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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태원 참사' 수사 마무리하는 경찰 특수본의 74일

28명 입건, 6명 구속…'윗선' 향하지 못한 수사의 향방은?

[취재파일] '이태원 참사' 수사 마무리하는 경찰 특수본의 74일
"사고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 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점 의혹 없이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말씀드린다."
-22.11.4 특수본 1차 정례브리핑,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

지난해 11월 1일 출범해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를 이어온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오늘(13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수사 종료' 선언입니다. 앞서 특수본은 올해 설 연휴 전까지는 수사를 끝내겠다고 언급했었는데 그보다도 일주일 앞당겨진 겁니다.
 

현장 책임자들은 구속, 상급 기관들은 무혐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박희영 용산구청장

먼저 현재까지 특수본이 밝힌 내용부터 보겠습니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4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도 불구속 송치할 예정입니다.

한편 참사 전 인파 위험을 경고한 보고서들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하 서울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하 용산서 정보과장)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고, 이들은 기소까지 진행돼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참사 당일 소방청 중앙긴급구조통제단 운영 관련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입건된 소방청 119대응국장·119종합상황실장도 검찰에 넘길 예정입니다.

문제는 거의 대다수의 피의자들이 용산경찰서와 구청 소속, 그러니까 현장 실무자라는 점입니다. 특수본은 입건된 경찰 관계자 가운데 가장 고위직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경찰 최고위직인 윤희근 청장은 아예 입건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상위 기관인 이상민 장관을 비롯한 행정안전부 관계자들과 서울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난의 화살이 경찰로 쏠릴 수 있다'

이태원 참사 경찰 내부문건 유출자 색출

이번 참사에서 경찰은 끊임없이 조직에 대한 비판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참사 이틀 뒤 주요 시민단체 동향에 대한 문건을 작성해 보고했고, 당일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을 땐 '비난의 화살이 경찰로 쏠릴 수 있으니' 언론 및 주요 관계자 반응을 신속히 확인하라고 재촉했습니다.

심지어 정보국에선 '국회 협력관과 대변인실의 언론 대응을 보면 생각보다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는 발언과 함께 주요 언론사 간부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는 건 물론 국회 협력관들의 운영 현황과 대내외 평가까지 수집해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미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전 서울청 정보부장은 참사 다음 날 경찰 정보 관계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경찰이 경력 배치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으로 흐를 경우 → 서울청 대비 미흡, 주말 대규모 집회시위 대응으로 경력 부족 등 부각 → 용산 이전이 근본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고, (중략) 경찰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 발생"

"주최 측, 자치단체의 안전불감증으로 귀책될 경우 → 주최 측, 자치단체 책임 강화로 이어져 경찰 부담 완화 → 적극적인 수사 드라이브로 주최 측, 자치단체 책임이 부각되도록 조치 필요"

그다음 날에는 이런 말도 이어집니다.
 
"경찰은 안전 확보의 1차 책임자가 아니다. 앞으로 경찰의 경비원화를 막는 좋은 논리니까 지역 축제·행사에 경찰이 안전 유지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관행을 깨고…"
 

진상 규명의 대상인 동시에 수사의 주체

경찰+이태원 합성 이미지

이런 발언과 지시가 13만 명이나 되는 경찰 조직 전체를 대변하는 건 아니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번 참사에서 경찰은 진상 규명의 대상인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수사의 주체가 됐습니다. 당연히 '셀프 수사', '지키기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앞서 언급한 내용들까지 폭로되면서 특수본을 향한 외부의 시선은 더 차가워졌고, 결국 수사 결과로 입증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까지 특수본이 밝힌 수사 결과만으로는 이런 인식을 뒤집기 어려워 보입니다. 특수본은 이태원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특정 상황에 대한 재난 예방 의무를 1차적으로 지는 기관은 용산구청이라고 밝혔는데, 앞서 공소장에서 언급된 '경찰은 안전 확보의 1차 책임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용산서장보다 참사 예견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며 불구속 송치하기로 했고, 경찰청장은 '지역 내 다중 운집 상황에 대한 교통 혼잡 및 안전 관리는 자치경찰의 사무'라며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자치경찰위원장 및 위원회에라도 사전에 인파 관리 및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법리 해석이 복잡하고 법적으로 다툴 부분이 있어 따로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보고서 삭제 의혹 등 부수적인 사건을 제외하고 나면, 이태원 참사 자체와 관련해 구속된 경찰 관계자 가운데 최고위직은 이임재 전 용산서장, 즉 총경급에 머무릅니다.
 

수사의 향방은

물론 이 모든 게 특수본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수사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거고, "구속을 안 한다고 죄책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특수본의 해명처럼 구속이 형사 책임의 유무를 결정하는 건 아닙니다. 특수본의 지난 74일간의 수사 성과를 결정하는 건 결국 배턴을 넘겨받은 검찰의 기소, 그리고 법원의 재판일 겁니다.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0일 경찰청 본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 10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갔습니다. 참사 당시 112 신고 녹음이나 무전 교신 기록 등을 보관하는 전산 관련 부서를 정조준했고, 특히 경찰청 본청의 경우 압수 대상이 많다며 이틀에 걸쳐 진행할 정도였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포렌식 등 수사 전반에 걸쳐 원점에서 다시 재확인하고 윗선 의혹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습니다. 검찰이 경찰 수뇌부와 상급 기관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해 특수본과 똑같은 결론을 내릴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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