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젖소 네팔 낙농가에 첫 원조
네팔에서 사육되는 젖소는 750만 마리다. 낙농업은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한다. 그런데 우유 생산량이 낮은 게 문제다. 네팔 젖소 한 마리의 연간 산유량은 3천kg, 우리나라 젖소 산유량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젖소 산유량은 9천~1만 kg이다. 2021년 기준 세계 5위다. 이스라엘이 1위(12,512kg), 미국(11,119kg), 캐나다(10,852kg), 스페인(10,786kg)이 우리나라 앞에 있다.
젖소가 살아갈 곳은 카트만두에서 150km 떨어진 신둘리지구다. 네팔 정부가 시범 낙농단지로 조성 중인 곳이다. 네팔에 도착한 지 3일 뒤인 지난달 25일 젖소들은 검역을 마치고 신둘리지구로 이동해 축산 농가에 2마리씩 보내졌다. 비좁고 허름한 우사를 허물고 새로 만든 신식 우사가 젖소를 맞이했다.
선물 같은 젖소를 지원받은 달 쿠마리 타파 씨는"한국에서 온 젖소들은 많은 우유를 생산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가계 소득을 창출할 것입니다. 소득이 많아지면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정말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우수한 송아지 출산 위해 인공수정용 정액도 지원
우리나라 젖소가 해외로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25 전쟁 뒤 미국의 민간 구호기관인 헤퍼인터내셔널(Heifer International)의 도움으로 낙농업을 일으킨 지 70여 년만이다. 해외 원조를 받아 낙농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가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 낙농을 원조해주는 국가가 된 거다. 헤퍼인터내셔널은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부터 1976년까지 총 44회에 걸쳐 우리나라에 가축을 보내왔다. 젖소 897마리, 황소 58마리, 염소, 돼지, 닭 등 3,200마리에 이른다. 꿀벌 150만 마리도 생태계 회복을 위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헤퍼코리아가 젖소 네팔 원조 주도
지난달 22일 선발대로 네팔에 도착한 젖소 42마리를 시작으로 28일까지 4차례에 걸쳐 젖소 암 송아지 101마리가 네팔로 갔다. 항공기로 운송하기 위해 훈증 처리한 나무 상자 우리를 새로 만들었다. 젖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항공기내 온도도 섭씨 12.8도~23.9도로 맞췄고, 습도는 40~60%로 유지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세심하게 조절했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 젖소가 질식할 우려에 대비해 전문 수의사도 동행했다.
농식품부도 지속적인 네팔 낙농 지원
헤퍼인터내셔널의 가축 지원 사업 모델은 'Passing on the Gift' 정신이다. 젖소를 지원 받은 농가에서 젖소가 처음으로 새끼를 낳으면 암 송아지를 이웃에 건네준다. 사육 기술과 낙농 지식도 함께 전해 나눔의 연쇄 효과가 지역 공동체에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국 젖소 101마리를 지원받은 네팔 50농가의 주민들이 이웃에게 릴레이 기부를 통해 젖소 사육이 300농가까지 확산되는 게 1차 목표라고 한다. 착한 영향력이 네팔의 낙농 산업을 탈바꿈 시키길 기대한다. 훗날 네팔 젖소가 또 다른 나라로 보내질 거다. 낙농 기부가 빈곤을 물리치고, 행복한 삶의 밑바탕이 돼 주는 반가운 소식도 기대한다. 그 시작에는 고국을 떠나 타국의 낯선 환경을 이겨내야 할 한국 젖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