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기시다가 백악관 달려간 이유?…미일동맹 새 판 짜기 [벙커버스터]

안녕하세요. SBS 통일외교팀 김아영입니다. 외교 안보 뉴스의 핵심을 정밀 타격하듯 풀어 드리는 벙커버스터입니다. 오늘(13일)은 한반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거대한 전환점을 돌고 있는 한 나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70년 넘게 유지해 온 안보 정책의 방향을 더는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겠다고 선언한 일본입니다. 지난달 안보 문서 개정으로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한 달 만에 백악관으로 달려가는데요. 자신들이 그려온 밑그림을 보여주고 미국과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입니다.
 

북한 미사일에 J-ALERT…신칸센 멈춰 세운 위협


일본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이른바 3대 안보 문서를 고친 건 북한을 빼놓고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석 달 전으로 한번 돌아가 볼게요. 평온했던 열도의 아침이 북한 탄도 미사일 뉴스로 뒤덮인 날 말이죠. 북한이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중거리 미사일, 화성 12형을 쐈는데 이게 아오모리현 상공을 가로질러 날아갔습니다. 일본은 긴급경보시스템, 제이 얼러트(J-ALERT)를 발령했고 '폭거'라고 반발했습니다.
 
[장부승 / 관서외국어대 교수]
"엄청난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죠. 실험이라는 건 실패할 수가 있다고요. 항상. 한 백발 쐈는데 한 발이라도 중간에 떨어져 보세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서울 상공으로 쐈다? 그럼 아마 서울이 난리가 날 겁니다. 그중에 한 발이라도 서울 시내에 떨어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불과 한 달도 안 돼 또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다 실패한 것인데, 잠깐이기는 했지만 니가타현에서 신칸센까지 멈춰 섰습니다. 이거 말고도 걱정거리가 있어요. 변칙 궤도로 떨어지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제대로 요격할 수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거든요. 북한을 '종전보다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안보 문서에서 써넣은 건 이런 이유가 있는 겁니다.
 

반격 능력 가진 일본…북한 도발 원점 타격하나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 새로 들어간 표현 하나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적 기지에 대한 반격 능력이라는 용어인데요.
 
[장부승 / 관서외국어대 교수]
"9년 만에 개정판이 나온 건데 2013년에는 반격이라는 말이 한 글자도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10번인가 11번인가 나오더라고요. 한 페이지 자체가 반격 능력이 뭐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논란은 진행 중입니다. 표현은 반격인데 사실상 선제공격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일본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지했던 이른바 전수방위 원칙을 깨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아까처럼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했을 때 지금까진 날아오는 걸 요격하는 수준만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도발 원점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를 직접 때릴 수 있는 것이죠.
 

유사시 한반도 개입까지?…일본 영향력 얼마나 커지나


'만에 하나'라고는 하지만 벌써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북한의 반격과 일본의 전쟁 개입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야 할까요? 더군다나 일본은 독도가 자신들의 영토라는 억지 주장도 문서에 적었거든요. 우리 입장에선 무엇 하나 그냥 넘길 수 없는 것들이죠. 정부도 시민 사회의 이런 거부감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일본이 반격 능력을 쓰려면 우리가 동의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거든요.
 
[임수석 / 외교부 대변인 (지난달 20일)]
"사전에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입장은 또 다릅니다. 주권 사항이어서 다른 국가 허가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밝혔거든요. 반격 능력을 써야 하는 경우는 아주 절박하고 긴급한 상황일 테니까 협의할 여유가 없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다만 이런 설명과는 별개로 일본의 독자적인 공격 시나리오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일본이 정찰위성을 띄우고 있지만 100기~200기 이상인 북한 이동식 발사대를 다 들여다볼 수준은 안 되고 결국은 미국의 감시 자산에 기대야 할 거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한반도 전시 개입 주장도 육상 전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일본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장부승 / 관서외국어대 교수]
만약에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면 육상 전력 보병 상륙용 함정들, 이런 걸 강화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런 걸 쓰겠다는 계획이 없잖아요. 새로운 안보 위기에 대한 새로운 대응, 그를 위한 새로운 능력의 준비. 이런 관점에서 보는 게 가장 정확한 것 같아요.

