만 2,499명 가운데 소선거구제로 뽑힌 의원은 33.4%, 중대선거구제는 49.4%, 전국단일선거구제는 8.1%, 세습과 같은 기타 방식은 9.2%였습니다.

대선투표 도장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이제 선거구 기준으로만 양적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 다음은 위 표 수치를 기준으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비교한 결과입니다.

사실은 소선거구 중대선거구 이경원

대통령제 국가들은 소선거구제로 48.0%, 중대선거구제로 39.7%, 전국단일선거구제로 12.3%를 선출했습니다.

의원내각제 국가들은 소선거구제로 29.6%, 중대선거구제로 47.1%, 전국단일선거구제로 9.1%를 뽑았습니다.

결국, 수치로 보면, 대통령제 국가에서 뽑힌 국회의원의 절반 가까이가 소선거구제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뽑힌 국회의원의 절반 가까이가 중대선거구제에서 선출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사실은팀은 "대통령제 국가는 주로 소선거구제로, 의원내각제 국가는 주로 중대선거구제로 의원을 선출한다"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말을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

■ 소선거구제 의존도, 한국이 OECD 2위


하지만, 사실은팀은 이번 OECD 국가 전수 분석을 통해, 오히려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소선거구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대통령제 국가는 36곳 가운데 5곳에 불과한 데다, 대통령제 국가 5곳 가운데에도 칠레와 튀르키예는 100% 중대선거구제로 선출합니다.

국회의원 가운데 소선거구제를 통해 뽑힌 비율은 미국 100%에 이어, 한국은 84.3%로 OECD 국가 전체 2위였습니다. 캐나다(76.3%), 호주(66.5%), 프랑스(62.4%), 뉴질랜드(60.0 %), 헝가리(53.3%), 리투아니아(50.4%) 순이었습니다. 소선거구제로 뽑힌 국회의원 비율이 절반 이상인 곳은 8곳에 불과했습니다. 소선거구제보다는 중대선거구제로 뽑힌 의원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의 국회의원 선거 방식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사표 문제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거 제도는 국가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어떤 제도가 '대세'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세계의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사표'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민주주의는 제도를 통해 구현되고, 제도를 통해 성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늘 선거 코앞을 두고 선거법을 바꿔온 게 국회의 역사였는데, 이번 총선만큼은 정치권이 일찌감치 나서 건강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위성 정당'이라는 폐해를 만들어 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손질이 불가피합니다.
SBS 사실은팀은 "대통령제는 소선구제와 친하고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친한 제도"라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말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이 대표의 말은 "대통령제 국가는 주로 소선거구제로, 의원내각제 국가는 주로 중대선거구제로 의원을 선출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고, OECD 국가의 선거 제도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대통령제 국가들은 의원의 48.0%를 소선거구제로, 의원내각제 국가는 의원의 47.1%를 중대선거구제로 선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사실은팀은 이 대표의 말을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다만,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소선거구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가운데 소선거구제를 통해 뽑힌 비율은 84.3%로 OECD 국가 전체 2위였습니다. 그만큼 우리 선거 제도가 상대적으로 '사표' 문제에 취약하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었습니다.

(인턴 : 정수아, 강윤서)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