방패에서 창으로 전환을 하는 게 맞기는 하지만 일본이 이 창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확히 이해하려면 다른 퍼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타이완 침공설도 한몫?…중국 무력시위 맞불


바로 미일동맹이라는 퍼즐입니다. 일본의 시야를 미국의 연장선에 두고 중국 러시아까지 시야를 넓히면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고착화된 상황이고 이 틀은 상당 기간 유지될 겁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군비 증강의 족쇄를 풀 명분이 생겼죠. 일본은 이걸 기회의 창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습니다. 또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간 전선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건 당장 껴안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이기도 합니다. 미일동맹 구조 속에서 타이완에서의 작은 충돌조차도 언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죠.
 
[장부승 / 관서외국어대 교수]
"과거에는 국지적 분쟁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중국이 정말로 타이완을 쳐들어가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럼 이제 문제가 대단히 복잡해져요. 미국도 개입하게 되고 미국이 일본의 동맹국이니까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하냐 그런 문제도 나오고 전쟁이 확전 될 수도 있고 현실적 문제로 다가온다는 거죠."

일본은 이번에 중국을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했습니다. 더 강력한 미국의 우군이 되겠다는 거죠. 중국은 당장 랴오닝 항모전단을 동원해 서태평양에서 대규모 무력시위를 했습니다. 일본의 창 끝이 어디를 겨냥하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왕원빈 / 중국 외교부 대변인 (지난달 17일)]
"일본은 중일 관계와 양국의 공통된 이해에 대한 노력에서 벗어나 근거 없이 중국을 불신합니다. 중국은 여기에 단호히 반대하며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측에 우리의 입장을 거듭 분명히 전했습니다."
 

창 가진 일본에 "박수"…동맹 새 판 짜는 미국


일본은 앞으로 5년간 43조 엔, 우리 돈 415조 원을 방위비에 투입합니다. 지금은 GDP의 1% 수준이지만 2027년까지 2%로 높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도 들여오고 극초음속 미사일도 개발합니다. 중국과 한국 등이 이미 시작한 동북아 군비 경쟁에 이제 자신들도 참전하겠다는 거죠. 미국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백악관은 미일동맹을 현대화하는 '역사적인 조치'라고까지 의미를 부여했고요.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는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다 지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  미국 국무장관 (12일, 미일 2+2 외교·국방장관 회담)]
일본이 2027년까지 방위비를 두 배 증액하기로 한 데 대해 박수를 보냅니다. 일본의 전략은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과 일치합니다.

중국 함선에 대한 대응은 미국이 전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는데요.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러시아를 때릴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일본 덕에 추가로 갖게 되는 거라고 볼 수 있죠.

하마다 야스카즈  |  일본 방위상 (12일, 미일 2+2 외교·국방장관 회담)]
미·일 양국은 각국의 안보 전략을 신속하고 착실하게 실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강한 지지를 받은 것을 매우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일본은 오바마 행정부 때도 토마호크 미사일을 들여오기 위해 의사를 타진했는데 그때는 미국이 난색을 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였는데 이번에는 기류가 확실히 다르죠. 세계 질서 유지나 동북아의 안정보다는 미국 역시 자국 이익이 우선이 된 지 오래입니다.

취임 이후 백악관을 처음으로 찾는 기시다 총리, 안보 문서 개정을 미국에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미국도 일본에 줄 선물을 고민하는 분위기입니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가지고 있는 지휘권 일부를 주일 미군 사령부에 주는 걸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일찌감치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방패만 쥐고 있던 일본이 창을 쥐겠다고 선언했고 미국은 그 창을 함께 쓰겠다는 구상입니다. 미일 두 나라가 이걸 어디까지 활용할지 앞으로도 계속 머리를 맞댈 텐데요. 기시다 총리가 방위비 확보를 위해 남아있는 증세 문턱까지 잘 넘을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합니다. 북핵 위협과 중국의 부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질서의 변화 속에 미일동맹 새 판 짜기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입니다.

( 취재 : 김아영 / 영상취재 : 이재영 최준식 /편집 : 정용희 / 콘텐츠디자인 : 장지혜 / 장소 협조 : 전쟁기념관 / 제작 : D콘텐츠기획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